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이 교보생명 기업공개(IPO) 여부를 놓고 ‘진퇴양난’에 빠져있다.
교보생명 재무적투자자들이 교보생명의 기업공개 여부와 관계없이 풋옵션(투자금 회수를 위한 지분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으면서 선뜻 기업공개를 결정하기도 쉽지 않아졌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11일 이사회를 열어 기업공개를 추진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비율(K-ICS)제도 도입에 맞춰 자본을 확충할 필요성이 큰 데다 재무적투자자인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하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이 풋옵션은 교보생명이 2015년 9월까지 상장하지 않으면 신 회장이 재무적 투자자가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을 이자를 더해 다시 매입한다는 내용이다. 이미 시한은 한참 넘긴 상태다.
교보생명 지분 24%를 보유한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10월 말 신 회장에게 풋옵션을 통보했다. 어피너티컨소시엄은 사모펀드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AEP)와 IMM프라이빗에쿼티(IMMPE),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베어링PEA),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으로 구성됐다.
교보생명이 8월에 기업공개 등 자본 확충 업무를 맡길 주관사 2곳을 선정하면서 불만이 잦아들었지만 9월 이사회에서 기업공개를 의결하지 않고 뒤로 미루자 재무적투자자들이 강경한 태도로 돌아선 것이다.
이에 따라 교보생명이 이번 이사회에서 기업공개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등 재무적투자자들은 교보생명의 기업공개 여부와 관계없이 여전히 신 회장에게 풋옵션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적투자자들은 교보생명이 기업공개를 약속했던 2015년에서 이미 3년여가 지난 만큼 더 이상 기업공개를 기다리면서 풋옵션을 철회하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태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생명보험업황이 안 좋아지고 국내 증시에 상장한 생명보험사들의 주가 흐름이 지지부진한 만큼 교보생명이 기업공개를 하더라도 자금을 회수할 매력적 방안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옵션행사로 자금 회수방안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재무적투자자들이 교보생명 지분을 사들인 2012년에 교보생명 기업가치는 5조 원대였지만 현재 시장에서는 교보생명 기업가치는 4조 원대로 오히려 쪼그라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기업가치대로 교보생명 주가가 결정된다면 신주 발행과 맞물려 재무적투자자들은 교보생명이 상장하면 오히려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
신 회장으로선 교보생명 기업공개 카드가 더 이상 투자금 회수를 원하는 재무적투자자들을 달랠 카드가 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교보생명으로서도 최근 공모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데다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시장에서 제 가치를 평가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공개가 썩 내키는 방안은 아니다.
그렇다고 신 회장 개인이 재무적투자자들의 풋옵션을 받아들일 1조 원 대 자금을 마련하기도 사실상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재무적투자자들이 교보생명과 신 회장의 주변 상황을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닌 만큼 교보생명의 기업공개 결정과 함께 연말 배당을 앞두고 배당금을 늘리기 위한 포석 아니겠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신 회장이 교보생명 기업공개를 결정하는 것과 동시에 계열사 매각 및 배당 확대 등을 통해 교보생명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면서 재무적투자자들과 교보생명 상장 시기를 조율할 가능성도 있다.
다른 재무적투자자를 유치하는 방안도 있지만 지금 교보생명 처지를 감안하면 새 우호세력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