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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공격적 M&A, 무엇이 신동빈을 자극했나

이계원 기자 gwlee@businesspost.co.kr 2015-03-06 12: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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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 공격적 M&A, 무엇이 신동빈을 자극했나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인수합병(M&A) 본능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신 회장은 올해 들어 통큰 베팅으로 KT렌탈 인수전에서 대역전극을 보여줬다. 무려 1조 원 규모의 인수합병이다.

신 회장의 인수합병 야심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있다. 글로벌 면세점 인수에 달려들고 러시아에서 대형 복합쇼핑몰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신 회장은 인수합병을 통해 롯데그룹을 유통전문기업에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 회장은 지난해 LIG손해보험과 현대로지스틱스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시는 등 인수합병의 기세가 꺾이는 듯 보였다.

그러나 신 회장은 해가 바뀌자 마자 다시 인수합병 본능을 되찾고 있다. 신 회장은 인수합병뿐 아니라 사업확장을 위한 대규모 투자에도 거침없이 나서고 있다.

무엇이 신 회장의 인수합병 본능을 자극했을까?

◆ 신동빈, ‘인수합병 DNA’ 꿈틀

신 회장은 지난 2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KT렌탈을 인수했다. 7천억 원대였던 시장평가액을 훨씬 웃도는 1조 원 이상을 베팅했다.

신 회장은 KT렌탈 인수전이 진행되는 동안 사실상 포기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으나 막판에 모두를 놀라게 한 금액으로 KT렌탈을 끌어당겼다.

신 회장의 롯데그룹 인수합병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신 회장은 세계 6위 면세점인 ‘WDF(월드듀티프리)’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또 러시아 모스크바 최대 복합쇼핑몰인 ‘아트리움’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이 두 회사를 인수하는 데 최대 4조 원 가량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최근 열린 롯데그룹 정책본부 임원회의에서 “기존사업을 위협하는 사업이 있다면 그 사업을 최우선으로 수용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올해 롯데그룹 사상 최대 투자를 예고했다. 롯데그룹은 올해 7조5천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유통 3조4천억 원, 중화학과 건설에 1조5천억 원, 식품과 관광서비스에 각각 1조 원을 쏟아 붓는다.

이런 투자계획은 시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신 회장은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경쟁자들보다 훨씬 많은 임차료인 6조 원을 써내 호텔신라를 제치고 롯데그룹을 승자로 만들었다.

이런 추세라면 롯데그룹에서 올해는 신 회장이 2004년 롯데그룹 정책본부장으로서 경영전면에 나선 이후  가장 과감한 인수합병을 추진한 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 매출 200조, 비전 2018을 향한 진군

신 회장은 올해가 신 회장이 주창한 롯데그룹 ‘비전 2018’을 달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한해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롯데 공격적 M&A, 무엇이 신동빈을 자극했나  
▲ 롯데그룹 '비전 2018'
신 회장은 지난해 12월 ‘롯데그룹 최고경영자 포럼’을 열었다. 당시 첫 번째 주제는 신사업 발굴과 글로벌 사업전략이었다. 신 회장은 그뒤 포럼이 열릴 때마다 글로벌 경영전략을 강조한다.

이는 신 회장이 ‘비전 2018’을 통해 내놓은 목표 달성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전 2018’은 롯데그룹이 2018년까지 아시아 10대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18년까지 매출 200조 원, 해외매출 30%를 달성하는 것이다.

신 회장은 2009년 보스턴컨설팅그룹(BGC)에 의뢰해 컨설팅을 받아 롯데그룹의 중장기 비전인 ‘비전 2018’을 세웠다.

신 회장은 비전 2018년을 주창한 뒤 신격호 총괄회장이 30년 전 만든 '롯데훈(訓)'과 '회장 경영방침'이 표기된 액자를 '비전 2018'로 모두 교체했다.

신 회장은 비전 2018년을 달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에 나섰다.

롯데그룹은 그뒤 무섭게 성장했다. 롯데그룹은 2009년 매출 40조 원대에서 2010년 62조 원, 2011년 73조 원, 2012년 82조 원으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롯데그룹의 성장세는 주춤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2013년 매출은 83조 원에 머물렀다. 신 회장은 2013년 매출목표로 90조 원을 제시했지만 턱없이 모자랐다. 지난해 매출도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신 회장에게 비전 2018 달성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롯데그룹의 경영권 승계자로서 경영능력을 과시하는 지표나 마찬가지다. 신 회장이 올해 인수합병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올해 토대를 갖추지 않으면 매출 200조 원 목표달성은 요원하다. 그러나 롯데그룹의 자체 성장동력만으로 이 목표에 근접하기는 역부족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그룹 성장을 보면 인수합병을 통해 전체 매출의 3분의 1을 만들었고 나머지는 기존 사업의 확장을 통해 이뤘다”며 “비전 2018을 달성하기 위해 롯데그룹은 앞으로 인수합병에 계속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 경영승계 굳히기

신 회장에게 비전 2018 목표달성은 롯데그룹 경영권 승계와 직결돼 있다.

신 회장이 비전 2018 목표를 달성하면 롯데그룹 경영권 승계자로서 능력을 과시하게 되겠지만 목표에서 크게 벗어날 경우 승계가 이뤄지더라도 체면을 구기게 된다.

