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18-11-07 18:4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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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통안전공단이 구성한 민관합동조사단이 BMW 차량 화재사고의 원인은 애초 BMW측에서 밝힌 내용과 다르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7일 BWM 화재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진행한 차량·엔진 시험의 중간조사 결과를 조사단을 대신해 발표했다.
▲ 한국교통안전공단이 7일 공개한 BMW 화재원인 시험 과정 모습. <한국교통안전공단>
조사단은 “아직 화재 원인을 전부 밝혀낸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BMW측이 주장했던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의 바이패스 밸브 열림이 화재의 원인이 아니라 ‘EGR 밸브’가 원인이라는 점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BMW는 8월18일 기자간담회에서 EGR 쿨러 누수와 누적 주행거리가 높은 차량, 지속적 고속 주행, EGR 바이패스 밸브 열림 등의 조건이 충족해야 화재가 발생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사단은 ‘EGR 바이패스 밸브 열림’이 화재 원인과 전혀 상관이 없다며 BMW가 지목하지 않았던 ‘EGR 밸브’가 화재와 관련이 있다고 잠정적으로 결론내렸다.
EGR 바이패스 밸브는 배기가스 재순환장치의 가스를 해당 장치에 설치된 냉각기를 거치지 않고 바로 엔진룸 흡기 시스템(흡기매니폴드)으로 보내주는 장치로 ‘열림’과 ‘닫힘’ 개념으로 작동한다.
EGR 밸브는 흡입구로 재순환하는 배기가스의 양을 제어하는 역할을 맡는데 이 밸브는 자동차 소프트웨어가 미세하게 조작한다.
조사단은 “EGR 바이패스 밸브의 열림을 화재 원인이라고 가정하고 실험을 진행했지만 발열 등의 조건이 화재를 유발할 정도가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조사단은 시험 차량의 EGR 밸브를 열어둔 상태에서 가속하는 시험을 진행했는데 EGR 쿨러 누수로 쌓인 침전물이 EGR 밸브를 통해 들어온 고온의 배기가스와 만나 불티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불티는 흡기매니폴드에 붙어 불꽃을 확산시켰다. 이 불꽃이 고속 주행으로 공급되는 공기와 만나 커지면 흡기기관에 구멍(천공)을 냈고 이것이 점차 확산해 엔진룸으로 옮겨가면서 화재가 발생한다고 조사단은 봤다.
조사단은 이런 결과를 내놓으면서 “EGR 밸브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에 문제가 있어 밸브가 설정보다 더 많이 열려있는 등 다른 문제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EGR 소프트웨어 조작 가능성에 힘을 싣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조사단은 “이번 시험을 통해 밝혀진 발화 조건과 화재 경로를 토대로 현재 진행하고 있는 리콜의 적정성을 검증하고 EGR 쿨러 파손 원인 등을 규명하기 위해 EGR 시스템 제어 관련 프로그램인 전자제어장치(ECU)의 발화 연계성을 확인하는 등 다른 발화 원인이 있는지 시험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단은 12월 중순에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관련 조치를 국토교통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BMW코리아는 조사단 발표와 관련해 “EGR 밸브 열림 현상은 새롭게 밝혀진 사실이 아니라 리콜 과정에 이미 반영돼 개선된 내용”이라며 “EGR 관련 소프트웨어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