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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e스포츠는 왜 세계화하지 못할까

서정훈 기자 seojh85@businesspost.co.kr 2015-03-11 12:2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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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e스포츠는 왜 세계화하지 못할까  
▲ 브랜든 벡 라이엇게임즈 대표(왼쪽)와 빅터 키슬리 워게이밍 대표(오른쪽)

e스포츠의 판도가 변하고 있다. 변화의 핵심은 ‘e스포츠의 세계화’다.

라이엇게임즈는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을 통해 e스포츠 세계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월드오브탱크’ 게임으로 유명한 워게이밍도 e스포츠 세계화를 위해 대회를 열고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글로벌 게임개발사들이 e스포츠 세계화에 앞장서는 이유는 대회와 리그를 직접 주관해 큰 수익을 얻기 위해서다.

국내 e스포츠사업이 세계화 추세에 발맞추려면 국내 e스포츠사업이 게임개발사 중심으로 재편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라이엇게임즈, e스포츠 세계화의 청사진 내놔

1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PC용 온라인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가장 큰 e스포츠 대회인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 올해 유럽 각국을 순회하며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회는 2011년 스웨덴에서 시작됐는데 이른바 ‘롤드컵’이라고 불릴 만큼 국제적으로 규모가 큰 e스포츠 행사다. 지난해 기준으로 대회 총 상금은 213만 달러에 이른다.

라이엇게임즈 관계자는 “유럽 각 지역을 돌며 대회를 치룰 수 있게 돼 흥분된다”며 “결승전 등 주요경기들의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롤드컵’의 가장 큰 특징은 대회가 한 국가나 장소에서 열리지 않고 세계 각국을 돌아가며 시즌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한국 e스포츠는 왜 세계화하지 못할까  
▲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2014년 대회는 서울 상암월드컵 구장에서 4만여 관중이 모인 가운데 치러졌다.<뉴시스>
이 대회의 지난해 결승전은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렸는데 당시 4만 명이 넘는 관객이 입장했다.

라이엇게임즈 관계자는 “지난해 롤드컵을 시청한 글로벌 시청자가 모두 2억8800만 명”이라며 “이는 미식축구(NFL) 슈퍼볼이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보다 많은 수치”라고 말했다.

라이엇게임즈는 한국과 북미, 유럽뿐 아니라 브라질 등 e스포츠 인프라가 빈약한 국가의 팀도 롤드컵 예선에 참가할 수 있는 와일드카드를 부여하고 별도의 대회를 개최하는 등 e스포츠 세계화에 힘을 쏟고 있다.

라이엣게임즈 경영진은 지난해 한국을 방문해 “프로 레벨 이하에도 다양한 대회가 운영될 수 있도록 파트너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엇게임즈는 시차와 위성방송 중계권 판매의 어려움 등으로 스포츠 행사처럼 e스포츠 대회를 생중계해 세계에 내보내지 못하는 한계를 인정한다.

하지만 라이엇게임즈는 다시보기(VOD) 서비스와 인터넷 중계기술 기반을 닦으면서 e스포츠 대회 세계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타크래프트가 인기를 끌던 시절 각국에 게임리그가 중구난방으로 생겨나 규모를 통합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리그오브레전드는 앞으로 e스포츠 대회의 세계화를 위한 방향을 새롭게 제시한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워게이밍, e스포츠 세계화 위해 1천만 달러 투자

라이엇게임즈와 함께 ‘월드오브탱크’를 개발한 워게이밍도 e스포츠 세계화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워게이밍은 주력게임인 ‘월드오브탱크’를 리그오브레전드와 스타크래프트1, 2에 버금가는 글로벌 e스포츠 대표게임으로 키우려 한다.

빅터 키슬리 워게이밍 대표는 지난해 월드오브탱크 게임의 글로벌 대회인 WGL 결승전을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에서 개최했다. 또 각 나라들에 월드오브탱크 전용 서버를 구축해 지역대회와 WGL 예선에 참가하는 팀이 늘도록 유도했다.