특히 신 회장은 한국롯데뿐 아니라 일본롯데까지 같이 승계할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 그동안 일본롯데는 신 회장의 형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승계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최근 신 전 부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눈 밖에 나면서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물론 신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를 비롯해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 신 회장은 그동안 신 전 부회장과 롯데제과를 놓고 지분경쟁을 벌이는 등 보이지 않는 경영권 승계경쟁을 해 왔다.

  롯데 공격적 M&A, 무엇이 신동빈을 자극했나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월9일 롯데월드타워 97층 공사 현장을 찾아 안전시공에 대해 당부하고 있다.
신 회장이 한국롯데와 일본롯데 모두를 물려받으려면 롯데그룹의 실적을 개선하고 비전 2018을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 신 회장이 올해 들어 인수합병과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배경이기도 하다.

신 회장이 부쩍 제2롯데월드를 챙기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신 회장은 제2롯데월드 안전관리위원회에 이인원 부회장 등 롯데그룹의 실세를 모두 동원하고 불시에 제2롯데월드를 방문하는 등 제2롯데월드 운영과 건설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2롯데월드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이다.

◆ 흔들리는 기존 유통사업

롯데쇼핑은 롯데그룹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기둥이다. 롯데그룹의 뿌리이자 '자금의 샘'이기도 하다.

신 회장은 그동안 인수합병을 통해 롯데그룹을 유통전문에게 벗어나 금융 제조 등으로 다각화를 추진했다.

그러나 여전히 롯데그룹의 중심은 유통이다. 유통사업이 흔들리면 아직은 롯데그룹 전체가 위기에 몰릴 수 있다.

신 회장이 주창한 비전 2018에서 매출 200조 원, 해외매출 30%를 달성하기 전까지 유통사업은 롯데그룹의 성장을 받쳐줘야 한다.

문제는 롯데그룹의 유통사업이 정체를 맞고 있다는 점이다.

롯데쇼핑에 가장 많은 현금을 가져다줬던 롯데마트는 지난해 매출이 급감해 3년 만에 롯데백화점보다 매출규모가 작아졌다. 롯데백화점도 지난해 1% 성장에 머물렀다. 롯데쇼핑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1884억 원으로 전년보다 20% 정도 줄었다.

신 회장은 인수합병을 통해 유통사업 정체를 벗어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KT렌탈은 유통사업과 시너지를 노린 것이고, 글로벌 면세점이나 해외 복합쇼핑몰도 유통사업의 성장을 꾀하기 위한 것이다.

신 회장은 지난해부터 부쩍 옴니채널을 강조하고 있다. 이 또한 유통사업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속히 옮겨가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신 회장은 지난해 11월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롯데그룹이 옴니채널을 성공시킨다면 아마존과 같이 거대한 글로벌 유통기업에도 지지 않을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롯데백화점 등 롯데그룹의 유통계열사들은 옴니채널을 도입하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성과를 내기까지 여전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더욱이 유통사업의 라이벌인 신세계그룹은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신 회장이 인수합병에 주력하는 것은 어두운 터널 속에 있는 유통사업의 활로를 찾는 데 시간을 절약하려는 뜻도 깔려있다.

  롯데 공격적 M&A, 무엇이 신동빈을 자극했나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11월 그룹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로 들어서고 있다.

◆ ‘승자의 저주’ 피할 수 있을까


신 회장의 인수합병 야심에 대한 우려도 만만찮다.  

신 회장은 그동안 인수합병을 통해 많은 회사들을 손에 넣어 롯데그룹의 외형을 키우는 데 성공했지만 일부 기업들은 내실을 갖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롯데하이마트다.

신 회장이 1조 원 이상을 들여 롯데그룹에서 KT렌탈을 인수한 데 대해서도 평가는 엇갈린다. KT렌탈이 롯데그룹의 주력사업인 유통부문과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으나 인수금액이 너무 부담스럽다.

KT렌탈 인수전에서 탈락한 SK네트웍스를 놓고 '승자의 저주'를 피했다며 긍정적 평가를 내놓는 대목에 롯데그룹에 대한 이런 우려가 깔려있다. 최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KT렌탈이 인수된 뒤 KT그룹의 내부거래 매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SK네트웍스는 지나친 프리미엄 지불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됐다”고 평가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롯데그룹이 KT렌탈 인수를 확정한 뒤 향후 신용평가에 대한 우려를 내놓았다.

무디스는 “롯데그룹의 KT렌탈 인수 계획이 롯데쇼핑의 Baa2 신용등급 또는 안정적 등급전망에 즉각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인수자금 분담에서 롯데쇼핑의 역할이 상당할 경우 신용등급에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KT렌탈 인수에 롯데쇼핑과 호텔롯데가 컨소시엄을 이뤄 참여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은 금융감각이 뛰어나고 일본롯데가 상대적으로 풍부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고 롯데그룹은 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설령 인수합병 결과가 나빠진다고 해도 롯데는 이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그는 “대형 인수합병의 경우 인수합병의 성공을 거두는 데 온힘을 쏟아야 하는데 롯데그룹이 여러 건의 인수합병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한다면 우려가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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