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토에버는 2019년 초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22일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상장 주관사는 NH투자증권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자문했던 곳이기도 하다. 현대차그룹이 물밑에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시작했다는 일각의 분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현대오토에버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의 지분율이 높아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줄 역할을 할 기업으로 꾸준히 거론됐다. 2018년 5월1일 기준으로 정 수석부회장이 보유한 현대오토에버 지분은 19.46%다.
현대오토에버 상장 과정에서 정 수석부회장이 보유 지분을 구주매출 방식으로 처분해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투자금융업계는 내다본다.
정 수석부회장을 제외한 현대오토에버의 주요 주주는 현대차(28.96%), 기아차(19.37%), 현대모비스(19.37%), 현대건설(2.21%), 현대엔지니어링(0.63%), 현대스틸산업(0.32%) 등이다.
정 수석부회장이 보유 지분을 모두 팔아도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한 지분이 70%가 넘어 경영권 방어에는 문제가 없다.
정 수석부회장이 지분 매각으로 손에 쥐게 될 자금 규모를 정확하기 추산하기는 어렵다.
현대자동차가 장부에 적어 놓은 현대오토에버의 기업가치는 320억 원(지분율 28.96%)이다. 하지만 현대오토에버가 비상장기업이기 때문에 현대자동차의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현대오토에버의 정확한 기업가치를 산출하기는 힘들다.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EBITDA, 에비타)을 기준으로 일정 배수를 적용해 기업가치를 산출하는 통상적 인수합병 사례를 통해 볼 때 현대오토에버의 기업가치가 최소 1조 원 안팎에 형성될 것으로 투자금융업계는 파악한다.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오토에버 상장 과정에서 보유 지분을 모두 처분한다고 가정하면 2천억 원 안팎의 현금을 쥐게 되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3월에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을 때 현대모비스를 쪼개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한 뒤 이를 그룹의 지배회사로 삼으려고 했다.
현대차그룹이 이와 비슷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정 수석부회장으로서는 지배회사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현대오토에버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현금을 투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대오토에버 상장은 현대차그룹이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현대오토에버는 2000년 4월 전자상거래와 중고자동차 매매사업을 목적으로 옛 현대그룹이 설립한 회사다.
정몽구 회장이 현대그룹에서 현대차그룹을 들고 독립하면서 현대오토에버도 현대차그룹에 소속됐는데 이후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시스템통합(SI) 사업을 도맡아 사세를 키웠다.
현대오토에버는 2017년에 별도기준으로 매출 1조1587억 원, 영업이익 606억 원을 냈다. 이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건설 등 계열사에게서 낸 매출의 비중만 91.8%에 이른다.
독점과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정 수석부회장의 지분이 20%를 넘지 않아 일감 몰아주기 관련 규제에서는 벗어난다.
그러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6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재벌 총수일가가 시스템통합 등 그룹의 핵심사업과 관련 없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일감을 몰아주는 행태를 더 이상 반복해서는 안된다”고 말한 뒤 재벌기업들이 관련 회사를 정리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김 위원장의 발언 이후 LG그룹을 비롯한 여러 재벌기업들은 비상장·비주력 계열사 지분을 처분하기도 했다.
정 수석부회장이 앞으로도 비교적 손쉽게 처리할 수 있는 비상장 계열사를 중심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 수석부회장은 서림개발(100%)과 현대엔지니어링(11.7%) 등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정 부회장의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가치는 최소 5천억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