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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섣부른 친환경 지원 폐지로 중국만 키웠다, K배터리 3사 저버리고 '역풍' 맞아

이근호 기자 leegh@businesspost.co.kr 2025-12-24 15: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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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섣부른 친환경 지원 폐지로 중국만 키웠다, K배터리 3사 저버리고 '역풍' 맞아
▲ 중국 선그로우가 9월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재생에너지 박람회에 ESS 제품을 전시하고 있다. <선그로우>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트럼프 정부가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 제조업 지원을 줄인 가운데 중국의 배터리 지배력은 되레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정부의 지원 축소로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3사는 어쩔 수 없이 생산을 조정하며 고전하고 있는데 트럼프 정부도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모양새다. 

23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은 에너지저장장치(ESS) 용을 중심으로 중국산 배터리에 의존도가 더욱 커지고 있다. 중국산 배터리가 높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국 내 여러 산업에 걸쳐 지배력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방위산업 분석업체인 고비니는 현재 미군의 무기용 배터리와 관련 부품 가운데 6천 개가 중국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다고 집계했다. 

더구나 최근 급성장하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필수 설비인 ESS용 배터리도 중국산 비중이 높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대규모 전력을 계속 공급받아야 하는 데이터센터는 정전에 대비해 보조 전력원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중국산 ESS용 배터리가 미국 시장을 잠식해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실제 JP모간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주요 국가를 향한 중국의 ESS용 배터리 수출은 지난해보다 61%나 증가했다. 

중국 배터리업체 선그로우는 10월29일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미국 데이터센터 기업으로부터 ESS용으로 주문 문의를 받기 시작했다”고 밝혔다고 닛케이아시아가 24일 보도했다. 

물론 트럼프 정부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미국 빅테크인 알파벳과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AI 데이터센터에 투자를 확대해 이들에 전력과 배터리를 비롯한 인프라를 지원할 필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상황에 정통한 세 명의 취재원 발언을 인용해 최근 백악관이 배터리 공급망을 논의하는 고위급 회담을 열었다고 전했다. 

앞서 7월4일 통과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개정안에도 배터리 제조사에 직접 제공하는 혜택인 ‘첨단제조세액공제(AMPC)’를 기존과 같이 2032년까지 유지하도록 했다. 

그러나 미국 자체 배터리 제조사나 공급망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새로 육성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려 한동안 중국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이어졌다. 미국이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서 자체 공급망을 꾸리려면 최소 5년이 걸릴 것이는 전문가 발언도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미국은 AI 산업을 국가 안보의 시각으로도 보는데 배터리 자생력이 약해 발목을 잡힐 수 있는 셈이다. 
 
트럼프 섣부른 친환경 지원 폐지로 중국만 키웠다, K배터리 3사 저버리고 '역풍' 맞아
▲ LG에너지솔루션 직원이 미국 애리조나주 퀸크릭에 증설하는 공장 내부에서 새로 반입한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 LG에너지솔루션 유튜브 영상 갈무리 >
심지어 미국이 중국 배터리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은 과거 유럽이 러시아 천연가스에 의존했던 것과 비슷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뉴욕타임스에 “세계가 중국에 의존하는 것은 유럽이 러시아 천연가스에 의존하는 것과 같다”며 “전략 물자를 하나의 국가에 의존하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에너지 인프라와 배터리 공급망이 AI 경쟁력과 미래 군사력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는 가운데 미국의 중국 배터리 의존은 국제 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공산이 크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 배터리 공급망에서 독립할 기회는 없지 않았다. 무엇보다 한국 기업이 지은 배터리 공장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는 전임 바이든 정부의 지원책을 계기로 미국 배터리 생산에 대거 투자하고 공장을 다수 세웠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과 애리조나에 단독공장을 짓고, 오하이오와 테네시에는 GM과 합작공장을 확보했다. 현대자동차와 혼다와도 각각 미국 합작법인을 세웠다. 

SK온은 조지아와 테네시에 단독공장 및 현대차와 조지아 합작공장 등을 운영한다. 삼성SDI 또한 인디애나에 스텔란티스와 GM과 각각 합작공장을 가동하거나 건설하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 정부가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 제조업 지원을 대폭 삭감해 한국 배터리사는 타격을 입었다. 생산 라인을 조정하느라 비용이 들고 분기별 적자로 돌아선 곳까지 나왔다. 

이를테면 한국 배터리 기업이 전기차에서 ESS로 전환할 길을 미국 정부가 여러 정책을 통해 열어줄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수수방관하는 사이 중국 업체는 AI 데이터센터 열풍을 타고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미국 진출을 늘린 셈이다.

한국 기업이 AI 데이터센터 수요에 맞춰 ESS용 배터리 생산 능력을 확대하려 노력하지만 아직 역부족이라는 시각도 있다. 

매티 자오 뱅크오브아메리카 분석가는 닛케이아시아에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ESS 배터리 설비 증설은 수요 증가 속도에 미치지 못한다”며 “ESS 업체는 계속 중국에서 배터리를 수입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CATL과 이브에너지, BYD 등 중국 기업이 미국은 물론 세계 ESS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는 구도는 공고해지고 있다. 

요컨대 트럼프 정부가 친환경 제조업 지원을 섣불리 줄이고 한국 배터리 3사를 비롯한 현지 업체를 활용하지 못하면서 ESS용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만 키운 꼴이 됐다. 

미국 씽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일레인 K 데젠스키 공급망 전문가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제조업과 국방력에서 반도체가 두뇌라면 배터리는 심장”이라고 강조했다. 이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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