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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이인찬 SK브로드밴드 사장, 황창규 KT 회장,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주문형 다시보기(VOD) 서비스로 IPTV시장에서 LG유플러스의 대반전을 만들어내려고 한다.
이에 맞서는 KT와 SK브로드밴드의 시장수성 노력도 만만치 않다.
주문형 다시보기(VOD) 콘텐츠시장을 둘러싼 유료방송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IPTV와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업체들이 VOD사업에 목을 매는 이유는 유료방송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VOD시장을 놓고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이 자칫 유료방송업체들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 이상철 “VOD로 IPTV 만년 꼴찌 벗어난다”
26일 방송업계에 따르면 국내 VOD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IPTV사업자들이 잇따라 VOD 관련 신규 서비스를 내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기업은 LG유플러스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VOD사업을 통해 LG유플러스를 IPTV시장 만년꼴찌에서 구해내려고 한다.
이를 위해 LG유플러스는 파격적 서비스를 내놨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난 2월부터 국내시장에 독점으로 공급하고 있는 ‘HBO' 콘텐츠다.
HBO는 ’왕자의게임‘, ’섹스앤더시티‘ 등의 드라마를 제작한 미국 최대 케이블TV 채널이다.
LG유플러스는 HBO 콘텐츠를 출시한 뒤 한 달 만에 시청회수 60만 건을 넘기며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17일부터 시청자들의 취향에 맞춘 VOD 콘텐츠를 자동으로 추천해주는 ‘추천 VOD 서비스’도 출시했는데 고객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IPTV에서 VOD 경쟁판도를 보면 LG유플러스가 판을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IPT V점유율 19%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는 한계를 VOD를 통해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 KT, SK브로드밴드 “어딜 넘봐”
LG유플러스의 거센 공세가 이어지자 경쟁기업인 KT와 SK브로드밴드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KT는 강점을 지닌 초고화질(UHD)방송을 전면에 내세웠다. KT는 ‘UHD 전용관’의 숫자를 올해 더욱 늘려 ‘인터스텔라’ 등 인기 영화 콘텐츠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KT는 지난해 1717억 원의 매출을 VOD를 통해 냈다.
SK브로드밴드는 2006년 국내 IPTV시장에서 VOD사업을 최초로 시작한 자존심을 지키려고 한다.
SK브로드밴드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키즈 콘텐츠’에 주목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현재 ‘로보카 폴리’, ‘라바’ 등의 인기 애니메이션을 독점으로 공급하는 전용관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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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유플러스가 지난 2월부터 국내 독점공급하기 시작한 HBO 드라마의 시청건수가 한 달만에 60만 건을 넘어섰다 |
SK브로드밴드는 ‘키즈 콘텐츠’와 같은 이른바 ‘틈새시장’공략이 성공을 거두며 이달 기준 IPTV 가입자가 300만 명을 돌파했다.
VOD를 둘러싼 IPTV사업자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IPTV에서 VOD가 차지하는 매출규모도 급격히 커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2월 발표한 ‘2014년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에 따르면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IPTV 3사가 지난해 거둔 VOD 매출총액은 2931억 원으로 전체 VOD 시장의 67.7%를 차지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장 전반에 걸쳐 사업자간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며 “IPTV사업자들의 VOD시장 집중도도 높아져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 왜 VOD사업에 목을 매나
IPTV사업자들은 VOD사업이 기존 가입자를 늘리는 식의 고전적 마케팅보다 훨씬 수익성이 높은데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국내 유료방송 전체 가입자가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2660만 가구에 이르러 더 이상 가입자를 늘리는데 한계가 있다고 본다.
유료방송업체들은 저가 출혈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는 것을 막고자 1인당 기대수익(ARPU)이 높은 VOD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여기는 것이다.
유료방송시장은 사업 특성상 그동안 고객에게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이 매월 2만 원 안팎으로 고정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가입자를 늘리기 위한 저가 출혈경쟁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장부상 매출과 실제 매출의 차이도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VOD는 가입자가 편당 700~1000원 사이인 콘텐츠를 원하는 만큼 시청할 수 있어 기대할 수 있는 수익 규모가 훨씬 크다.
이는 IPTV뿐 아니라 케이블TV업체들에도 찾아볼 수 있다.
케이블TV는 점차 가입자를 IPTV에 내주는 상황에서 VOD 판매를 통한 수익성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CJ헬로비전과 티브로드 등 사업자들도 VOD전용관이나 모바일 VOD 등 신규상품을 내놨다.
유료방송사업자들이 방송채널과 콘텐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도 이들이 VOD사업에 주목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비싼 돈을 들여 채널을 확보하거나 콘텐츠를 직접 개발하는 것보다 이미 인기가 검증된 VOD 콘텐츠를 이용하는 것이 낫다는 얘기다.
VOD시장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콘텐츠의 경우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매출 성장률이 48%에 이르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앞으로 영화 매출이 극장에서보다 VOD에서 더 많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 과열경쟁, 제살 깎아먹나
VOD시장은 성장기에 있지만 시장에서 벌써부터 ‘제살 깎아먹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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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석 CJ헬로비전 사장 |
케이블TV VOD 전문방송 ‘홈초이스’는 25일 매주 수요일마다 최신 인기 콘텐츠를 100원에 제공하겠다는 파격적 혜택을 내놨다.
IPTV와 케이블TV의 주요 사업자들도 이런 ‘파격가’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VOD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여겨지고 있다”면서도 “업체들 입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VOD사업이 인기를 끌면서 원천 콘텐츠 저작권자인 지상파 방송들이 VOD 콘텐츠 판매가격을 인상하라고 요구하는 점도 잠재적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VOD 콘텐츠는 700원~1000원에 판매되고 있는데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를 1500원 수준으로 올릴 것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유료방송업체 입장에서 콘텐츠 가격 인상은 곧 판매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상파 VOD 가격이 오르고 이용자가 줄면 VOD생태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며 “달걀 낳는 암탉의 배를 가르는 꼴이 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료방송업체들도 이런 점에 주목하고 현재 30% 가량에 머물러 있는 ‘월정액 VOD’ 보급을 늘리려고 한다.
월정액 제도 가입자가 늘게 되면 VOD 콘텐츠 구입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VOD 이용률이 높아지면서 광고수익 기반도 탄탄해진다.
또 유료방송업계 특성상 월정액요금을 도입해도 기존 월간 이용요금과 큰 차이가 없어 가입자들을 빠르게 정액요금제로 전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콘텐츠 1개의 가격이 1천 원이라고 했을 때 유료방송 사업자가 가져가는 수익은 300원 가량에 그친다”며 “이보다 마진이 높은 광고수익을 늘리려면 VOD판매량이 늘어나는 게 가장 핵심”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