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출범을 코 앞에 두고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겸직과 분리 문제에 시선이 몰린다.
회장과 행장의 겸직 혹은 분리 문제는 우리나라에 금융지주가 도입된 2001년부터 지금까지 명확한 정답이 없는 문제로 남아있다.
▲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 등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은 출범 초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대형 금융지주들은 금융지주로 출범할 때 회장과 행장을 분리했다.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먼저 출범한 옛 우리금융지주 역시 회장과 행장을 분리했다.
옛 우리금융지주는 2001년 4월 출범했는데 당시 정부는 금융지주를 처음 도입하면서 지배구조를 놓고 외국계 컨설팅회사 AT커니에 의뢰했다.
회장과 행장 분리는 AT커니가 제안한 3가지 전략 가운데 하나다. 우리금융지주가 한빛은행과 나머지 자회사를 포함한 전체 우리금융그룹을 이끄는 방식이다.
AT커니는 이 밖에 금융지주가 최소한의 감독과 조정 역할을 하는 방안, 직접 자회사를 관리하는 방안 등도 함께 제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과적으로 우리금융지주에 외부 출신 윤병철 전 하나은행장이 회장으로 영입됐고 그 아래 전광우 전 부회장과 민유성 전 부회장 등 2명의 부회장도 외부에서 영입됐다. 한빛은행장도 외부 출신인 이덕훈 전 행장이 맡았다.
이들을 놓고 당시 이른바 ‘드림팀’이라는 말도 나왔지만 오래지 않아 문제를 노출했다.
특히 우리금융지주의 회장과 부회장이 모두 외부에서 영입되면서 그룹에서 우리금융지주를 ‘의붓아버지’로 여긴다는 말도 나왔다.
몇 년이 지나도록 잡음이 계속 나오자 회장이 행장을 겸직해야 한다는 주장이 안팎에서 나왔다. 그룹에서 덩치가 가장 큰 우리은행의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회장과 행장을 따로 두면 둘의 이해관계가 상충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뒤를 이어 나란히 출범한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KB금융지주 등 다른 대형 금융지주들도 회장과 행장 분리를 선택했다.
다만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전직 은행장 출신이 금융지주 회장을 맡으면서 별다른 잡음이 없었다.
신한금융지주는 2001년 9월 출범하면서 라응찬 전 신한은행장을 회장으로 선임했다. 라 전 회장은 8년 동안 신한은행장을 지낸 뒤 부회장으로 물러나 지주회사 설립준비위원장을 지내며 신한금융지주 설립을 주도했다.
2005년 출범한 하나금융지주도 마찬가지다. 김승유 초대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회장에 오르기 전 8년 동안 하나은행장을 지냈다.
두 사람 모두 특유의 강한 카리스마로 출범 초반 지주사체제를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내부 출신이었던 만큼 낙하산 인사 논란에서도 자유로웠다.
그러나 라응찬 전 회장은 10년 가까이, 김승유 전 회장은 7년 가까이 지주 회장 자리를 지키면서 제왕적 권력을 행사했다는 그림자 역시 따라붙는다.
KB금융지주는 비교적 늦은 2008년 출범했다.
당시에도 행장과 회장 겸직과 분리를 놓고 의견이 팽팽했다.
처음 지배구조 논의가 진행될 때만 하더라도 회장과 행장을 겸직해야 지주와 은행의 불협화음을 막고 출범 초기에 혼란도 막을 수 있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강정원 국민은행장과 외부 출신 황영기 전 회장이 맞붙은 끝에 황 전 회장이 내정되면서 자연스럽게 분리가 이뤄졌다.
당시 회장추천위원회에서 금융지주로 전환한 뒤 시너지를 높이려면 회장과 행장이 분리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황 전 회장이 삼성증권 사장과 우리은행장 및 우리금융지주 회장까지 지내는 등 다양한 부문에서 경력을 갖춘 만큼 비은행분야를 강화해야 하는 KB금융지주 회장에 적합하다는 판단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KB금융지주는 황 전 회장에 이어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 등 외부 출신 인사가 줄줄이 KB금융지주 회장에 오르면서 오랜 기간 낙하산 논란에 시달렸다.
2012년 3월 출범한 농협금융지주는 당시 신충식 농협은행장이 아닌 외부 인사를 회장으로 선임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낙하산 인사로 잡음이 불거지자 회장과 행장을 겸직했다.
지방금융지주사들은 출범 당시 모두 은행장이 빠른 조직 안정화를 위해 회장을 겸직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