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한 현대차 경영진들이 현대차의 라인업 확대를 놓고 고민에 쌓여 있다.
현대차의 라인업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라인업을 지나치게 세분화할 경우 다른 모델의 판매량을 갉아먹을 우려도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 아슬란의 판매부진, 세단 라인업 고민
아슬란의 판매부진은 현대차에 라인업 확대에 대한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수입차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 아슬란을 의욕적으로 내놓았다. 독일 완성차회사들이 준대형 세단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현대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을 잠식하는 데 대한 대응이었다.
하지만 아슬란은 지난해 2551대가 판매되며 목표 판매량 6천 대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아슬란은 올해에도 판매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가 잡은 아슬란의 올해 판매목표는 2만2천 대다. 월 1800대 이상 팔아야 목표를 달성하는데 아슬란은 1월과 2월을 합쳐 2100여 대 판매에 그쳤다.
|
|
|
▲ 김충호 현대자동차 사장이 지난해10월 '아슬란'을 선보이고 있다. |
아슬란은 출시 전부터 정체성에 대한 우려의 대상이 됐다. 아슬란은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데 가격과 재원을 놓고 위치가 애매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아슬란은 출시 초기 신차효과를 누리는 듯 했지만 금방 판매량이 떨어졌다.
아슬란 판매가 법인판매에서 일반고객 대상 판매로 본격화한 1월부터 그랜저의 판매를 깎아먹는 간섭효과가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그랜저는 지난 1월과 2월 각각 6500여 대, 6300여 대 판매됐다. 지난해 12월 1만2500여 대 판매됐지만 올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1, 2월과 비교했을 때도 18% 가까이 줄었다.
◆ 베라크루즈와 맥스크루즈, SUV 라인업 고심
현대차 안팎에서 최근 베라크루즈의 단종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현대차는 베라크루즈를 단종해도 맥스크루즈가 그 자리를 채울 것으로 내다본다.
맥스크루즈는 현대차가 2013년 3월 출시한 대형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이다. 싼타페의 롱바디모델로 베라크루즈보다 더 크다. 가격 역시 최고 트림을 기준으로 큰 차이가 없다.
당시 맥스크루즈가 출시되자 베라크루즈의 수요층을 흡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부 전문가들은 베라크루즈의 단종을 점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현대차는 맥스크루즈와 베라크루즈는 2.2엔진과 3.0엔진으로 완전히 다르다며 베라크루즈의 단종 가능성을 일축했다.
베라크루즈는 현대차가 2006년 BMW의 X5나 렉서스의 RX350 등 수입 대형SUV에 맞서기 위해 출시한 차량이다. 출시 이듬해인 2007년 1만5천여 대가 팔리며 높은 인기를 누렸다.
|
|
|
▲ 현대차가 2013년 출시한 맥스크루즈 |
하지만 베라크루즈 판매량은 2013년 맥스크루즈가 나오면서부터 크게 떨어졌다.
비슷한 크기의 신차가 있는데 굳이 나온 지 오래된 베라크루즈를 사려는 소비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베라크루즈는 매년 연식변경 모델이 출시됐지만 완전변경 모델이 출시된 적은 없다.
베라크루즈는 맥스크루즈가 출시된 해 총 4200여 대가 판매되며 맥스크루즈 판매량인 8700여 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 현대차 라인업 확대 의지 위축되나
현대차가 신차를 내놓을 때마다 간섭효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제네시스’를 출시했을 때 ‘에쿠스’의 수요층과 일부 겹칠 수 있다는 염려가 나왔다. 제네시스의 판매가 본격화하자 에쿠스 판매량이 전달에 비해 30% 가까이 떨어지기도 했다.
자동차시장에서 라인업을 지나치게 세분화하는 것은 양날의 검과 같다. 출시한 차량이 잘 팔리면 바로 위나 아래에 위치한 모델의 판매량이 준다. 팔리지 않을 경우 개발비용만 날리게 된다.
신차를 개발하는 데 최소 2~3년의 시간이 걸리는 데다 비용도 수천억 원 이상이 든다. 하지만 기껏 내놓은 신차가 실패할 경우 이미지가 타격을 입는 데다 주가하락 등 후폭풍도 크다.
현대차가 미국시장에서 픽업트럭을 내놔야 한다는 요구가 많은 상황에서도 아직 시장 출시를 결정하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베라크루즈의 경우 26개월의 개발기간에 2229억 원의 개발비용이 들어갔다. 아슬란은 현대차가 2012년부터 프로젝트명 ‘AG’로 개발에 착수해 완성한 차량이다.
아슬란의 판매부진이 계속될 경우 현대차의 신차 개발 의지가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게 되면 그랜저나 쏘나타 등 잘 나가는 차량의 후속모델을 내놓거나 엔진만 바꿔 출시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