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고용부에 따르면 이재갑 장관은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기 위해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기존 제도에 해당하는 최저임금결정위원회와 전문가들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로 이원화하기로 개편 초안을 세웠다.
정부에서 최저임금을 올리는 속도가 소상공인 등 자영업자들에게 갑작스러운 부담을 안긴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고용부 등 정부는 객관성과 전문성을 갖춘 최저임금 구간설정위원회가 먼저 검토하면 시장 현실에 맞는 최저임금 인상폭을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봤다.
최저임금위원회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공익위원 9명을 고용부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했지만 이원화 이후 최저임금결정위원회의 공익위원 고용부 추천 권한도 노동자와 사용자에 나눠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자영업자들과 노동자들 모두 전문가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가 정부 의견만 대변할 수 있다며 비판 의견을 내놓고 있던 상황에서 이 장관은 정부 권한을 줄여 최저임금의 직접적 당사자인 노동자와 사용자의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되도록 개편방안을 짜고 있는 셈이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현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3분의 1에 해당하는 공익위원들이 정부 편에 서서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데 전문가집단까지 개입해 정부 목소리만 더 많이 반영되는 상황이 와서는 안 된다”며 “소상공인들을 대변할 인물이 더 많이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영계와 노동계는 최저임금구간설정위원회가 구간을 너무 좁게 설정하면 실질적으로 전문가집단이 최저임금을 다 결정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승길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교 교수는 8월 국회 토론회에서 “해마다 최저임금위원회 심의과정을 보면 정부에서 위촉한 공익위원들이 사실상 최저임금을 결정하고 있다”며 “공익위원 선출 과정 등 최저임금결정위원회 구성과 운영방식을 정부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최저임금위원회는 공익위원 9명,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으로 이뤄져 있는데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의 의견이 대립할 때 사실상 공익위원들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공익위원은 공익을 대변하는 위치에 있지만 모두 고용부 장관의 제청으로 위촉돼 정부의 의견을 대부분 따른다는 얘기도 있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결정에 전문가 집단이 개입하는 데 부정적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국노총은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이분화하면 전문가들이 구간설정위원회에서 최저임금 구간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노동자와 사용자의 자율성이 침해될 수 있다"며 "경제와 고용상황을 고려하는 정부의 기준만 강조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구간설정위원회 위원을 뽑을 때 객관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공익위원 자격을 갖춘 사람들 가운데 15명 범위 안에서 노동계, 경영계, 정부가 같은 인원 수를 추천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전공별, 성별 등 다양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 장관은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초안을 바탕으로 1월 말까지 토론 등 공론화 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개편 초안 전체 내용을 보면 노동계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노동계도 협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