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반도체산업 진출을 경계하는 미국 정부의 압박이 계속되면서 중국 반도체기업의 시장 진출 가능성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의 반도체 진출로 받을 타격과 관련해 한동안 마음을 놓을 수 있게 됐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
김장열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연구원은 11일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삼성전자 등 반도체기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중국의 반도체시장 진입 장벽이 더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으로 최근 반도체업황이 빠르게 악화하면서 중국 반도체기업이 당분간 시장 진출을 노리기 어려워졌다고 바라봤다.
중국 반도체기업이 한동안 매출보다 높은 수준의 적자를 감수하거나 중국 정부의 막대한 국가 보조금에 의존해야 하는 데다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시장 진출을 내버려둘 리도 없다는 것이다.
중국을 상대로 한 미국 정부의 압박은 반도체사업 진출 의지를 꺾는 데 점차 효과를 내고 있다.
닛케이아시안리뷰 등 외국언론에 따르면 대만 반도체기업 UMC는 최근 중국 D램업체 푸젠진화에 반도체 기술을 지원하던 연구팀 인력을 대거 이동하며 프로젝트 중단도 논의하고 있다.
미국 법무부가 미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론의 기술 유출 혐의로 중국 반도체기업과 UMC를 함께 기소하면서 사실상의 압박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UMC는 9일 미국 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기술 유출 혐의에 무죄를 주장했다. 중국으로 기술 유출 혐의를 벗기 위해 푸젠진화와 협력도 중단하며 적극 방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 기술과 관련된 미국 기업의 소프트웨어와 장비 등을 푸젠진화에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금지 명령도 내렸다.
중국이 대만이나 미국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반도체 기술을 확보하려면 최소 수년 이상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반도체기업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런 우려를 어느 정도 덜 수 있게 됐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D램 진출을 준비하던 중국업체가 사업을 정상화하기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점에서 더욱 호재로 꼽힌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중국 반도체기업이 D램을 앞선 공정으로 양산할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며 "중국 리스크 완화가 삼성전자 등 한국 반도체기업에 긍정적"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