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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값 뉴노멀①] '1500원을 지켜라', 정부 '미봉책' 비판에도 국민연금으로 '환율 방어' 밀어붙여

조성근 기자 josg@businesspost.co.kr 2025-12-15 11: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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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바짝 다가섰다. 과거라면 외환위기급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던 수준이다. 하지만 한국의 대규모 대미 투자 확대 등 구조적 경상수지 변화를 고려하면 이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뉴 노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이미 환율 1500원을 기본 시나리오로 놓고 원가 구조를 재편하며 투자와 생산, 판매 전략을 새로 짜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고환율 시대가 본격화될 2026년을 앞둔 지금 정부와 기업, 투자자들이 어떤 대응 카드를 준비하고 있는지 심층적으로 들여다본다.

-글 싣는 순서
① 미션 '1500원을 지켜라', 정부 '미봉책' 비판에도 국민연금으로 '환율방어' 밀어부친다 
② 고환율 고착화에 금리정책 부담 커진 한국은행, 이창용 '신3고' 부담 커진다
③ 고환율에도 웃지 못하는 수출기업, '환헷지 전략'에 따라 희비 엇갈린다
④ 삼양-김정수와 오뚜기-함영준 희비 가르는 고환율, 식품업계 비빌 언덕은 '해외'
⑤ '통합 대한항공' 높아지는 비용 압력, 조원태 코로나 이은 제2의 경영시험대
⑥ LG화학 롯데케미칼 엎친데 덮친 고환율, 투자 확대까지 빨간 불
⑦ 고환율에 배터리 3사 실적 회복 발목 잡히나, 원자재 수입 비용 폭탄 현실화
⑧ 크래프톤 올해도 연간 최대 실적 눈앞, 김창한 환율 효과까지 더해져 '훈풍'에 미소
⑨ 삼성SDS 고환율에 글로벌 물동량 변동성 확대 우려, 이준희 디지털 물류 플랫폼으로 방어
⑩ 고환율 상수 시대, 동학개미도 서학개미도 이것만 알고 투자하자


[비즈니스포스트] 원/달러 환율 1400원 대가 '뉴노멀'(새로운 질서)로 굳어지자 국민연금이 정부의 환율 방어 전략에 핵심 역할을 주문받고 있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규모가 외환보유액을 웃돌 정도로 커지면서 외화채 발행과 외환스와프, 전략적 환헤지를 통해 달러 수급 역할을 조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환율 상승에 대한 근본 처방이 아닌 단기 대응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비판이 나온다.
 
[<font color='#949494'>원화값</font> 뉴노멀①] '1500원을 지켜라', 정부 '미봉책' 비판에도 국민연금으로 '환율 방어' 밀어붙여
▲ 원/달러 환율이 1500원 대를 향해 가자 정부의 환율 방어 전략이 국민연금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은 14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 모습. <연합뉴스>

15일 오전 11시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77.20원을 기록했다. 올해 저점이었던 6월30일 1354.00원을 기록한 이후 오름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자칫 1500원 대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재명 정부는 원/달러 환율 오름세가 계속되자 긴급회의 등을 열어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앞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기관 합동 '긴급 경제장관 간담회'를 주재하고 국내외 금융·외환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다만 기재부는 이 회의 결과에 관해선 별도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정부가 휴일 오후 긴급회의를 소집한 것은 그만큼 외환시장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번 회의에는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찬진 금융감독원 원장, 하준경 대통령실 경제성장수석, 박동일 산업통상부 산업정책실장, 이스란 보건복지부 1차관 등이 참석했다. 

환율 관련 긴급회의에 이전 관례와 달리 보건복지부 차관이 참석한 것이 눈에 띄는 대목으로 꼽힌다. 보건복지부가 논의에 참여했다는 것은 외환시장의 주요 수급 주체인 국민연금 해외 투자분까지 포괄적으로 살펴본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최근 원/달러 환율 1400원대가 '뉴노멀'(새로운 질서)이 되자 국민연금의 해외투자가 환율 수급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의 외화채 발행 필요성과 타당성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용역에선 외화채 발행과 관련한 국민연금법 개정에 대해서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부에서도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의 해외투자가 국내 외환시장의 달러 공급 부족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해외에서 채권을 발행해 직접 달러를 조달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외화채 발행은 복지부와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국민연금이 참여하는 4자 협의체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다만 환율 방어를 위해 국민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을 동원한다는 비판은 더욱 커질 공산이 크다.

실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연기금의 규모가 굉장히 커졌는데 이는 연기금이 환율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연기금도 환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라며 "상호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상황 변화에 따라 연금의 운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할 시기"라고도 말했다.

이렇듯 정부가 계속 국민연금 쪽을 살펴보는 배경을 두고 먼저 국민연금이 외환 수급에 실질적 영향을 줄 수 있는 규모로 성장했다는 점이 꼽힌다. 국민연금의 달러 수요가 원화 환산 기준 연간 수십조 원 단위에 이르며  외환시장에 상시적 매수 수요를 형성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2010년만 해도 300조 원에 그쳤던 국민연금 적립금은 지난 9월 말 기준 1361조2천억 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넘어서는 규모로 성장했다. 국민연금은 적립금 기준으로 세계 연기금 가운데 세 번째에 달한다.

