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의 신용등급과 등급전망이 낮아지면서 두 회사의 조달비용도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사는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수익성에 큰 타격을 입는다. 자체 수신 기능이 없어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조달 금리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고 등급전망은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한국기업평가는 “대주주인 현대차의 등급전망이 변경되면서 현대캐피탈 및 현대카드에 대한 현대차의 지원능력이 약화될 수 있는 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신용평가도 최근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신용등급(AA+) 전망을 모두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신용평가는 특히 현대카드를 놓고 “양호한 시장 지위를 확보했지만 우호적이지 않은 영업환경과 마케팅비용이 수익구조에 부담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글로벌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10월 말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의 글로벌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0’, ‘A-‘에서 ‘BBB+’로 각각 내렸다.
카드사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져 조달 금리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조달금리가 추가로 오르면 수익성 악화를 피하기 어렵다”며 “내년부터 카드 수수료율 인하도 예정돼 있어 수익성 압박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대카드를 둘러싼 경영환경이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그룹 차원에서 현대카드를 매각할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특히 최근 정의선 총괄 수석부회장이 사실상 그룹 경영을 진두지휘하면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때부터 끌고 왔던 계열사 가운데 비주력 계열사를 매각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삼성그룹에서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시대가 열리면서 외형 확장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비주력 사업을 순차적으로 정리하는 수순을 밟았다.
현대차그룹이 현대차와 기아차를 중심으로 원인을 하나로 규정할 수 없을 만큼의 총체적 위기에 내몰리면서 쇄신을 향한 목소리도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 놓여있다.
특히 현대카드는 현대차와 떼어놓기 어려운 현대캐피탈과도 달라 비교적 매물로 내놓기 어렵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현대캐피탈을 매각하면 차량 판매를 위한 금융 프로그램 제공이 어려워져 주력인 자동차사업도 흔들릴 수 있다. 특히 최근 자동차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현대캐피탈은 정의선 부회장 입장에서 어려워도 안고 가야 하는 곳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캐피탈은 현대차그룹의 전속 금융회사로 확고한 시장지위를 확보하고 있다”며 “수익성 하락을 놓고 압박이 없진 않지만 안정적 이익창출 능력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카드는 다르다. 현대카드는 몇 년째 순이익이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최근 창사 이래 처음으로 인력 감축도 검토하고 있다. 희망퇴직 등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경영환경이 더 악화되면 희망퇴직 카드도 언제든 빼들 수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현대차그룹이 금융 계열사 지원을 지속적으로 줄이면서 현대차그룹과 금융 계열사의 연결고리도 조금씩 약해지고 있다.
푸본현대생명(옛 현대라이프생명)은 대주주였던 현대모비스가 증자에 불참하며 사실상 손을 뗐다. 이제 푸본현대생명의 대주주는 대만 푸본생명이다.
현대차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커머셜 지분도 12월이면 기존 50%에서 37.5%로 준다. 현대커머셜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현대차그룹에서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금융 계열사를 들고 독립할 수 있다는 관측이 꾸준히 나왔는데 현대차그룹이 금융 계열사를 계속 들고 가면서 현대카드를 비롯한 비주력 금융 계열사를 매각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에 따라 정태영 부회장의 입지도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