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저가 스마트폰의 기능과 사양, 디자인을 모두 한 단계 발전시켜 내놓는 큰 폭의 하드웨어 전략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고사양 스마트폰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는 화웨이와 샤오미 등 중국업체의 거센 추격에 맞서 삼성전자의 입지를 지켜내겠다는
고동진 IM부문 대표이사 사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10월 출시를 앞둔 '갤럭시A7'을 시작으로 이전보다 사양을 크게 높인 중저가 스마트폰을 대거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세계 언론에 10월 중순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A갤럭시 이벤트' 초대장을 보냈다. 갤럭시A7을 포함한 스마트폰의 발표가 예정됐다.
삼성전자가 이례적으로 세계 언론에 초대장을 보낸 점을 볼 때 앞으로 출시될 갤럭시A 시리즈 등 중저가 스마트폰의 향후 사업 전략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동진 사장은 이미 9월 초 CNBC와 인터뷰에서 삼성전자 중저가 스마트폰의 변화를 예고했다.
고 사장은 "가격이 중저가 수준이지만 많은 소비자들에 선택받는 스마트폰을 만들기 위해 사업 전략을 완전히 뒤바꿀 것"이라며 "최신 기술을 더 적극적으로 탑재해 차별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삼성전자 중저가 스마트폰은 갤럭시S 또는 갤럭시노트 등 프리미엄 라인업과 수요 잠식을 피하기 위해 성능과 사양, 디자인이 모두 상대적으로 크게 부족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고 사장은 중저가인 갤럭시A7에 삼성전자 스마트폰 최초로 트리플 카메라를 채용하면서 그동안의 관행을 깨고 중저가 스마트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 변화에 신호탄을 쐈다.
앞으로 출시되는 갤럭시A와 갤럭시J 등 중저가 라인업에 큰 폭의 발전을 예상할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가격대나 라인업에 구애받지 않고 경쟁력을 높이는 기술 발전을 추진할 것"이라며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수요 둔화에 대응해 중저가 제품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고 사장은 지금과 같은 전략을 고집하면 중국 스마트폰업체와 상대하기 역부족이라고 판단해 중저가 스마트폰의 사양을 높여 내놓는 '맞불 작전'을 시험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 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 홈페이지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분기에 세계 400~600달러 스마트폰시장에서 16%의 판매량 점유율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중국 오포가 22%의 점유율로 1위를 지켰고 화웨이(14%), 샤오미(6%)가 삼성전자를 뒤쫓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은 프로세서와 디스플레이, 카메라 사양 등을 모두 프리미엄 수준으로 높이면서도 가격은 600달러 미만으로 저렴한 고사양 중저가 스마트폰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가격이 1천 달러에 가까워지며 소비자 수요가 중저가 제품으로 대거 이동했고 인도와 동남아 등 신흥시장에서 신규 수요도 중저가를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소비자들은 같은 가격이라면 비교적 낮은 성능과 사양을 보이는 삼성전자 스마트폰보다 프리미엄급 성능을 갖춘 중국업체의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사례가 많다.
▲ 삼성전자 새 중저가 스마트폰 '갤럭시A7'. |
고 사장이 중국업체에 맞서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과 스마트폰사업에서 입지를 지켜내려면 중저가 스마트폰의 대대적 변화는 피할 수 없는 전략으로 꼽힌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화웨이 등 삼성전자 경쟁사의 스마트폰 품질과 성능이 발전하고 있다"며 "하지만 삼성전자가 내년을 위한 대응방안을 준비하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가 중저가 스마트폰에 고사양 부품 탑재를 늘리면 단기적으로 수익성에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중국 스마트폰업체가 삼성전자의 글로벌 경쟁업체로 빠르게 성장하는 일을 막으려면 고 사장이 적극적으로 방어전을 펼치는 전략이 중요하다.
카운터포인트는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은 하드웨어 기술 발전에 빠르게 성과를 내며 프리미엄시장 진입까지 노릴 수 있게 됐다"며 "점차 유럽과 미국까지 진출 확대를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