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봉석 LG전자 MC사업본부장 겸 HE사업본부장 사장이 접는(폴더블) 스마트폰 공개를 서두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폴더블 스마트폰 초기 출하량이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기존 스마트폰과 기술적 차이가 큰 만큼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등에서 완성도를 높이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업계는 파악한다.
▲ 권봉석 LG전자 MC사업본부장 겸 HE사업본부장 사장 |
18일 외신과 스마트폰업계의 분석을 종합하면 LG전자가 내년 1월초 열리는 세계 정보기술(IT) 전시회에서 폴더블 스마트폰을 선보이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미국 IT매체 폰아레나(PhoneArena)와 영국 IT매체 테크레이더(Techradar) 등은 18일 “LG전자가 CES에서 폴더블 스마트폰을 공개할 가능성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며 “2019년 상반기에 폴더블 스마트폰을 내놓을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보도했다.
애초 시장은 삼성전자가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를 예고한 만큼 LG전자도 출시를 서두를 것이라고 바라봐왔다.
일부 외신은 LG전자가 CES 2019에서 폴더블 스마트폰을 처음으로 내놓을 것이라고 보도했고 증권업계는 2월 열리는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19’에서 폴더블 스마트폰을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점치기도 했다.
LG전자도 폴더블 스마트폰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하게 보였고 기술 수준을 올리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LG전자쪽의 분위기가 조금 바뀐 것으로 파악된다.
LG전자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가 플렉서블 올레드(OLED) 디스플레이를 선보인지 3년 됐는데 우리가 폴더블 스마트폰을 준비하지 않고 있을 리가 없지 않겠냐”며 “다만 폴더블 스마트폰이라는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제공할 수 있을 때 내놓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등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기업과 접는 스마트폰 출시와 관련한 속도 경쟁을 벌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권 사장의 이런 속도 조절은 제품을 준비하기까지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고 디자인이나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등을 폴더블에 최적화하는 데 좀 더 공을 들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LG전자가 이미 내년 CES에서 5G 스마트폰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술적 위험성을 감수하면서까지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를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수 있다.
접는 스마트폰의 수요가 불확실하다는 점도 고려됐을 가능성이 있다.
시장 조사기관 위츠뷰는 “전체 스마트폰에서 폴더블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9년 0.1%, 2020년 0.7%에 불과하다”며 “폴더블 스마트폰의 기술 최적화가 아직 필요하고 시장의 수요도 확실하지 않다”고 내다봤다.
접는 스마트폰의 기술적 문제가 해결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수없이 접었다 폈다 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소프트웨어가 원활하게 구동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시장 출시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수요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제품에 치명적 결함이라도 발생하면 접는 스마트폰시장의 형성 자체가 오래 미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준비 중인 인폴딩 방식(안으로 접는 방식)의 폴더블 스마트폰은 내부와 외부 디스플레이 전환이나 베젤 두께, 배터리 수명 등에서 아직까지 지속적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바라본다.
10월 중국 스마트폰 기업 로욜이 최초로 공개한 아웃폴딩 방식(바깥으로 접는 방식)의 폴더블 스마트폰 또한 투명폴리이미드(CPI) 필름의 두께나 강도, 유연성 등 기술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이 많은 것으로 평가받았다.
로욜의 폴더블 스마트폰은 5년 전 삼성전자가 공개한 수준보다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으며 세계 최초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냉담한 반응을 얻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