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으면서 카카오의 금융사업 확대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의 벌금형이 카카오페이의 '바로투자증권' 인수는 물론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로 오르는 일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김 의장은 법원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내린 벌금 1억 원의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 준비를 하고 있다.
약식명령은 지방법원이 공판을 진행하지 않고 서면심리만으로 벌금, 과료, 몰수형 등을 내리는 재판 절차다. 이에 불복하는 사람은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
김 의장은 2016년 카카오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는 과정에서 5곳의 계열사(엔플루토, 플러스투퍼센트, 골프와친구, 모두다, 디엠티씨)를 누락해 신고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거래법은 자산이 5조 원을 넘는 대기업집단과 그 총수는 보유한 기업과 지분 내역 등을 공정거래위원회에 보고하고 공시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를 허위로 보고하거나 누락하면 최대 1억 원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김 의장은 계열사 신고 누락이 고의가 아닌 데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경고조치를 받고 마무리됐던 사건인 만큼 정식재판에서 법원의 약식명령이 뒤집어질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검찰에 고발해야 할 사안을 경고조치로 끝냈다고 판단하고 11월21일 김 의장을 약식기소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계열사 신고 누락은 제출 담당자의 경험 부족에 따른 1회의 단순 과실이었으며 누락 사실을 인지해 자진신고함으로써 공정위의 경고조치로 마무리됐던 사건”이라며 “고의가 아니라 단순 과실로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을 정식재판에서 소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정식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카카오 금융사업의 속도를 늦춰야 할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페이는 바로투자증권 인수 계약을 맺고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김 의장의 벌금형이 정식재판 절차를 밟고 있는 동안에는 심사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금융회사 대주주는 최근 5년 동안 금융 관련 법령, 공정거래법, 조세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김 의장의 벌금형은 카카오의 금융회사 대주주 자격에 결격 사유가 될 수 있다.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로 오르려던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카카오는 한국금융지주(지분율 58%)에 이어 카카오뱅크의 지분 10%를 들고 있는 2대주주다.
카카오는 2019년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시행되면 한국금융지주가 들고 있는 카카오뱅크 지분 58% 가운데 20%를 액면가에 넘겨받아 최대주주가 될 수 있는 콜옵션을 쥐고 있다.
그러나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가 되기 위해서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대주주의 범위를 넓게 보고 있어 그 안에 김 의장이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며 “김 회장의 벌금형이 확정된다면 카카오가 카카오뱅크 최대주주가 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