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인도서 '6조 조선 투자' 공식화하나, 정기선 아시아·중동 현지 생산거점 확장 속도
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6-04-20 16: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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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대통령의 인도-베트남 순방의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는 정기선 HD현대그룹 회장이 인도 방문 중 현지 조선업 투자를 공식화할지 주목된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인도 정부의 조선 산업 클러스터 후보지 가운데 한 곳인 타밀나두주 현지 정부와 약 40억 달러(약 6조 원) 규모의 조선소 투자의 세부 계획을 논의해왔는데, 이번 이 대통령 방문 기간 중 양측 간 지분비율·사업추진 방향 등 기본 방향이 결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이재명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20일(현지시각) 정상회담 이후 HD한국조선해양이 추진하고 있는 인도 타밀나두주 조선소 건립투자와 관련한 양해각서가 체결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회장(사진)이 조선사업 확장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는 해외 생산거점 확대에 속도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 HD현대 >
최근 인도 정부가 자국의 조선·해양산업 육성을 위해 정책적 지원을 가시화함에 따라 중국 조선 업계의 ‘저가 공세’에 대응할 수 있는 중동·아시아 지역에 다수의 생산거점을 확보하겠다는 정 회장의 해외 조선 확장 전략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20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이재명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이날(현지시각) 인도 뉴델리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양국 간의 경제협력 확대를 위해 20여 건에 이르는 양해각서(MOU) 교환식이 열릴 예정이다.
이 가운데 HD한국조선해양은 타밀나두 주정부 조선산업 프로젝트(NSHIP-TN)와 관련해 사가르말라금융공사와 함께 인도 신규 조선소 구축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할 예정으로, 각서에는 투자 지분구조와 사업 추진 방향이 담길 예정이다.
타밀나두주 조선소 구축 건은 인도 정부의 해양산업 육성 전략 ‘인도 해양산업 비전 2030(Maritime India Vision 2030)’, ‘해양산업 암릿 칼 비전 2047(Maritime Amrit Kaal Vision 2047)’ 등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인도 해양산업 비전 2030’은 인도 현지에 조선 산업 클러스터를 5곳 조성해 2030년까지 글로벌 조선시장 점유율 5%·세계 10위 이내에 진입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마리타임 암릿 칼 비전 2047’은 2047년까지 연간 선박 건조능력을 300만GT(총톤수)로 확대해 세계 5위의 조선업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5년 12월 인도 정부가 지정한 조선업 클러스터 조성 후보지 가운데 인도 동남부에 위치한 타밀나두주와 ‘신규 조선소 건설에 관한 배타적 업무협약’을 맺고, 항구도시 투투쿠디(Thoothukudi)에 신규 조선소 건립을 위해 투자비율을 비롯한 세부사항을 논의해왔다.
신규 조선소의 총 예상 투자 규모는 약 40억 달러(약 6조 원)이며, 연간 400만GT(재화중량톤) 규모의 선박을 건조능력을 갖춘 조선소를 구축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앞서 타밀나두 주정부도 20만DWT(재화중량톤)급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을 비롯한 상선 건조 허브를 조성하겠다며, 4가지 인센티브 제도를 지난 3월 발표하는 등 최종 투자결정을 내리기 위한 퍼즐이 맞춰지고 있다.
현지 조선소 건립 투자 이외에도 HD현대그룹은 인도 최대 규모의 국영조선소 ‘코친조선소’, 국영기업 ‘BEML’ 등 현지 기업과 협업해 한국 조선업의 기술력을 이전하는 방식의 현지 진출 전략을 펴고 있다.
코친조선소와는 △설계·구매 지원 △생산성 향상 △인적 역량 강화에서 협력키로 했는데, 2025년 11월에 협력범위를 특수선 사업으로 넓혀 인도 해군 상륙함 사업 수주를 노리고 있다.
BEML과는 크레인 설계·생산·품질검증 등에서 협력해 HD현대삼호·HD현대에코비나 등의 크레인 제조역량을 현지에 이식하고, 인도 현지 조선소에 클리앗 크레인과 집크레인까지 공급하겠다는 사업 계획을 세웠다.
▲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회장(오른쪽)이 2025년 11월13일 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하딥 싱 푸리 인도 석유천연가스부 장관과 만나 인도 조선 사업 역량 확대 방안 등을 논의한 뒤 악수하고 있다. < HD현대 >
앞서 정기선 회장은 지난 2025년 1월 인도 뉴델리에서 모디 총리와 만나 인도를 '해외 생산거점 다변화 전략 핵심'으로 지목하고, 합작 조선소 건립과 항만 크레인 사업 협력 등 인도 시장 공략 청사진 제시하는 등 인도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은창 한국산업연구원(KIET) 연구위원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인도 투자초기에는 선박 부품이나 기자재와 관련한 배후단지가 조성되지 않은 상태로 한국산 부품·기자재의 인도 수출이나 관련 업체의 인도 시장 진출을 위한 규제 장벽이 낮아지는 것이 관건”이라며 “인도 현지 인건비는 저렴하더라도, 생산 노하우나 근로 의욕에서 처질 수 있어 이들을 숙련 인력으로 양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정 회장은 앞서 인도를 비롯해 베트남, 필리핀, 사우디아라비아 등 시장 잠재력과 저렴한 노동력이 풍부한 아시아와 중동 지역에 다수의 조선소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에 현지 조선소를 직접 운영하거나, 현지 조선소 공동투자, 현지 조선기업과 기술지원·기자재 공급 협력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중국 조선 업계의 ‘저가 수주’에 대응하고, 기술수출 중심의 선진국형 조선 사업모델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HD현대그룹은 베트남, 필리핀 등 현지 조선소의 생산능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와 모로코에서는 현지 조선소 건립 투자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베트남 생산거점인 HD현대베트남조선은 생산능력을 기존 연간 15척에서 2030년 23척까지 확장한하기 위한 증설을 진행 중이다. HD현대중공업필리핀도 10년 동안 5억5천만 달러를 투자해 기존 연간 4척의 건조능력을 2030년까지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아프라막스(16만재화중량톤)급등 유조선 10척 건조체계로 확장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IMI조선소와 선박엔진 제조사업법인 마킨이 각각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현지에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있으며, 모로코에서는 카사블랑카 인근 조선산업 단지의 운영권을 따내기 위한 입찰을 준비하고 있다.
이은창 연구위원은 "범용 선박(벌크선, 컨테이너선, 유조선)을 한국에서만 건조한다면 중국 조선 업계에 시장을 뺏길 것”이라며 “가격 경쟁력이 있는 국가에 생산거점을 직접 운영하거나 기술을 수출해야 한국 조선 업계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진출 자체가 리스크가 큰 일이지만, 조선 업계의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