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이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들에게 눈물을 흘리며 사죄했다.
문 총장은 27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2층 교육실에서 한종선씨 등 형제복지원 피해자 30여 명을 만나 “검찰이 외압에 굴복해 수사를 조기에 종결하고 말았다는 과거사위원회의 조사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인권침해 실상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 문무일 검찰총장이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
그는 “피해사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못해 현재까지 유지되는 불행한 상황이 발생한 점을 마음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문 총장은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면서 눈물을 흘려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문 총장은 법원 판결에도 문제가 있었음을 들었다. 당시 법원은 정부 훈령을 근거로 형제복지원 박인근 원장의 특수감금죄에 무죄를 선고했다.
그는 “과거 정부가 법률에 근거 없이 내무부 훈령을 만들고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공권력을 동원해 국민을 형제복지원 수용시설에 감금했다”며 “기소한 사건의 관련자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못한 상황은 민주주의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 총장은 인권이 유린되는 사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검찰 본연의 역할에 진력을 다하겠다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이름으로 장애인과 고아 등을 부산의 형제복지원에 감금해 강제노역을 하게 한 인권유린 사건이다.
복지원 수용자들은 하루 10시간 이상의 중노동을 해야 했고 구타와 학대, 성폭행 등을 당했다. 죽임을 당하거나 암매장되는 사례도 있었으며 일부 시신은 의과대학의 해부실습용으로 팔려나갔다.
1987년 3월22일 직원의 구타로 수용자 1명이 숨지는 일이 발생하고 35명이 탈출하면서 실상이 공개됐다.
당시 검찰은 형제복지원장이었던 박인근씨 등을 기소했으나 박 씨는 횡령 혐의만 인정돼 징역 2년6개월을 받아 복역했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10월10일 형제복지원 사건을 두고 “형제복지원 수용자들이 위법하게 감금됐고 강제노역과 폭행 등 인권침해 행위가 있었음이 확인됐다”며 “검찰은 실체적 진실 발견과 인권보호 의무를 방기하고 수사를 방해하거나 축소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과거사위원회는 검찰에 비상상고를 권고했다. 문 총장은 과거사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20일 법원의 판결에 법령 위반이 있다는 이유로 이 사건을 대법원에 비상상고했다.
비상상고는 형사소송법에서 판결이 확정된 뒤 사건의 심판이 법령에 위반한 것을 발견했을 때 신청하는 비상구제 절차다. 비상상고는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신청하게 돼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