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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조 다시 마주한 강환구, 꼬인 노사갈등 풀어낼까

고진영 기자 lanique@businesspost.co.kr 2018-10-10 17: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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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조 다시 마주한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94464'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강환구</a>, 꼬인 노사갈등 풀어낼까
▲ 8일 울산시청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노사정협의회. 왼쪽부터 박근태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장과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 송철호 울산시장, 강환구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울산시>
"노동자가 희생을 감수하지 않으면 우리도 몰락한 미국 GM 공장의 전철을 밟을 것이다." (현대중공업 회사 측)

"수주가 늘어나도 회사는 오너일가 배만 불리고 인건비를 탓한다." (현대중공업 노조 측)

강환구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이 악화일로를 걷는 노사 갈등 해결에 애를 먹고 있다. 이례적으로 울산시가 중재까지 나서면서 70여 일 만에 다시 노사 대화가 시작됐지만 견해 차이를 좁힐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사는 최근 대화 재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팽팽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3사 가운데 올해 임단협을 타결하지 못한 곳은 이제 현대중공업 뿐이다.

강 사장이 77일 만에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노조가 회사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여전히 날이 서 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이날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중공업 경영진은 지주사 설립 과정에서 오너일가의 사익만 추구해놓고 경영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배임경영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인적분할을 통해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고스란히 현대중공업지주에 넘겼기 때문에 지주회사 지분이 많은 총수일가의 배당이익만 높아졌다는 것이다. 

노조는 “현대중공업 경영진은 오너일가의 지배권 강화를 위해 경영을 개선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다”며 “이를 자발적으로 환원하지 않으면 응분의 책임을 묻고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17일~18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조합원이 참여하는 파업도 벌인다. 올해 들어 다섯 번째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8일 ‘현대중공업 고용·경영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협의회’ 첫 회의를 열었다.

강 사장과 송철호 울산시장,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 박근태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장 등이 참석했다. 7월24일 21차 단체교섭을 끝으로 교섭이 진행되지 못했는데 다시 소통창구가 열린 셈이다.

강 사장은 현재 울산지방노동위원회에 해양사업본부 유휴인력 1220명을 대상으로 평균 임금의 40%를 지급하는 '기준 미달 휴업 승인'을 신청해 놓았다. 반면 노조는 기준 미달 휴업 신청의 철회와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8일 5천억 원 규모의 해양플랜트를 수주하는 호재를 맞았지만 이 역시 노사 협상에서는 오히려 쟁점이 될 수 있다.

노조가 그동안 '일감이 늘어나고 있는 데도 회사 측이 기준 미달 휴업수당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비판해 왔기 때문이다. 강 사장 등 경영진이 기준 미달 휴업수당을 고집하는 데는 희망퇴직을 늘려 외주화를 확대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해양사업본부가 4년 만의 수주를 한만큼 노조의 이런 공세에도 더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다.

반면 회사 측은 해양플랜트사업의 숨통이 트이기는 했어도 실제로 건조에 들어가려면 1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일감 부족은 여전하다고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수주에 비록 온기가 돌고 있지만 원자재가격도 계속 오르고 있어 수익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강 사장의 뜻은 사내소식지인 '인사저널'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회사 측은 최근 인사저널을 통해 뼈를 깍는 각오로 비용의 선순환을 이루지 못하면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고 거듭 호소했다. 미국 위스콘신주의 마을 ‘제인스빌’을 사례로 들기도 했다.

제인스빌은 1919년 GM 공장이 들어서면서 90년 동안 대를 이어 넉넉하게 살았던 마을이다. 그러나 이후 공장이 문을 닫고 실직자들이 다른 도시를 떠돌면서 '제인스빌 집시'라는 말까지 생겼다.

회사 측은 "노동자들이 회사를 황금알을낳는 거위로 여기고 매년 높은 임금 인상과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해 고비용, 저효율 구조라는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라며 "제인스빌의 쇠락은 남의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서로 시각 차이가 워낙 큰 만큼 노사가 합의점을 찾으려면 갈 길이 멀다. 노사는 8일 첫 만남을 시작으로 매주 2차례씩 실무진 회의를 연다.

강 사장은 회의에서 “자리가 어렵게 마련된 만큼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의견 차이를 좁혀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근태 지부장 역시 “그동안의 어려움은 노사의 신뢰 부족 때문이었다”며 “대화를 통해 어려움을 함께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대를 보였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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