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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의 삼성 내부문건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철벽방어' 무너지다

이승용 기자 romancer@businesspost.co.kr 2018-11-14 18: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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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의 삼성 내부문건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철벽방어' 무너지다
▲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국회 정론관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관련 내부 문건을 공개하고 있다.<연합뉴스>
‘스모킹 건.’ 어떤 범죄나 사건을 해결할 때 나오는 결정적 증거를 일컫는 말이다.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린 스모킹 건은 최순실씨가 사용했던 태블릿PC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를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며 내세웠던 ‘철벽 방어’을 무너뜨린 것은 박용진 의원이 공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내부문건이었다.

증권선물위원회가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회계처리는 고의”라고 판단한 핵심 근거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언론을 통해 공개한 ‘15년 바이오젠 콜옵션 평가 이슈 대응 관련 삼성 내부문건’이다.

금융감독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재감리에서 이 문건을 증권선물위원회에 제출했고 증권선물위 위원 5명은 이 문건을 근거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회계처리가 ‘고의’라는 결론을 내렸다.

박용진 의원이 공개한 삼성 내부문건에는 그동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장을 모두 뒤엎을 수 있는 증거들이 담겨 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함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고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50%-1주’까지 늘릴 수 있는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4년까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연결실적에 반영되는 자회사로 회계처리를 하다가 2015년 회계처리 때는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콜옵션을 행사하면 양측이 같은 수로 이사회를 구성하게 되어 경영권을 지배할 수 없게 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삼성그룹은 그동안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회계처리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 자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한 것과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는 무관하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박용진 의원이 공개한 삼성 내부문건에 담긴 내용은 전혀 달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재경팀과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주고받은 문건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왜 자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했는지, 어떻게 그러한 일이 이뤄졌는지 과정과 배경, 모의와 실행 방법, 내부 평가 등이 모두 드러나 있었다.

문건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회계처리 변경이 당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의 ‘사후 합리화’라고 볼 수 있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문건에는 “통합 삼성물산은 9월 합병 시 제일모직 주가의 적정성 확보를 위해 바이오사업 가치를 6조9천억 원으로 평가해 장부에 반영”이라고 적혀있다.

안진회계법인은 2015년 5월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정당화하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가치를 19조3천억 원으로 부풀렸다.

안진회계법인은 3개월 뒤인 2015년 8월 말 통합 삼성물산의 회계장부를 작성하며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업가치를 6조9천억 원으로 평가했다. 3개월 만에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업가치를 3분의 1로 낮춘 이유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이 잘못됐다는 증거가 될 수 있는 ‘염가매수차익’이 회계에 나타나는 것을 감추기 위한 의도로 해석됐다.

그러나 2015년 8월 말 평가한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업가치조차도 너무 부풀려 계산됐다는 문제점이 추가로 드러났다.

문건에는 “자체 평가액 3조 원과 시장 평가액 평균 8조 원 이상의 괴리에 따른 시장 영향에 대한 문제 제기, 주가 하락 등을 예방하기 위해 안진회계법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을 회계에 부채로 반영하면 2015년 말 자산이 1조8천억 원, 부채는 2조7천억 원이 되는 ‘자본잠식’이 일어나게 됐다. 문건에는 이를 막기 위해 삼성 미래전략실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협의하는 과정이 드러나 있다.

문건에는 “미국 바이오젠이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콜옵션 행사 가능성으로 부채 및 평가손실이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에 반영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산보다 부채가 더 큰 자본잠식이 예상된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본잠식되면 기존 차입금 상환 및 신규 차입, 상장이 불가하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 모회사인 삼성물산의 부채가 1조8천억 원가량 증가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지닌 삼성전자도 3천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 차원에서 이를 감추기 위해 3가지 방안이 논의됐다.

문건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바이오젠과의 콜옵션 관련 조항을 수정하는 1안,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는 2안,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를 5분의1 가량으로 재평가하는 3안 등을 논의하고 이 가운데 2안을 선택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자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한 것은 삼성그룹 차원에서 결정된 일이었던 것이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겠다는 레터를 보냈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장도 문건 내용과는 달랐다.

문건에는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라는 문구가 담겨 있었다. 실제로는 바이오젠이 2015년 당시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전달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박용진 의원이 공개한 문건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번 분식회계 결론을 피하기 위해 수년 동안 구축해온 겹겹의 ‘방패’를 단 한번에 뚫었다.

2012년도부터 2015년도까지 4년치 재무제표는 외부 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으로부터 ‘적정’ 의견을 받았고 2016년도 재무제표는 안진회계법인으로부터 ‘적정’ 의견을 얻었다. 2015년 말부터는 삼성물산의 연결자회사로서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도 ‘적정’ 의견을 받았다.

2016년 11월 상장 과정에서는 금융감독원이 위탁한 한국공인회계사회로부터 감리를 받았고 2017년에는 국내 회계학 교수 등으로부터도 이상이 없다는 의견서를 받아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참여연대가 2016년 금융감독원에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와 관련한 질의서를 보냈을 당시 금융감독원은 ‘이상이 없다’고 답변했는데 이 역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회계처리 정당성을 입증하는 근거로 삼아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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