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식 쌍용자동차 대표이사 사장(가운데)이 10월10일 경기도 평택시 동삭로 쌍용차 조립공장을 방문한 이낙연 국무총리(왼쪽)을 안내하고 있다. <연합뉴스> |
쌍용자동차가 15년 만에 내수시장에서 판매량 3위에 복귀할 것으로 확실시된다.
대량해고 사태 등으로 부침을 겪었던 쌍용차로서는 분위기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게 된 셈인데 순위 상승이 한국GM과 르노삼성차의 부진에 따른 것인 만큼 마냥 기뻐하기만은 힘들어 보인다.
최종식 쌍용차 대표이사 사장은 앞으로 티볼리과 렉스턴 의존도가 높은 회사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신차 제품군을 확장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쌍용차가 올해 내수 판매에서 경쟁기업인 한국GM과 르노삼성차와 격차를 벌리며 3위 굳히기에 들어갔다.
쌍용차는 1~10월에 자동차를 모두 8만8154대 팔았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를 제외하면 한국GM(7만4595대)과 르노삼성자동차(7만1157대)를 크게 앞선다.
한국GM과 르노삼성차가 최근 월별로 1만 대를 밑도는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11월과 12월에 큰 변수가 없다면 쌍용차가 올해 내수시장에서 3위를 달성하게 될 것이 유력하다.
최 사장은 제품군을 다양화해 3위 자리를 더욱 굳건히 하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쌍용차가 최근 2019년형 티볼리와 2019년형 G4렉스턴을 출시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긴 했지만 사실상 주력 판매 차량이 3~4종에 불과한 점은 여전히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티볼리와 렉스턴스포츠 의존도가 높은 회사 특성상 이 두 차종의 판매가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쌍용차는 판매에서 큰 타격을 받게 된다. 10월 기준으로 쌍용차의 내수 판매량에서 티볼리와 렉스턴스포츠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9.8%, 38.2%다.
최 사장은 노후화한 기존 인기 SUV 차량의 상품 개선 모델을 우선적으로 시장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제품군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2019년 상반기에 렉스턴스포츠의 파생형 차량인 렉스턴스포츠 롱바디 모델을 내놓기로 했으며 나온지 7년이 넘는 코란도C의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도 투입한다.
최근 상품성 개선 모델을 출시하기 위한 연구개발비를 충당하기 위해 유상증자 500억 원을 진행하기 위한 준비도 마친 상태다.
쌍용차 관계자는 “SUV 전문 브랜드로서 당분간 SUV 차량의 상품성을 강화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가 15년 만에 내수시장 3위 복귀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안도하기에 이른 상황이라는 평가가 자동차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사실 쌍용차의 3위 달성은 쌍용차의 선전이라기보다 한국GM과 르노삼성차의 ‘자멸’에 따른 부수적 성격이 짙다.
한국GM은 올해 군산공장을 폐쇄하면서 한국시장에서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여 판매에서 휘청댈 수밖에 없었다. 르노삼성차는 2016년 9월 QM6를 출시한 뒤 2년여 동안 국내에 신차를 내놓지 않은 탓에 판매량 감소를 방어할 대안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쌍용차는 한국GM과 르노삼성차의 위기를 쌍용차의 기회로 만드는 데도 실패했다.
쌍용차가 올해 1~10월에 국내에서 판매한 차량은 2017년 같은 기간보다 1% 늘어났다. 한국GM과 르노삼성차의 내수시장 판매량이 같은 기간에 각각 32.3%, 13.5% 줄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쟁기업의 부진을 쌍용차의 실적 증대로 연결하지 못한 셈이다.
최종식 사장도 이런 점을 이미 의식하고 있다.
최 사장은 9월 해고자 전원 복직에 합의하면서 “새롭게 개발한 신차들이 나름대로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여러 가지 경영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충분한 판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