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가 중국사업에서 고전하고 있다.
김종호 금호타이어 대표이사 회장은 더블스타 인수 효과로 중국사업에서 탈출구를 찾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런 기대는 아직 가시적 성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15일 금호타이어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에 중국 제조·판매법인에서 모두 부진했다.
중국 제조·판매법인인 난징금호타이어는 3분기에 매출 1069억 원, 순손실 1157억 원을 냈다. 2017년 3분기 말과 비교해 매출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순손실 규모는 12배 가까이 늘었다.
다른 중국 제조·판매법인인 금호타이어톈진과 금호타이어창춘도 3분기에 각각 359억 원, 183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두 법인이 2017년 3분기에 낸 순손실은 모두 합쳐 37억 원이었는데 한 분기 만에 순손실 규모가 15배 가까이 증가했다.
중국 제조·판매법인에서 낸 순손실 규모는 모두 1700억 원으로 금호타이어가 연결기준으로 낸 3분기 순손실 695억 원을 훌쩍 넘는다.
중국 모든 제조·판매법인의 부채비율도 급격히 높아졌다.
3분기 말 기준으로 난징금호타이어 부채비율은 253.2%를 보였다. 2017년 말과 비교해 85.3%포인트 높아졌다. 금호타이어톈진과 금호타이어창춘의 부채비율도 150% 수준에서 200%에 가깝게 증가했다.
중국 판매법인인 금호타이어차이나가 낸 성과도 좋지 않다. 금호타이어차이나는 3분기에 매출 2053억 원을 냈다. 2017년 3분기보다 매출이 10.1% 빠졌다.
중국 자동차 수요가 위축되면서 금호타이어가 판매에 직접적 타격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더블스타에 인수된 뒤 그동안 써왔던 생산에 주력하던 전략을 수익성 위주의 전략으로 바꾸면서 재고 감축 등에 신경을 쏟다 보니 실적이 반등하지 않았다”며 “원/위안 환율이 하락한 점도 순손실 증가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가 3분기에 중국사업에서 실적을 반등하지 못한 것은
김종호 회장에게 아쉬운 대목이다.
김 회장은 더블스타에 인수된 뒤 8월 말에 열린 비전 선포식에서 “회사의 새 비전을 ‘신뢰받는 브랜드’로 정했다”며 “2019년부터는 공장 가동을 정상화하고 영업이익을 내는 건강한 회사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체력 약화의 주된 원인으로 꼽혔던 중국사업의 정상화 문제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여겨졌다.
김 회장은 더블스타의 판매망을 활용한 판로 개척에 힘을 쏟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더블스타는 중국에 4500개 안팎의 대리점을 가지고 있는데 금호타이어 제품을 이 대리점들에 공급하면 판매 부진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금호타이어가 중국에 보유한 대리점은 1400개가량으로 더블스타 대리점 수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금호타이어와 더블스타의 주력 제품이 다르다 보니 예상했던 만큼의 시너지가 나지 않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승용차용 타이어(PCR)를 주로 생산하지만 더블스타는 트럭과 버스용 타이어(TBR)에 더욱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제품 특성상 유통 채널에 차이가 있다 보니 판매망을 공유해도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유통망을 정비하고 있지만 본격적 작업에 나선 기간이 짧다 보니 아직 구체적으로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4분기에는 성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의 중국사업 지원을 놓고 적극적 모습을 보이지 않는 점도 김 회장에게 아쉬울 수 있다.
금호타이어는 노사와 더블스타 측 관계자 등이 포함된 미래위원회를 구성에 한 달에 한번씩 회의를 열고 회사 정상화와 장기 발전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중국사업을 일찍 정상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더블스타측의 구체적 비전 제시는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와 함께 원자재를 공동 구매하는 등 수익성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며 “금호타이어에 6400억 원이 넘는 유상증자도 진행한 만큼 중국사업 개선 의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의 중국사업 정상화는 회사 전체의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나 다름없다.
금호타이어는 중국 남경과 천진, 장춘에 보유한 3개 타이어 생산공장에서 모두 1800만 본의 타이어를 생산할 수 있다. 금호타이어가 2017년 생산한 타이어를 기준으로 보면 글로벌 생산량의 3분의 1을 책임질 수 있다.
금호타이어는 중국에 처음 진출했을 때부터 2010년까지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며 순항했으나 한 시사고발프로그램에서 품질 문제가 제기된 뒤 6년 넘게 고전하고 있다.
금호타이어가 2017년 중국사업에서 낸 영업손실은 444억 원이다. 2017년 중국에서 거둔 매출은 3410억 원으로 2010년의 절반 수준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