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이 상시 전직 지원제도를 실시한다. 실적 부진이 예상되는 '인고의 시기'를 버티기 위해 노사가 손을 잡았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보험업계의 어려운 상황으로 실적 부진을 전망하고 비용 절감을 위해 '상시 전직 지원제도'를 도입한다.
상시 전직 지원제도는 만 60세인 정년에 이르지 않은 15년 이상 장기근속 임직원을 대상으로 전직을 지원해 주는 제도다.
근속기간이 15~19년 이하인 직원은 퇴직금과 기본급 15개월 치를 받을 수 있다. 근속기간 20년 이상 직원은 퇴직금에 기본급 20개월 치를 더 받는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상시 전직 지원제도는 노사 합의 과정에서 건강, 육아 등 개인 사정으로 퇴직을 희망하는 직원들에게 복지 제공 차원에서 마련된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언제부터 전직 지원 신청을 받을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이르면 12월 초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생명이 전직 희망자를 받는 것은 2014년 이후 4년 만이다. 2014년에는 희망퇴직을 받으며 퇴직 직원에게 퇴직금과 30~36개월 치의 기본급을 지급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실적이 크게 나빠진 한화생명이 인력 감축으로 허리띠를 졸라 매려는 뜻도 포함된 것으로 바라본다.
한화생명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기준으로 순이익 4471억 원을 거뒀다. 2017년 같은 기간보다 40.9% 줄어들었다.
한화생명과 함께 국내 생명보험업계 대형 3사로 꼽히는 삼성생명, 교보생명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올해 한화생명의 실적 부진이 두드러진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생명보험 대형 3사의 같은 기간 누적 순이익 총합이 2조4869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4.1% 늘었다.
대형 3사의 올해 누적 순이익 증가는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1조 원 넘게 처분한 데 크게 영향을 받았지만 교보생명도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이 5708억 원으로 2017년보다 4.6% 줄어드는 데 그쳤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생명보험 업계 전반적으로 업황이 좋지 않다"며 "한화생명은 3분기에 변액보험준비금을 쌓느라 일시적으로 순이익이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생명의 실적 부진은 2019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금리가 떨어지면서 한화생명의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생명은 국내 다른 보험사보다 금리확정형 계약의 비중이 높아 장기금리의 움직임에 수익성이 크게 좌우된다.
장기금리를 대표하는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1월30일 연중 최저치인 연 2.106%까지 떨어졌다.
이에 한화생명은 보험사가 보유한 금리부자산보다 부채 평균 부담 이율이 높은 상태인 ‘이원차역마진’이 발생한 상태다. 반대로 보험사가 보유한 금리부자산의 이율이 높은 상태는 이원차마진이다.
이남석 KB증권 연구원은 “장기금리와 단기금리 차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생명보험회사의 이원차마진이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2019년에도 한화생명의 이원차역마진 축소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화생명이 한동안 실적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한화생명의 상시 전직 지원제도를 신청할 직원의 수도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인력적체 등 요인으로 전직을 원하는 직원이 많다”며 “본격적으로 전직 지원 신청을 받기 시작하면 꽤 많은 직원이 신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