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홍원 국무총리가 2013년 11월 서울 용산구 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신형 제네시스’ 출시 행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뉴시스> |
현대자동차가 유럽 프리미엄 자동차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출시한 신형 제네시스의 판매실적이 부진하다.
신형 제네시스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차의 품질을 보여주기 위해 힘을 쏟은 대표적 차량이다.
정 회장은 신형 제네시스의 성공을 통해 유럽 자동차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려고 했는데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 제네시스, 유럽에서 초라한 성적
2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올해 유럽시장에서 1월과 2월을 합쳐 모두 50대도 팔리지 않았다.
1월에 22대, 2월에 26대 판매됐다. 제네시스는 지난해에도 월평균 20대 정도 판매되는 데 그쳤다.
신형 제네시스는 유럽에 출시된 현대차의 첫 대형 세단이다. 자동차회사의 대형 세단은 판매량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자동차회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고 기술력을 보여주는 얼굴이다.
현대차는 유럽에서 현대차의 이미지를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해 5월 신형 제네시스를 유럽에 출시했다.
정 회장은 제네시스를 통해 유럽에서 ‘저렴하고 적당한 성능을 가진 차’를 만드는 자동차회사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정 회장은 신형 제네시스를 출시할 당시 “유럽에서 유럽 명차들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차”라며 “제네시스로 유럽 소비자들에게 현대차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줘 유럽에서 일류 브랜드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신형 제네시스 개발단계부터 유럽 자동차시장에 초점을 맞췄다. 디자인뿐 아니라 유럽 소비자들이 따지는 주행감도 세심하게 신경을 기울였다. 경쟁모델로 직접 BMW 5시리즈, 벤츠 E클래스를 꼽는 등 독일 세단과 정면승부에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지난 2월까지 모두 200여 대 판매되는 데 그치면서 현대차의 유럽 프리미엄시장 공략도 암초를 만났다.
유럽 자동차시장이 최근 들어 6년 만에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현대차에 마냥 유리한 조건은 아니다.
현대차가 그동안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침체에 빠진 유럽시장에서 선전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품질과 이미지로 승부를 봐야하는 시기가 온 셈이다.
◆ 유럽에서 왜 고전하나
제네시스가 유럽 자동차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이유는 보수적 소비자들의 성향과 디젤 선호 현상이 꼽힌다.
유럽의 소비자들은 연비 등 효율성을 중시해 디젤모델을 선호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현대차의 디젤 기술력은 유럽 브랜드들에 비해 뒤쳐진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유럽 소비자는 유럽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도 매우 강한 편이다. 세계 고급차나 고성능차 대부분이 유럽산 브랜드다. 역사도 대개 100년이 넘는다.
유럽 소비자들의 눈높이도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가격과 디자인, 성능뿐 아니라 주행감과 인테리어에도 신경을 쓴다.
이 때문에 유럽 자동차시장은 자동차회사들이 진출해 성공하기 가장 어려운 시장으로 꼽힌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고급 브랜드 캐딜락과 포드의 링컨, 일본 토요타의 렉서스 등도 유럽시장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이 유럽시장을 공략하는 것도 유럽에서 인정받을 경우 글로벌 브랜드로서 이미지를 한층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제네시스는 2008년 미국시장에 처음 진출했을 당시 3개월 만에 월간 판매량 1천 대를 넘겼다. 지난해 출시한 2세대 제네시스도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1세대 제네시스는 미국 등 북미시장에서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와 이미지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는 제네시스가 미국시장에서 성공하자 야심차게 유럽시장에서 도전했지만 아직은 유럽의 높은 벽만 확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