표준 감사시간제는 회계감사 품질을 높이기 위해 기업이 일정 시간 이상 외부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 2017년 개정되면서 근거가 마련됐다.
개정 법률에 따르면 한국공인회계사회가 표준 감사시간을 결정하도록 돼있고 한국공인회계사회는 22일 표준 감사시간 제정안 초안을 내놨다.
이번에 공개된 초안을 살펴보면 최 회장은 기존 입장보다 ‘표준 감사시간 제정을 위한 공청회’ 등에서 나온 재계의 의견을 더욱 많이 반영했다.
2018년 12월에 처음 구도를 잡은 밑그림에서는 표준 감사시간제 적용대상 그룹이 6개 그룹으로 규정되어 있었지만 공개된 제정안 초안에는 9개 그룹으로 적용대상을 세분화됐다. 그룹별 적용 시기 등 단계적 적용률도 완화됐다.
첫 밑그림을 놓고 기업들이 강하게 반발하자 최 회장도 재계의 의견을 적극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내보인 것이다. 기업들은 처음 구상처럼 표준 감사시간제를 도입하게 되면 감사시간이 늘어나고 기업의 회계 지출 부담이 지나치게 커진다는 반대의견을 내놓았다.
최 회장은 제정안 초안을 공개하면서 “이번에 공개한 제정안은 회계정보 이용자의 폭넓은 의견을 구하기 위한 초안이기 때문에 조정이 가능하다”며 “회계정보 이용자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안을 확정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이 11일 열린 ‘표준 감사시간 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감사시간은 감사품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며 “수리·통계 방법에 따라 과학적으로 결정할 사항이지 타협의 영역이 아니다”고 강하게 말한 대목과 비교하면 한결 부드러워진 것이다.
최 회장의 태도 변화에는 재계의 거센 반발뿐만 아니라 금융위원회의 태도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한국공인회계사회 산하 표준감사시간심의위원회가 제정안 초안을 의결하는 과정에서 재계에서 참여한 위원들은 투표를 거부했다. 앞선 회의에서도 재계쪽 위원들의 반발은 이어져 왔다.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감사시간을 늘리는 표준 감사시간제도가 올해 상장회사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한국코스닥협회의 반발이 가장 강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표준 감사시간을 두고 재계와 한국공인회계사회 사이의 갈등이 심해지자 중재에 나섰다.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정하는 표준 감사시간 기준은 강제규범이 아니라 참고사항일 뿐이라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최 회장은 재계의 의견을 한 번 더 반영해 최종안에서 표준시간 수위 낮출 것으로 보인다. 최종안을 내놓기까지 남아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 재계와 알력다툼보다는 빠른 수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3월 정기 주주총회 전에 2018년 회계결산을 해야 하기 때문에 늦어도 2월 중순까지는 회계법인과 감사계약 맺어야 한다.
한국공인회계사회도 기업일정 고려해 2월11일까지 의견을 모은 뒤 2월 중순 안에 최종안을 확정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남은 의견 수렴기간에 많은 의견이 나오면 최종안 확정이 연기될 수도 있다”며 “이미 많은 기업들이 특약을 통해 표준 감사시간 기준이 마련되면 계약내용을 보충하는 것으로 뜻을 모으기는 했지만 올해부터 제도가 시행되는 만큼 촉박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