  한국 e스포츠는 왜 세계화하지 못할까  
▲ 빅터 키슬리 워게이밍 대표는 '월드오브탱크' 게임의 세계화를 위해 1천만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워게이밍>
키슬리 대표는 “WGL이 글로벌 e스포츠시장에서 확산되는 것을 앞당기고 e스포츠 세계화에 기여하기 위해 1천만 달러를 투자하겠다”며 “WGL 대회의 상금규모도 250만 달러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키슬리 대표는 워게이밍이 글로벌 e스포츠를 주도하기 위해 WGL의 방송이 인터넷 스트리밍을 넘어 케이블방송과 인터넷방송 등 TV로 확대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그는 “한국의 스타크래프트가 온라인 스트리밍을 넘어서 방송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데에서 볼 수 있듯이 e스포츠의 발전상은 눈부시다”며 “e스포츠를 세계로 확산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만큼 공격적 투자 또한 필요하다”고 말했다.

◆ 글로벌 게임개발사들 왜 e스포츠 세계화에 나설까

라이엇게임즈와 워게이밍 등 글로벌 게임개발사들이 e스포츠 세계화에 힘쓰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이 만든 게임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게 만들어 큰 수익을 얻겠다는 것이다.

스타크래프트로 유명한 블리자드의 경우 1997년 발매한 스타크래프트 하나로 글로벌 게임 개발회사 반열에 들 수 있었다.

e스포츠 세계화에 성공해 게임이 세계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수급되면 부수적으로 얻는 효과도 막대하다. 광고, e스포츠 대회 스폰서비용, 관객 입장권 수익, 판권 등을 챙길 수 있다.

워게이밍의 경우 월드오브탱크 게임의 글로벌 e스포츠 대회인 WGL을 성공리에 정착시킨 덕분에 2012년 500만 달러 가량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2013년 3500만 달러가 넘는 매출을 올렸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 성공 이후 워크래프트3와 디아블로3 등 인기게임을 연달아 개발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했다”며 “e스포츠 사업은 고정고객을 확보해 얼마나 대회가 오래 지속되느냐가 사업 성공의 열쇠”라고 말했다.

  한국 e스포츠는 왜 세계화하지 못할까  
▲ 2014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삼성 화이트' 선수단이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있다. <삼성 갤럭시 게임단>

◆ 국내 e스포츠의 한계, 게임실력만 1등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3년 기준 국내 e스포츠 시장규모는 약 11조5천억 원으로 나타났다.

2천년 대 초반 스타크래프트를 시작으로 서든어택, 스타크래프트2, 리그오브레전드 등 인기 게임리그가 연달아 성공하며 e스포츠 기반도 닦여졌다.

그러나 국내 e스포츠사업은 세계화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반면 글로벌 e스포츠시장은 블리자드와 라이엇게임즈 등 게임개발사를 중심으로 빠르게 세계화에 성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글로벌 e스포츠사업은 게임개발사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데 비해 국내 e스포츠는 아직까지 방송사의 입김이 세다고 지적한다.

방송사들이 중계하는 대회의 흥행에만 신경쓰다 보니 글로벌 e스포츠 대회보다 수준높은 선수들 위주로 구성된 국내대회에 더 집중한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재미나 수준으로만 봤을 때 국내리그가 가장 뛰어난 선수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사업적으로 봤을 때 국내 e스포츠를 세계시장으로 뻗어나가게 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국내 게임개발사들이 e스포츠사업 진출이 미진한 것도 국내 e스포츠가 세계화를 추진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넥슨과 컴투스, 게임빌 등을 비롯한 국내 게임개발회사들이 e스포츠 대회를 꾸준히 열고 있지만 주력 케이블방송과 연계하지 않다 보니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글로벌 e스포츠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블리자드, 라이엇게임즈, 워게이밍 등 게임개발사”라며 “국내 게임개발사들도 e스포츠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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