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제약그룹이 인적분할했던 회사를 2년 만에 다시 합병하면서 지주사 전환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보령제약그룹과 보령메디앙스의 계열분리가 현실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 보령제약그룹, 지주사 전환 포기하나

6일 업계에 따르면 보령제약그룹이 5일 보령과 보령홀딩스를 합병하면서 지주사체제 전환이 백지화됐다는 시선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앞서 보령제약그룹은 2년 전인 2017년 1월 초에 그룹의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보령을 0.76402 대 0.23598 비율로 인적분할해 보령홀딩스와 보령을 만들었다.

당시 보령제약그룹의 인적분할을 놓고 지주사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사전조치라는 분석이 힘을 얻었다.

당시 공정거래법상 2017년 7월부터 지주사 전환을 위한 자산요건 기준이 1천억 원에서 5천억 원으로 상향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보령의 자산은 2015년 말 기준 1429억 원으로 2017년 7월 이후 지주사체제 전환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지주사체제로 전환하게 되면 2년 동안 현물출자의 양도차익 과세가 이연된다. 많은 대기업 오너들이 이 방법을 이용해 보유한 주식을 지주사에 현물출자하고 지주사의 신규 주식을 받는 방식으로 기업 지배권을 확대했다.

이 때문에 당시 보령제약그룹의 보령 인적분할을 놓고 김은선 보령제약 회장의 아들인 김정균 상무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주사체제 전환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보령제약그룹은 최종적으로 지주사 전환을 하지 않았다.

보령제약그룹 관계자는 “당시 지주사 전환을 위한 신청 기준에 미달했다”고 설명했다.

보령 인적분할 이후 보령제약그룹의 지주사가 된 보령홀딩스의 자산총액은 973억 원이었다. 1천억 원에 아슬아슬하게 못 미쳤다.

이를 놓고 오너 일가의 의지만 있으면 보령홀딩스가 자산 1천억 원을 넘기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했다는 반론도 나온다.

◆ 보령제약과 보령메디앙스 계열분리도 멀어지나

보령제약그룹의 지주사 전환 무산의 배경에는 김은선 보령제약 회장과 김은정 보령메디앙스 부회장의 ‘갈라서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자리잡고 있다.
 

보령제약그룹은 충남 보령군 웅천면 출신인 김승호 창업주가 1957년 종로에 세운 보령약국이 모태다.

보령제약그룹은 1963년 용각산과 겔포스 등을 내놓으며 성장했고 1979년 보령메디앙스를 세우며 유아용품사업에도 뛰어들었다.

김 창업주는 딸만 4명을 뒀는데 장녀인 김은선 회장과 막내인 김은정 부회장만이 경영에 참여했고 둘째 김은희씨와 셋째 김은영씨는 전업주부로 살고 있다.

김 창업주는 김은선 회장에게 보령제약, 김은정 부회장에게 보령메디앙스를 물려주는 방향으로 경영권을 승계했다.

김은선 회장은 2008년 보유한 보령메디앙스 지분 전량(14.20%)을 막내 동생인 김은정 부회장에게 넘겼다. 김은정 부회장도 들고 있던 보령제약 지분 전량(5.18%)을 맏언니 김은선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보령에 넘겼다.

이 과정을 통해 김은선 회장은 보령제약그룹 경영권을 승계받았고 김은정 부회장은 보령메디앙스 최대주주에 올랐다. 김은정 부회장은 현재 보령메디앙스 지분 29.80%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지주사 전환을 통한 자매 사이 계열분리는 생각만큼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가 되려면 상장자회사의 지분 20% 이상을 확보해야 했다. 보령메디앙스는 상장사다. 그러나 보령홀딩스가 보유한 보령메디앙스 지분은 13.01%에 그쳤다.

지주사 전환을 위해 보령메디앙스 지분 7%를 추가로 매입해야 하거나 보령메디앙스 지분을 정리해 계열분리를 해야 했다.

당시 보령홀딩스가 추가로 보령메디앙스 지분을 매입하면 김은정 부회장의 독립경영이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반대로 지분을 정리해 계열분리를 하려면 ‘보령’ 상표권을 놓고 어떻게 할 것인지 양측이 합의를 봐야 했다.

이 때문에 2017년 1월 지주사 전환을 위한 준비는 어느 정도 마쳤지만 최종 의견 조율 과정에서 합의에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한다.

보령제약그룹의 지주사 전환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보령메디앙스의 계열분리는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령홀딩스는 올해 9월 1차례, 10월 두 차례에 걸쳐 보령메디앙스 지분을 10.95%까지 낮췄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