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과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사장이 분식회계 징계에 행정소송을 내는 등 금융당국을 상대로 '결사항전'을 선택한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대법원 재판도 고려한 것일까?
◆ 김태한, 행정소송 강력 의지
18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거래소를 상대로 상장 실질심사 금지 가처분 소송을 조만간 낸다.
증권선물위는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회계처리 변경을 '고의'라고 결론내고 대표이사 해임권고와 과징금 80억 원 부과, 검찰 고발 조치를 결정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은 15일부터 거래가 정지됐으며 거래소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폐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상장 실질심사에 들어간다.
김 사장은 이에 반발하며 행정소송을 내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 사장은 15일 오전 삼성바이오로직스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보낸 편지에서 “우리의 회계처리가 기업 회계 기준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점에 확신을 품고 있다”며 “이를 위해 증권선물위 최종 심의 결과를 놓고 행정소송 및 제반 법적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증권선물위를 상대로 이미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증권선물위는 올해 7월 1차 논의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바이오젠과 맺은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은 중대한 사안임에도 고의적으로 누락했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김태한 대표를 검찰에 고발하고 감사인 지정 3년과 담당임원 해임 권고 조치를 내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에 불복해 올해 10월8일 "조치 내용이 부당하다”며 증권선물위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냈다.
행정소송은 통상 1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최소 6개월에서 평균 1년 정도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까지 올라간다면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
이 때문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의 최종 결론은 문재인 정부 말이나 임기 뒤 나올 수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으로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태를 최대한 '장기전'으로 유도해 문재인 정부 말이나 다음 정권에서 최종 결론이 확정되는 것이 상대적으로 대응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이재용 대법원 재판에 줄 영향도 고려했나
김 사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가 적법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김 사장은 “2016년 한국공인회계사회 위탁감리뿐 아니라 금융감독원도 참석한 질의회신, 연석회의 등으로부터 공식적으로 문제없다는 판단을 이미 받은 바 있다”며 “다수의 회계 전문가들로부터 당사의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의견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삼성 내부문건으로 힘을 잃었다는 지적도 받는다.
박용진 의원이 공개한 삼성 내부문건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그동안 주장했던 내용을 모두 부정하는 증거들이 담겨져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그동안 “바이오젠이 2015년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콜옵션을 행사하면 양측이 같은 수로 이사회를 구성하게 돼 경영권을 지배할 수 없게 되기에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자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건에는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삼성그룹 차원에서 사후 합리화 하기 위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겠다는 편지를 보냈다’고 주장했지만 내부문건에는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라는 문구도 들어있어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장의 신빙성을 의심하게 한다.
이 때문에 행정소송으로 대응하고 나온 배경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도 고려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부회장 재판의 핵심적 내용은 삼성그룹이 경영권 승계라는 묵시적 청탁의 대가로 뇌물을 제공했느냐 하는 점이다. 그런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등 경영권 승계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고 받아들여지면 이 부회장의 대법원 재판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행정소송을 제기해 분식회계라는 결론을 최대한 유보하는 전략을 선택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