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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의 인문학 구조조정, 박용성의 중앙대 구조개혁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5-02-27 15:4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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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우여의 인문학 구조조정, 박용성의 중앙대 구조개혁  
▲ 박용성 중앙대학교 이사장

대학이 진리의 상아탑이었던 시대는 갔다. 단지 취업사관학교일 뿐이다.

최근 대학들의 구조개혁 방향을 보면 이런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특히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뽑을 때 인문계 출신보다 이공계를 선호하면서 대학들도 학과 통폐합으로 이공계 비중을 늘리고 있다.

특히 정부는 대학과 산업현장 사이 인적자원 불균형을 없애겠다며 적극적으로 대학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대학구조조정이 인문계 고사를 가속화하고 대학의 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파격적 구조개혁 나선 중앙대

중앙대학교는 26일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에 따라 2016학년도 학사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학과제를 폐지하고 단과대학별로 신입생을 뽑는 내용이 개편안의 뼈대다. 내년 신입생들은 단과대 소속으로 기초와 교양과목을 수강한 뒤 2학년 2학기 때 전공을 결정하게 된다.

중앙대는 2016년부터 모집단위를 인문대학, 사회과학대학, 경영경제대학 등 단과대학별로 하고 문이과 통합교육과정이 도입되는 2021년부터 모집단위를 더욱 넓혀 인문사회계열, 자연공학계열 등 계열별로 신입생을 모집하기로 했다.

다른 대학들도 이미 학과단위가 아닌 단과대학별이나 계열별로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다. 하지만 중앙대는 이보다 한 발 나아가 아예 학과제를 폐지하고 단과대학을 중심으로 전공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앙대 관계자는 “학생희망과 사회적 수요 등을 감안해 전공정원을 조정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수요가 적은 비인기 전공은 사라질 수도 있다.

중앙대 내부에서 반발이 심하다. 대학 평의원회와 교수협의회 전현직 회장 6명으로 구성된 ‘대학구조조정에 대한 교수 대표 비상대책위원회’는 “일방적이고 비합리적인 구조조정”이라며 “총장 불신임과 법적 대응을 준비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김누리 비대위원장은 “밀실에서 소수가 결정한 안으로 교수사회를 우롱하며 대한민국 고등교육을 파괴하는 행위”라며 “기업이 대학을 장악했을 때 나타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교수회의 투표에서도 87.38%의 교수가 개편안에 대한 재논의를 요구했다.

두산그룹이 2008년 중앙대학교 인수한 뒤로 수익성과 성과 중심의 기업문화가 대학교에 침투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앙대는 2010년에도 18개 단과대를 10개로 줄이고 77개 학과를 46개로 통폐합해 ‘기업식 구조조정’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황우여의 인문학 구조조정, 박용성의 중앙대 구조개혁  
▲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 대학이 기업수요에 맞춰야 한다는 정부의 요구

중앙대가 교육부의 대학 구조개혁정책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정부가 대학에 인문계는 줄이고 이공계는 늘리도록 인원조정의 압력을 넣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학과 산업 현장 사이에 인력 불균형을 해소하려 한다.

중앙대 관계자는 “정부의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을 보면 공학계열은 부족하고 인문사회계열은 넘친다”며 “산업수요와 대학교육간 부적합을 해결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정책에 부응하겠다는 의미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5일 순천향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특강에서 “대학정원을 늘려라 줄여라 교육부가 요구하면 안 된다”며 “구조조정은 자율적으로 하고 정부는 필요한 재원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발언이 대학이 알아서 구조조정을 하도록 교육부가 손놓고 내버려두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정부는 오히려 재정지원을 강조하면서 ‘자율적’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려 한다.

교육부는 지난해 1월 대학 입학정원을 2023년까지 16만 명 줄이는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방대학교는 인문사회계열 학과 통폐합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대학교에서 폐과된 학과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인문사회계열 학과였다.

황 부총리는 지난달 대학의 구조조정 노력을 유도하기 위해 산업 중심 정원조정 선도대학을 지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산업 중심 정원조정 선도대학에 대한 재정지원 규모는 3년간 7500억 원으로 대학특성화사업의 3배에 이른다.

황 부총리는 “우리나라에 독어독문학과가 49개 있는데 졸업하고 취업하는 학생이 얼마나 되느냐”며 “모든 대학이 인문대학을 하면 구조조정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재정이 열악한 지방대학들을 대상으로 재정지원을 무기로 해 인문계 구조조정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의 수요에 따라 대학교육의 기본기능을 포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서울 주요대학으로 구조조정 확산되나

중앙대가 정부 구조개혁 방침에 발을 맞추면서 구조개혁이 대학가에 폭넓게 확산될지 주목된다. 구조개혁 움직임은 지방대뿐 아니라 서울의 주요대학에서도 구체화하고 있다.

이화여대도 인문예체능계열학과를 공학이나 경영학과 접목한 신산업융합대학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신산업융합대학은 취업률과 산업발전방향 등을 기준으로 조형예술대학(9명), 음악대학(23명) 등 일부 단과대학 감축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화여대 중앙운영위원회 학생 등은 27일 이화여대 정문 앞에서 신산업융합대학 신설과 구조조정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구조조정을 재논의하라고 요구했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교육부의 구조조정 대상은 결국 인문사회학문”이라며 “정부가 취업률을 기준으로 학과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만큼 이런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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