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등기부등본에 나타난 래이앤코의 주소는 서울특별시 중구 만리재로 161이다. 영원무역 본사가 위치한 서울특별시 중구 만리재로 159의 바로 옆 건물이 바로 래이앤코다.
등기임원도 현재는 성 부회장 1명만 있다. 2022년 8월까지만 하더라도 박미라 현 영원무역 글로벌재고관리 전무가 대표이사에 있었지만 그가 자리에서 물러난 뒤 쭉 성래은 부회장 1인 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 회사는 영원무역 곁에서 영원무역의 일부 도움을 받으면서 자라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일 때 래이앤코는 가정의 달을 맞이해 영원무역 임직원들에게 수건과 수제비누로 구성된 선물 패키지를 전달했다. 2022년에는 영원무역의 핵심 브랜드인 노스페이스 한국 론칭 25주년 행사 광고를 대행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래이앤코의 매출은 유의미한 수준이 아니다. 해마다 매출 20억 원 안팎을 기록하는 소규모 비상장사에 불과하다. 영원무역홀딩스와의 내부 거래액도 2023년 2억687만 원, 2024년 1억4089만 원, 2025년 2억6550만 원 수준에 그친다.
그럼에도 시장이 주목하는 이유는 과거 YMSA를 통한 승계 방식과 유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YMSA는 비상장 법인이지만 영원무역홀딩스 지분 29%를 보유한 실질적 지주사다. 1984년 섬유 및 원단 관련 수출입업을 주된 사업 목적으로 설립됐으며 2011년 지주사로 전환됐다. 이후 2023년 3월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은 성래은 부회장에게 소유하고 있던 YMSA 지분 50.01%를 증여했다.
이 과정에서 내부거래를 통해 증여세를 마련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성 부회장은 증여세 850억 원 가운데 대부분을 YMSA에서 빌려 납부했다. YMSA는 증여세를 마련하기 위해 당시 본사 건물로 사용하던 대구에 위치한 빌딩을 약 600억 원에 매각했다. 그런데 해당 건물의 매수자가 그룹 내 다른 회사인 영원무역으로 드러나며 내부거래를 통해 증여세를 마련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래이앤코 역시 내부 거래 확대와 펫 사업 등 신사업을 통해 기업 가치 및 자산을 키운 뒤 이를 고배당이나 내부거래에 활용해 오너3세의 승계 실탄을 마련할 것이라는 업계 안팎의 시선이 적지 않다.
실제 성 부회장의 딸은 지난해부터 영원무역홀딩스 주식을 장내 매수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10일 240주를 매입해 2025년 12월 기준 550주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비상장사인 래이앤코는 기업가치 평가 시점을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다. 가치가 낮을 때 지분을 이전하면 향후 기업가치 상승에 따른 상속·증여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후 YMSA와의 합병이나 지분 교환을 통해 지배구조 상단으로 편입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이 경우 상장사 지분을 직접 이전하는 방식보다 세금 부담을 낮추면서 단계적으로 경영권을 넘길 수 있다.
▲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성기학 영원무역그룹 회장은 3년간 소속 회사 82곳의 자료 제출을 누락해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적용되는 규제를 회피했다. 사진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영원무역 신관 전경. <영원무역>
결국 핵심 변수는 래이앤코의 현금 창출력이다. 래이앤코가 그룹 내 물량을 기반으로 수익을 확대할 경우 과거 YMSA와 유사한 승계 거점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진다.
업계에서는 영원무역이 대기업집단 지정을 피한 3년을 두고 승계의 ‘골든타임’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규제를 비껴간 공백 기간이 지배구조 재편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성기학 회장이 2021~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제출한 자료에서 계열사 82곳을 누락한 사실을 적발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누락된 회사의 자산은 3조2400억 원으로 관련 사건 가운데 최대 규모다.
영원무역이 누락 계열사를 포함한 실제 자산 기준으로 5조 원을 넘겼다면 2021~2023년 당시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됐어야 했다. 그 경우 총수일가 지분이 20% 이상인 래이앤코 같은 비상장사는 사익편취 규제와 내부거래 공시 의무를 적용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영원무역 관계자는 “계열사 누락 건은 실무 착오가 있었던 사안으로 고의적 은폐나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현재는 과오를 인지하고 바로 자진신고 했으며 재발방지를 위한 내부 프로세스를 개선했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