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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 중국시장 여는 마법의 주문인가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5-04-03 17:3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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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리바바, 중국시장 여는 마법의 주문인가  
▲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

한 청년이 아파트에 처박혀 인터넷 회사를 차렸다. 어느날 카페에 앉아 회사 이름을 뭘로 할까 고민했다. 종업원이 주문을 받으러 다가오자 그가 대뜸 “알리바바를 아느냐”고 물었다. 종업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알리바바에 대해 무엇을 아느냐”고 물었다. 종업원은 “열려라 참깨를 안다”고 대답했다. 그는 즉시 카페를 나와 지나가는 행인 20명을 붙잡고 똑같이 물었다. 모두가 “알리바바를 안다”고 말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회사이름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마윈은 1999년 단돈 6만 달러로 알리바바를 창업해 15년 만에 시가총액이 무려 2310억 달러에 이르는 글로벌 전자상거래업계의 공룡으로 우뚝 섰다.

알리바바는 한국기업에게 거대 중국시장의 문을 여는 마법의 주문이 되고 있다.

알리바바가 투자를 검토했다는 말만 돌아도 그 기업의 주가가 급등한다.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쇼핑몰에 입점하기만 하면 대박을 낼 것이란 기대에 부푼다. 알리바바와 제휴했다는 것만으로도 브랜드 가치가 훌쩍 뛰어오르기도 한다.

알리바바에 기대는 기업들은 물류나 유통업체들에 국한되지 않는다.

화장품부터 속옷까지 소비재를 만드는 기업들을 비롯해 엔터테인먼트업계, 부동산업계까지 알리바바 후광효과를 노린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심지어 지자체들도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시장 문을 두드리며 알리바바 앞에서 ‘열려라 참깨’를 외치고 있다.

그런데 알리바바를 앞세워 ‘열려라 참깨’ 주문을 외치기만 하면 동굴에서 보물을 얻듯이 중국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 알리바바 후광 효과 노리는 물류업체들

오는 8일 강남구 삼성동 섬유센터에서 중국 알리바바그룹 B2B플랫폼 온라인 입점 설명회가 열린다.

한국의류산업협회와 코트라 상해무역관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산업통상자원부가 후원하는 행사다. 섬유패션업계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중국 등 해외시장 확대를 꾀하기 위해 마련됐다.

주최측은 알리바바그룹이 운영하는 B2B플랫폼에 오는 5월 전용한국관을 연다고 밝혔다. 7일까지 행사 참가업체 50개를 선착순으로 모집하는데 문의와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알리바바를 발판으로 중국 온라인시장 판로를 개척하려는 업체들의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국내 물류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은 최근 한중 국제특송 전세기 취항 기념식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CJ대한통운은 알리바바그룹의 물류사 차이냐오, 중국 대형 택배사 위엔퉁과 국제 화물운송 시간을 1시간 앞당기기 위해 전세화물기를 운영한다.

그 다음날 많은 언론들은 ‘CJ대한통운, 알리바바와 국제 특송용 전세기 띄운다’라는 제목으로 CJ대한통운이 마치 알리바바와 함께 전세화물기를 운영하는 것처럼 보도했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CJ대한통운의 협력파트너는 택배사 위엔퉁일 뿐이다. CJ대한통운의 역할도 한국에서 국제특송 화물의 분류, 배송업무를 수행하는 것뿐이다. 그러나 CJ대한통운은 이런 보도를 통해 알리바바 후광효과를 봤다.

알리바바가 전자상거래 업체인 만큼 상품배송의 최전선 기지인 물류업계가 알리바바 효과를 노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는 CJ대한통운 뿐 아니라 경쟁사들도 알리바바 잡기 경쟁을 뜨겁게 펼치고 있다.

현대로지스틱스도 알리바바와 제휴해 ‘알리페이’를 채택하는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역직구 물류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알리페이는 알비바바의 지급결제서비스다. 중국 역직구 시장공략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CJ대한통운이나 현대로지스틱스가 내세운 것처럼 국내 물류업계 대표기업들의 중국 가는 길이 과연 탄탄하기만 할까?

중국인의 소비성향과 현지 물류네트워크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은 고개를 내젓는다.

중국인들은 기본적으로 배송망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 땅이 워낙 넓어 중국 배송망 자체도 완벽하게 구축돼 있지 않다.

중국 역직구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해도 외국기업이 택배시장에 진출해 성공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알리바바, 중국시장 여는 마법의 주문인가  
▲ CJ대한통운이 지난 19일 한중 국제특송 전세기 취항 기념식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롯데마트와 이마트, 알리바바 ‘최초’ 두고 날선 신경전


유통업계의 알리바바 효과 마케팅 경쟁도 물류업계 못지않다. 국내 대형마트를 대표하는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롯데닷컴은 지난달 12일 중국 온라인쇼핑몰 '티몰 글로벌' 안에 롯데마트관을 열었다고 홍보했다. 티몰은 알리바바그룹이 운영하는 종합쇼핑몰인데 해외 브랜드 제품들만을 따로 모은 전용관이 '티몰 글로벌'이다.

