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PC그룹에서 또 안전사고가 났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질타를 받은 뒤 안전경영에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지만 반복된 사고 탓에 이번에도 거센 비판의 중심에 설 것으로 보인다.
| ▲ 허영인 SPC그룹 회장(사진)이 추진해온 안전사고 재발 방지책의 실효성을 놓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 |
인적 쇄신과 투자 등으로 안전경영에 의지를 보였지만 사고가 잦아들지 않는 것을 놓고 허 회장이 방향을 재점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경기 시흥 삼립 시화공장에서 20대와 30대 노동자가 작업 중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정확한 사고 경위는 조사 중이지만 생산 설비 수리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사고는 SPC그룹의 최근 화두가 안전경영이었다는 점에서 파장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반복된 사고 이후 조직 쇄신과 현장 중심 안전 체계 구축을 강조해왔지만 같은 유형의 사고가 되풀이된 것이다.
물론 허 회장이 안전사고와 관련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3월에는 도세호 상미당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을 삼립 대표이사에 내정하면서 안전과 생산 체계 전반의 재정비를 맡기기도 했다.
당시 삼립은 “도 사장은 제조 현장과 노사 협력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생산 체계를 재정비하고 안전경영 강화를 이끈다”며 “도 사장이 현장 중심의 안전 문화를 정착시키고 생산 운영 체계를 안정적으로 강화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회사 이름을 기존 SPC삼립에서 삼립으로 변경하는 안건도 처리했다. 안전사고와 관련된 논란과 결별하고 이미지 쇄신을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이 있은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다시 사고가 발생하면서 설비 안전장치와 작업 과정 전반에 근본적 개선이 미흡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SPC그룹의 안전사고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2025년 5월 삼립 시화공장에서 일어난 사망 사고 이후다. 당시 50대 여성 노동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7월 이재명 대통령은 해당 공장을 찾아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고 허 회장을 공개적으로 질타하기도 했다.
| ▲ SPC그룹의 핵심 계열사 삼립에서 또다시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 SPC그룹 본사. < SPC그룹 > |
이 대통령은 당시 “산업 재해들이 간헐적으로 예측 못 한 상태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면 이해가 되지만 똑같은 현장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똑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건 문제가 있다”며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고 방지도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SPC그룹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삼립은 현장 근무 체계를 기존 2조2교대 및 3조2교대에서 3조3교대로 전환하고 야간 근로를 8시간 이내로 제한했다.
그룹 차원에서 안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변화와 혁신 추진단’도 출범했다. 추진단의 권고에 따라 그룹은 3천억 원을 투입해 충북 음성에 스마트 신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다만 이러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사고가 반복되면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기존 공장에서의 안전 개선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투자 계획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에 올라 있다.
허 회장의 책임경영 방식도 다시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허 회장은 2025년 사고 당시에도 본인이 직접 나서기보다는 도세호 사장 등 경영진을 전면에 내세워 대응했다. 수습 과정에서 허 회장이 직접 대외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경우는 대통령 주재 간담회뿐이었다. 이를 두고 총수의 책임 있는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SPC그룹의 안전사고 논란은 이미 여러 해 동안 이어지고 있다.
2022년에는 계열사 SPL 평택 제빵공장에서 근로자가 소스 혼합기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허 회장은 직접 기자회견에 나서 대국민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약속했다.
그러나 허 회장의 사과 이틀 만에 또 다른 계열사인 샤니 성남 공장에서 손가락 절단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SPC그룹을 둘러싼 불매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