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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형석 미미박스 대표 |
돈에는 이름이 쓰여 있지 않다. 사람들은 돌고 돌아서 돈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스타트업에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사업을 키우고 아이디어를 실현하려면 돈이 필요한데 그러려면 누군가로부터 투자를 받아야 한다.
돈이라도 다 같은 돈이 아니다. 누구의 주머니에서 나왔느냐도 중요하다. 갓 태어난 신생기업의 경우 사업의 현재 가치와 미래를 결정하는 잣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장품 전자상거래 업체 ‘미미박스’가 12일 2950만 달러(약 33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고 밝혔다.
미미박스는 설명이 필요한 회사다.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라 불리는 새로운 유통업을 하는 업체이기 때문이다.
번역하면 정기구독형 전자상거래인데 이 설명도 낯설다. 매월 구독료 1만6500원을 내면 소비자에게 7만~8만원 상당의 최신 화장품 한 박스를 한 달에 한 번씩 보내주는 사업이다.
미미박스는 이런 혁신적 아이템으로 설립 2년 만에 매출이 50억 원에 이르는 회사로 성장했다.
매출이나 투자금 유치 소식보다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는 것은 투자자들의 면면이다.
야후의 공동창업자인 제리 양, 비트코인 업계의 큰손인 윙클보스 형제, 디즈니와 갭의 최고경영자를 지낸 폴 프레슬러, 드롭박스 1호 투자자 페즈먼 노자드, 구글 초기 투자자 바비 야즈다니 등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제리 양은 미미박스에 대해 “혁신적 뷰티의 선두주자로 비전과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기대로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형석 미미박스 대표는 이제 겨우 서른두 살이다. 그는 3년 전인 2012년 자본금 3500만 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하 대표가 화장품 유통에 눈을 뜬 것은 미국 유학시절 패션디자이너 톰 포드가 뉴욕에서 연 매장에서 인턴으로 일할 때였다.
그는 톰 포드 매장에서 의류보다 화장품 판매가 수익률이 훨씬 높다는 것을 체득했다. 의류사업은 나라마다 체형이 달라 해외사업에 한계가 있지만 화장품은 제품의 질만 우수하면 훨씬 보편성이 있다는 사실도 배웠다. 수익성이 높은 것은 물론 시장확대 가능성도 높다는 얘기다.
하 대표는 한국에 돌아와 티켓몬스터에서 잠시 일하며 소셜커머스라는 새로운 사업에 눈을 떴다. 소셜커머스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제안해 주는 큐레이션 방식을 도입한 것이 미미박스의 비즈니스 모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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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미박스 제품 이미지 |
미미박스는 현재 32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거래액도 설립 첫해 10억 원에서 2013년 50억 원으로 400%가 넘는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미미박스는 미국 신생기업 육성기관인 ‘와이컴비네이터’가 주최한 벤처지원프로그램에서 수 백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국내기업 처음으로 1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실리콘밸리에서 성공적 벤처투자자로 주목받고 있는 구본웅 포메이션8 대표와도 현재 투자금을 놓고 조율을 하고 있다.
하 대표는 지난해 미미박스의 모바일 앱을 출시해 플랫폼을 모바일로도 확대했다. 또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중국 상하이에 지사를 세우고 영어와 중국어 버전 모바일 앱도 내놓았다.
하 대표는 “올해 1천만 회원과 1천억 원 매출을 목표로 해외시장 공략뿐 아니라 미미박스의 근간이 되는 한국에서 서비스 혁신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