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연수 한컴 대표가 글로벌 인공지능(AI) 사업의 무게 중심을 유럽으로 옮기며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합작법인 설립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AI 데이터 통제권을 중시하 유럽 시장을 공략해 소버린 에이전틱 운영체제(OS) 사업의 기반을 다지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 김연수 한컴 대표(사진)가 폴란드를 거점으로 유럽 AI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며 소버린 에이전틱 운영체제(OS) 사업 기반 구축과 해외 매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한컴>
한컴의 해외 매출 비중이 아직 1% 수준에 머무는 만큼 유럽에서 의미 있는 거래사를 확보할 경우 해외 매출 확대와 AI 사업 실적 성장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정보통신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김 대표는 폴란드를 유럽 AI 사업의 전략 거점으로 삼고 현지 연구개발 협력과 사업 기반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한컴 글로벌 AI 사업의 핵심 거점은 일본으로 평가됐다. 2024년 일본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일본 최대 IT 전시회인 재팬 IT 위크에 참가해 AI 솔루션을 선보이며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섰다.
김 대표는 일본 사업 확대를 위해 현지 금융그룹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AI 안면인식 솔루션을 앞세워 금융권과 공공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상반기 출범이 예상됐던 현지 금융그룹과의 합작법인 설립이 지연되면서, 김 대표는 글로벌 AI 사업의 무게중심을 일본에서 유럽으로 옮기고 있다.
한컴의 유럽 진출 교두보는 폴란드다. 폴란드는 정부 주도의 AI 전략과 디지털 전환 정책을 바탕으로 중·동유럽 AI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국가다.
구글은 폴란드를 유럽 엔지니어링 허브로 운영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도 AI·클라우드 인프라 확대를 위해 약 1조 원을 투자하는 등 글로벌 빅테크의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최근 보고서에서 "폴란드는 유럽의 새로운 IT 및 디지털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다”며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서비스, 사이버보안 분야를 중심으로 AI 기술 적용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만큼 한국 기업들도 협업 기회를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도 이같은 환경을 고려해 폴란드 현지 연구개발 기업인 7불스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7불스는 1993년부터 기업 IT 시스템을 설계·구축해 온 기업으로, 폴란드 정부가 인증한 국가공인 연구개발센터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는 하반기 출시하는 에이전틱 OS 베타 버전이 유럽 환경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
제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유럽 시장 요구에 맞는 AI 플랫폼을 현지 기업과 함께 개발해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유럽은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주권을 중시하는 정책 기조가 강한 시장으로 꼽힌다.
기업과 공공기관은 데이터를 외부 클라우드에 맡기기보다 자체 인프라에서 AI를 운영하는 온프레미스 방식과 국가·기관 단위의 소버린 AI 구축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는 글로벌 빅테크의 퍼블릭 클라우드 AI 서비스보다 데이터 통제권을 확보할 수 있는 AI 솔루션 수요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컴이 소버린 AI와 에이전틱 AI를 앞세워 유럽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것도 이러한 시장 환경을 고려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김 대표는 폴란드에서 기술 검증과 초기 고객 확보를 마친 뒤 이를 기반으로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인접 국가로 사업을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 한컴의 해외 매출 비중이 아직 1% 수준인 만큼 유럽 시장에서 성과를 거둘 경우 AI 사업과 해외 실적이 함께 도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컴>
유럽 시장 성과는 김 대표에게 AI 사업의 성장성을 입증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컴 AI 사업 매출은 국내를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해외에서 의미 있는 거래사를 확보할 경우 성장 속도는 한층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한국IR협의회는 한컴 AI 사업이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며 별도기준 AI 매출이 2025년 89억 원에서 2026년 360억 원으로 4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해외 시장에서 성과까지 가시화될 경우 AI 사업의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컴의 2025년 소프트웨어 부문 해외 매출은 20억7400만 원으로 2024년 17억100만 원보다 21.9% 증가했지만 전체 소프트웨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그쳤다.
유럽에서 대형 공공기관이나 기업을 거래사로 확보할 경우 해외 AI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전체 AI 사업 실적에도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큰 셈이다.
한컴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에 “유럽은 AI 기술력뿐 아니라 디지털 주권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커지면서 소버린 AI와 에이전틱 AI OS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며 “현지 기업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개념검증(PoC)를 통해 기술력과 사업성을 검증한 뒤 이를 실질적 사업 협력으로 연결하는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