더욱이 최근 국민연금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해외 비중이 크게 늘었다. 1361조2천억 원의 자산 가운데 해외주식이 37.3%, 국내채권 23.6%, 대체투자 15.9%, 국내주식 15.6%, 해외채권 7.1%, 단기자금 0.3% 등이다.

해외투자 금액은 총 798조540억 원에 달한다. 해외주식 508조 원, 해외채권 98조 원, 해외대체투자 19조 원 등이다. 2021년 415조 원이었던 해외투자 금액이 수년 사이에 급증했다.
 
[<font color='#949494'>원화값</font> 뉴노멀①] '1500원을 지켜라', 정부 '미봉책' 비판에도 국민연금으로 '환율 방어' 밀어붙여
▲ 최근 국민연금의 투자포트폴리오에서 해외 비중이 크게 늘었다. <연합뉴스>

국민연금은 전략적 자산배분과 전술적 자산배분을 병행하며 목표 대비 ±5%포인트 범위 안에서 국내외 투자비중을 조정한다.

올해처럼 국내 증시가 반등한 구간에서는 국내 주식을 팔아 차익을 실현했을 가능성이 높고 이 자금이 해외주식 매수로 이어질 경우 달러 수요가 급증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요컨대 단순 리밸런싱(자산 재분배 과정)만으로 외환 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외환시장 규모와 비교해봐도 국민연금의 존재감은 두드러진다.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11월 말 기준 4306억6천만 달러로 원화 기준 약 636조848억 원이다. 이는 국민연금이 지난 9월 말 기준 보유한 원화 환산 기준 해외자산 약 798조 원보다 적다. 외환시장의 안정판 역할을 하는 외환보유액보다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규모가 더 큰 셈이다.

국민연금이 외환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첫 번째는 한국은행과의 외환스와프다. 국민연금이 직접 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이면 원화 약세 기조가 단기적으로 강화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한국은행 외환보유액에서 달러를 '빌려 쓰는' 방식을 동원하자는 것이다.

외환스와프 규모는 2022년 9월 100억 달러(약 14조7720억 원)에서 2023년 4월 350억 달러(약 51조7020억 원), 지난해 6월 500억 달러(약 73조8600억 원)로 해마다 늘었다. 지난해 연말에는 650억 달러(약 96조180억 원)로 확대됐다.

두 번째는 전략적 환헤지(환율변동 회피)다.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는 환율이 너무 비싸거나 싸 보일 때 국민연금이 장기적으로 달러 보유 비중을 조절해 위험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일례로 현재처럼 원/달러 환율이 너무 높으면 달러를 일부 내다팔아 수익화할 수 있다. 선물·스와프 같은 파생상품을 이용하면 실제 달러 현물을 팔지 않아도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는 것과 같은 효과'를 만들 수도 있다.

두 가지 방안 가운데 외환스와프가 국내 당국 간의 내부 거래여서 외환시장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면 전략적 환헤지는 시장에 달러 공급을 만들어내 환율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을 통한 원/달러 환율 조절은 고환율의 구조적 원인과 상관 없이 국민 노후자산에 환 위험을 떠넘기는 것이라는 비판이 많다. 특히 경기 체력 약화 같은 구조적 요인을 방치하고 단기 처방에 의존하는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확산하고 있다. 

환헤지를 두고는 국민연금 내부에서 이미 부정적 의견이 나온 바 있다.

김재욱 국민연금연구원 연구원은 '국민연금기금의 환헤지 전략에 관한 논고'에서 "환헤지를 하면 국내자산군과 해외자산군의 수익률 상관관계가 증가하여 자연헤지 효과가 상실된다"고 짚었다.

환헤지로는 위험감소 효과, 수익률 증대 효과 모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국민연금이 이렇다할 환헤지를 하지 않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적절한 정책이라는 분석인 셈이다.

주로 달러로 표시되는 해외 자산과 원화로 표시되는 국내 자산은 자연스레 환헤지가 가능한 구조인데 해외자산을 환헤지하면 비용만 더 들고 환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많다.

김 연구원은 "외환 스왑시장에서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일정 수준 아래로 줄어들지 않는 한 대규모 환헤지는 시장 교란 요인을 작용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 주요 연기금 가운데 하나인 일본 공적연금(GPIF)도 국민연금처럼 자국 자산과 해외 자산에 각각 절반가량씩 투자하는데 환헤지를 하지 않는 전략을 사용한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주로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데 환헤지 비율이 극히 제한적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전문가들은 환율 상승에는 미국의 관세정책과 지정학적 요인 등 거시적 측면이 더 강해 국민연금이 나서서 일시적 대응을 하더라도 온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백석현 신한은행 환율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과거처럼 투기 세력에 의한 일시적 쏠림이라면 정부가 강한 구두 개입이나 물량 공세로 '카운터펀치'를 날릴 수 있겠지만 지금은 실수요에 기반한 구조적이고 질서 있는 환율 상승 양상이라 과거와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이 질서 있게 움직이고 있다면 정책 당국에 강한 개입을 기대하기보다는 경제 주체들이 적응해야 할 상황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며 "장기적으로는 국내 투자 환경을 개선해 달러 표시 해외 자금을 다시 불러들일 수 있도록 근본적 매력을 높이고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 장기적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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