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철 기자 esdolsoi@businesspost.co.kr2018-12-05 17:3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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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가 회장 선출 방식을 대의원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바꾸고 1회 연임을 허용해야 한다고 나서자 과거에 경험한 각종 부작용을 잊은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장은 2009년부터 시행된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라 조합장 가운데 대의원 간선제로 치러지며 2011년부터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위탁받아 관리하고 있다.
▲ 최원병 당시 농협중앙회 회장 등 농협중앙회 간부들이 2009년 1월7일 서울 농협중앙회에서 열린 농협자체개혁 방안 발표에 앞서 사죄의 절을 하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회장의 임기가 4년 단임제로 바뀐 때도 2009년으로 현재와 같은 농협중앙회장 선출 방식과 임기, 권한이 정해졌다.
지금 방식이 정해진 것은 과거 회장에 오른 인물들이 모두 각종 비리에 휘말리면서 권한 분산 및 감시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농협이 센가, 대통령이 센가 두고 보자”며 작심발언을 했던 것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이 “농협이 정치를 해선 안 된다. 역대 기관장 가운데 감옥에 가장 많이 가는 곳이 농협중앙회와 국세청”이라고 말했던 데에서 농협중앙회장의 막강한 권한과 그에 따른 전횡을 엿볼 수 있다.
이런 시각 속에서 농협중앙회장을 둘러싼 제도 변화는 회장이 농민들을 대표하는 사람임은 인정하되 주요 의사결정은 이사회를 중심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됐다.
민선제로 뽑힌 첫 회장이었던 한선호 전 회장과 2대 회장이었던 원철희 전 회장은 잇달아 비자금 조성 및 뇌물 수수혐의로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자리를 떠났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4년 농협중앙회장이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농협협동조합법을 개정해 상근직이었던 농협중앙회장을 비상임직으로 바꿨다.
농협중앙회장은 결재선과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않도록 하고 농협중앙회 전무이사가 등기이사로서 실질적 최고경영자(CEO) 역할을 하도록 만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대 회장인 정대근 전 회장은 비상임이면서도 모든 권한을 손에 쥐고 주요 의사결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결국 정 전 회장도 2007년 임기 중간에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자 농림수산식품부는 2008년 농협중앙회장의 인사 추천권을 없애고 중앙회 이사회를 실질적 의결기구로 바꾸는 농협 개혁안을 내놓았다.
선거가 과열되는 것을 방지하고 전문경영체제를 갖추기 위해서는 직선제보다 간선제가 바람직하다는 판단이었다.
2009년 최원병 전 회장이 이 농협 개혁안을 대부분 받아들이며 그동안 지역 조합장들이 회장을 뽑는 직선제에서 조합장들이 선출한 대의원들이 회장을 뽑는 간선제로 바꾸고 단임제를 도입했다.
이와 함께 인사추천위원회를 새로 만들어 농협중앙회장이 들고 있던 인사권도 넘겼다.
최 전 회장은 2009년 1년 기자회견을 갖고 “농협을 농업인에게 돌려드리기 위해 강도 높은 구조개혁을 추진한다”고 말했다.
다만 최 전 회장이 단임제를 도입하고도 2011년 말에 다시 후보로 나서 연임에 성공하면서 김병원 현 농협중앙회장이 사실상 단임제를 적용받는 첫 회장인 셈이다. 농협중앙회는 사실상 단 한 번도 단임으로 임기를 마친 회장을 겪어본 적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농협중앙회가 처음 해보는 단임체제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지켜보기도 전에 직선제와 연임제를 원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농협중앙회장에게 과도한 권한이 주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농협협동조합법에 비상근제도 도입, 간선제 도입, 연임 제한, 인사추천위원회 도입 등을 애써서 담았는데 모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공청회에서 “2009년 직선제를 간선제로 바꾼 배경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직선제였을 때의 문제가 다 해결됐는지를 봤을 때 국회나 정부처럼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안 되는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단임제는 과거 회장의 부패 등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였다”며 “농협중앙회장은 경영자가 아닌 협동조합을 대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