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페이스X의 상장을 앞두고 테슬라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테라팹 반도체 공장 건설 프로젝트에 청신호가 켜졌다. 투자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될수록 삼성전자와 TSMC의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에 더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테라팹 반도체 공장 프로젝트 홍보용 사진. <테라팹 홈페이지> |
[비즈니스포스트] 테슬라와 스페이스X 가 미국 텍사스에 추진하는 대규모 반도체 공장 건설에 관련 당국의 승인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상세한 투자 계획도 공개됐다.
스페이스X가 역대 최대 규모로 상장을 앞둔 만큼 투자를 위한 재원을 확보해 삼성전자와 TSMC가 경쟁하고 있는 첨단 파운드리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가능성이 떠오른다.
◆ 스페이스X와 테슬라 반도체 프로젝트 당국에서 승인
3일(현지시각) 로이터는 스페이스X가 미국 텍사스주 그라임스카운티에서 추진하는 테라팹 프로젝트와 관련한 투자 계획과 세제혜택 등을 승인받았다고 보도했다.
테라팹은 일론 머스크 CEO가 경영하는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공동 프로젝트다. 세계 최대 규모의 첨단 반도체 생산공장 건설을 목표로 한다.
그라임스카운티 당국은 스페이스X의 인프라 구축 및 고용과 투자 계획, 투자 구역 지정과 세금 감면 혜택을 비롯한 안건에 모두 찬성했다.
일론 머스크가 지난 3월21일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테라팹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을 정식으로 발표한 뒤 3개월도 지나지 않아 관련 절차에 속도가 붙고 있는 셈이다.
승인 과정에서 상세한 투자 계획도 공개됐다. 스페이스X와 테슬라는 초반에 550억 달러(약 84조 원)를 지출하며 이는 최대 1190억 달러(약 182조 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일론 머스크는 소셜네트워크 X에 “반도체 제조 설비는 고가 장비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세제혜택을 요청했다”며 “다른 반도체 공장과 비교해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는 스페이스X가 우주 발사체와 위성통신 사업을 넘어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데 테라팹 프로젝트가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테라팹 반도체 활용 분야 홍보용 이미지. <테라팹 홈페이지> |
◆ ‘역대 최대 규모 상장’ 임박, 투자 재원 자금줄도 확보
스페이스X의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 프로젝트에 관련 당국의 승인으로 청신호가 켜지면서 미국 증시 상장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가 스페이스X의 미래 성장동력인 인공지능 서비스 및 우주 데이터센터 건설 등 사업에 모두 중요한 과제로 꼽히기 때문이다.
스페이스X는 12일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한다. 목표 시가총액은 1조7500억 달러(약 2676조 원), 자금 조달 규모는 750억 달러(약 115조 원)로 역사상 최대 기업공개 사례다.
로이터는 “투자자들은 스페이스X가 영향력을 반도체 제조업과 관련된 시장으로 확대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며 “결국 테라팹 프로젝트는 미래 성장을 위한 전략적 목표와도 직결된다”고 덧붙였다.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테라팹 프로젝트가 발표된 뒤 가장 큰 걸림돌은 반도체 공장 건설과 장비 구매 등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으로 꼽혔다.
테슬라가 전기차 및 관련 소프트웨어 판매로 벌어들이는 이익이나 스페이스X가 위성통신 서비스로 거두는 실적은 수백억 달러의 반도체 투자 비용을 감당하기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페이스X가 기업공개를 통해 750억 달러 상당의 자금을 성공적으로 조달한다면 재원 확보와 관련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 3월 테라팹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테슬라의 무인 자율주행 로보택시와 인공지능 휴머노이드 로봇, 스페이스X의 우주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에 모두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스페이스X의 상장 계획이 공식화되지 않았던 시점부터 대형 반도체 공장 건설의 필요성을 투자자들에 설득하며 대규모 자금 조달의 정당성을 구축해 온 셈이다.
| ▲ 테라팹 프로젝트가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 재차 주목받고 있다. <그래픽 챗GPT 제작> |
◆ 삼성전자 TSMC 파운드리 경쟁에도 변수로 부상
일론 머스크의 테라팹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되며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반도체 제조 협력사인 삼성전자와 대만 TSMC도 자연히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웨이저자 TSMC 회장은 4일 주주총회에서 테라팹 프로젝트와 관련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묻는 질문을 받았다. TSMC 투자자들도 스페이스X가 반도체 시장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웨이 회장은 “대규모 첨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려는 일론 머스크의 계획이 현실화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행운을 빈다고 말하겠다”고 대답했다.
테라팹 프로젝트가 이른 시일에 TSMC의 파운드리 사업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떠오를 가능성은 낮다고 우회적으로 지적한 셈이다.
모간스탠리와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월스트리트 주요 증권사들도 일론 머스크가 테라팹 투자 계획을 내놓은 직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평가를 내놓으며 비용과 시간, 기술력 측면에서 모두 한계가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첨단 파운드리 시장에 이제 막 진출하려는 인텔이 테라팹 공식 협력사로 합류했다는 점은 삼성전자나 TSMC가 모두 경계해야 할 만한 요소로 꼽힌다.
현재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은 사실상 삼성전자와 TSMC뿐인데 인텔이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손을 잡는다면 다크호스로 급부상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5월8일 보도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2025년부터 일론 머스크에 인텔 반도체 파운드리 활용을 적극적으로 요청해 왔다.
미국 기업인 인텔의 고객사 수주를 정부에서 직접 지원해 삼성전자와 TSMC를 견제하고 다른 빅테크 업체들도 뒤를 따르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노린 셈이다.
결국 테라팹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추진될수록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인텔의 입지는 더 커지고 삼성전자와 TSMC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될 수 있다.
다만 웨이 회장은 “TSMC는 지난 30~40년 동안 다양한 경쟁에 직면해 왔지만 승리했다”며 “앞으로도 계속 이길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테라팹과)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재차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