롯데닷컴은 “국내 대형마트 최초로 중국 온라인시장에서 실제 판매를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마트 역시 지난달 10일 '알리바바와 손잡고 역직구 이끈다-국내 대형마트 최초 티몰 글로벌 진출'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두 업체는 도메인 확보 시점과 실제 영업개시 시점을 놓고 서로 ‘최초’라며 신경전을 벌였다. 티몰글로벌에 누가 먼저 깃발을 꽂았느냐가 중국시장 선점의 잣대로 인식되고 있는 탓이다.

이런 알리바바 마케팅은 비단 기업들만 펼치고 있는 게 아니다. 국내 자치단체들도 알리바바에 구애의 손길을 뻗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강원도는 지난 1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강원도 농수산 식품의 중국수출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강원도와 식품유통공사는 협약을 맺어 알리바바를 통해 수출길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협약을 맺은 뒤 “오프라인상에서도 그렇고 온라인상에서도 알리바바라든가 여러 가지 큰 온라인 허브에 우리 농수축산물을 띄워서 직접 주문을 받아 배달하는 시스템을 빠른 속도로 갖추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알리바바 마케팅이라면 인천시도 이에 못지 않게 적극적이다. 영종도 부동산시장에 인천시가 알리바바와 50%씩 투자해 1조 원 규모의 ‘알리바바 타운’을 조성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오피스텔이나 상가 분양업체들은 홍보 전단지에 이를 아예 기정사실화해서 선전하고 있다. 쇼핑몰과 호텔, 물류센터 등 들어설 시설까지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정작 인천시는 이와 관련해 기초구상만 하고 있을 뿐 실제 투자와 관련한 협의를 전혀 진행하지 않고 있다.

◆ 증권가에서 나오는 ‘알리바바 주의보’

투자나 제휴소식에 가장 민감한 증권가에서도 알리바바 후광에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2일 주식시장에서 코리아나, 한국화장품, 리젠 등 화장품 관련주가 일제히 오름세를 보였다. 한 매체가 하이쎌이 화장품 회사인수를 물색중이라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하이쎌은 알리바바 자회사인 알리페이와 텐센트와 손을 잡고 면세사업을 하는 업체다. 국내에 이름도 생소한 이 회사가 화장품 관련업을 지난 2월 말 사업목적에 추가했다는 얘기까지 덧붙여졌다.

한류 엔터테인먼트를 이끄는 SM엔터테인먼트도 알리바바 투자설이 나올 때마다 주가가 급등했다.

알리바바 투자설은 지난해에도 한 차례 불거졌다 사그라들었는데 지난달 27일 또 다시 이런 소문이 돌면서 주가가 3% 가까이 올랐다. 역시 한 매체가 알리바바 투자를 검토한다고 보도한 것이 발단이었다.

그러나 보도내용을 들여다보면 알리바바가 SM엔터테인먼트에 투자하는 게 아니다.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의 개인투자펀드가 주주로 참여한 홍콩 엔터테인먼트기업인 미디어아시아가 SM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3억 달러 투자를 유치한다는 것이 내용의 전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알리바바와 관련한 수혜주들의 주가는 반짝 상승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증권가에 알리바바 주의보가 내려져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지경이다.

  알리바바, 중국시장 여는 마법의 주문인가  
▲ 롯데마트가 지난 18일 서울 롯데마트 서울역점을 찾은 중국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알리바바의 온라인쇼핑몰 티몰에 오픈한 '롯데마트관'을 소개하고 있다.<뉴시스>

◆ 알리바바, 중국 여는 ‘마법의 주문’인가


지난해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28조 원으로 연평균 35%라는 폭발적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2018년 시장규모가 180조 원에 이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의 지나친 알리바바 열기에 경고등도 켜지고 있다. 알리바바는 최근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물건을 막 팔기 시작한 한국 중소기업들에게 특허권리 침해 경고장을 보냈다.

중국업체들이 한국업체들로부터 특허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알리바바에 주장했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들은 특허공방을 벌이다 알리바바로부터 일방적으로 판매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알리바바의 쇼핑몰에서 이른바 ‘브러싱’이라는 허위주문이 이뤄지는 경우도 많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9월 기업공개 이후 중국당국으로부터 이와 관련해 엄중한 감시를 받고 있으나 근절되지 않고 있다.

전자상거래의 특성상 사업자가 매출을 부풀려 사이트에서 목 좋은 곳을 차지하는 사례를 완전히 차단하기는 불가능하다.

알리바바는 2014년 3월 회계연도에 쇼핑 플랫폼 타오바오와 티몰에서 이뤄진 거래량이 1조6800만 위안에 이른다고 밝혔다. 하지만 알리바바가 밝히고 있는 거래량 수치도 이런 브러싱 때문에 실제 거래량인지 의심을 사고 있다.

알리바바의 투자에도 우려의 시선이 제기된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모바일게임사업에 진출한다고 선언했으나 그뒤 11개월만인 지난 1월 사업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바일게임보다 콘솔게임 등 홈 엔터테인먼트로 사업을 선회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알리바바가 모바일게임 사업을 확대한다는 소식에 국내 많은 모바일게임업체들은 꿈에 부풀어 직간접적으로 사업협력을 모색해 왔다. 하지만 사업계획을 내놓은 지 채 1년도 안 돼 사업철수를 결정하자 국내 모바일게임 업체들은 헛물만 켜고 말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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