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D램업체가 표면적으로 반도체 투자 축소를 앞세우고 있지만 올해도 출하량을 크게 늘려 공급 과잉과 업황 악화를 이끌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14일 "D램 등 메모리반도체업황이 지금보다 한 단계 더 심각한 수준으로 나빠질 수 있다"며 "반도체기업들의 점유율 경쟁이 원인"이라고 바라봤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
최근 서버와 모바일시장에서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급감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기업은 일제히 공급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모든 반도체기업이 일제히 반도체 재고 부담을 감수하고 출하량을 줄이면 업황 회복을 앞당기는 최상의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하지만 공급 축소 전략에서 벗어나 배신하는 반도체기업이 등장한다면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반도체기업들이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일제히 출하량을 크게 늘리면서 공급 과잉을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현재 반도체 공급사들은 경제 불안 때문에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출하량을 크게 늘려 판매 촉진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표면적으로 반도체 투자 축소를 내걸더라도 올해 연말까지 공급을 계속 늘릴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반도체기업들이 1년 전부터 벌인 시설 투자 효과가 올해 점차 나타나고 있는 점도 당분간 투자 축소가 업황 개선에 크게 기여하기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선두업체의 반도체 공급 증가율이 시장 성장률을 웃돌면서 연말까지 업황 악화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의 올해 D램 공급 증가율은 23.8%, SK하이닉스의 증가율은 20.1%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10% 후반대에 그칠 것으로 추정되는 연간 수요 증가율을 웃도는 수치다.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급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김 연구원은 "반도체시장의 경쟁구도를 감안하면 단일 업체가 출하량을 줄여 수급을 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반도체산업과 관련된 기업에 보수적 시각을 유지한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