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장 위원장은 4차산업혁명위의 2기 운영에서 다룰 주요 현안으로 의료, 제조, 금융, 스마트시티 등 여러 분야를 폭넓게 제시하고 있지만 게임은 논의 주제로 넣지 않았다.
장 위원장은 게임업계에서 쌓은 경험과 명성을 바탕으로 4차산업혁명위원장에 올랐다. 지금도 중견 게임회사인 크래프톤(옛 블루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그러나 4차산업혁명위는 1기 당시 게임산업을 따로 논의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장 위원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했을 때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으로부터 4차산업혁명위에서 게임을 현안으로 다뤄야 한다는 요청을 받기도 했다.
당시 장 위원장은 연임하면 4차산업혁명위 현안으로 게임산업을 검토할 뜻을 보여왔지만 결국 2기에서도 1기와 같은 기조를 유지했다.
장 위원장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게임산업을 4차산업혁명위의 현안으로 다루지 않는 이유를 질문받자 “2기 4차산업혁명위원들과 워크숍 등에서 여러 차례 대화했지만 게임산업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내 개인적으로는 게임산업 종사자인 만큼 게임을 다루고 싶지만 위원장이 그러면 안 된다”며 “2기 위원회의 운영계획은 나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장 위원장이 연임하고 2기 4차산업혁명위원들이 임명될 때부터 게임이 이번에도 다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고진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장과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를 제외하면 게임 관련 경력을 쌓은 2기 위원이 없기 때문이다. 게임 관련 경력이 있는 위원들을 살펴봐도 고 회장은 모바일산업, 표 대표는 블록체인 전문가로 더욱 손꼽히고 있다.
장 위원장과 2기 4차산업혁명위원들은 당장 민간의 수요가 높고 민관의 소통 부족이 지적되고 있는 공유경제와 블록체인 등을 주요 현안의 우선 순위에 둔 것으로 보인다.
게임도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 등 4차산업혁명 기술을 적극 사용하는 분야로 꼽히지만 민간 수요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민관 사이의 소통 창구도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4차산업혁명위 관계자는 “게임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현재 담당하고 있는 분야”라며 “민간 수요가 향후 늘어날 가능성도 있지만 4차산업혁명위가 모든 산업을 다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이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으로 일하고 있는 점도 4차산업혁명위에서 게임을 다루지 않는 것에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다.
자칫하면 4차산업혁명위가 장 위원장의 이해관계와 연관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처음부터 그럴 가능성을 차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게임업계와 정치권에서는 4차산업혁명위가 게임을 우선 순위에서 밀어둔 점에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게임은 정보통신기술과 콘텐츠에 연관돼 4차산업혁명위가 충분히 다룰 수 있는 주제”라며 “이낙연 국무총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게임 진흥을 말하는 마당에 4차산업혁명위에서 게임을 논의하지 않는 것은 무척 아쉽다”고 말했다.
이동섭 의원실 관계자도 “장 위원장이 4차산업혁명위 2기에서 게임을 현안으로 다루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게임을 현안에서 빼 실망한 것도 사실”이라며 “4차산업혁명위에 관련 의견을 요구했고 앞으로도 논의 현안으로 다뤄줄 것을 계속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