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중 하나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에 대비해 체질 개선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보장성 보험 판매를 늘릴 기반이 충분하지 않은 데다 자산운용부문에서도 수익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하나생명의 실적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주 사장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하나생명은 2018년 상반기 순이익이 89억 원을 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억 원 감소했다. 1분기 순이익 59억 원을 내며 선방했지만 2분기에는 순이익 30억 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피할 수 없는 상품구조의 체질 개선을 추진하면서 수익성에 타격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2021년부터 새롭게 적용되는 국제회계기준에 따르면 보험회사들이 파는 저축성 보험은 환급해줄 돈이 보험부채로 시가평가가 이뤄져 부담이 커진다. 보장성 보험을 파는 것이 유리해지는 셈이다.
주 사장은 무리하게 판매 경로를 다양화하기보다 주력인 방카슈랑스(은행과 보험의 협력 모델)를 통해 보장성 보험 판매를 독려해 보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보장성 보험은 저축성 보험보다 전속 설계사의 역할이 크기 때문에 자리를 잡기가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나생명 관계자는 “하나생명은 현재 독립보험대리점을 통한 영업력을 강화하거나 전속 설계사를 확충할 계획보다는 방카슈랑스를 통해 보장성 보험 판매를 늘려나갈 것”이라며 “실제로 하나생명의 보장성 보험 판매는 전체의 절반까지 올라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장성 보험 판매량이 의미 있는 수준까지 증가했는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저축성 보험 판매를 줄인 결과로 보장성 보험 판매의 비율만 상대적으로 올라갔을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하나생명의 저축성 보험료는 초회 보험료 기준으로 2018년 3월 말에 10억6100만 원으로 나타나 지난해 같은 기간(16억2100만 원)보다 34.5%나 줄어 들었다. 같은 기간 보장성 보험료는 7.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체 보험료에서 차지하는 보장성 보험 비율이 절반까지 올라왔다는 점만으로는 보장성 보험 판매가 의미있게 성장했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셈이다.
이 때문에 하나생명이 방카슈랑스 이외의 통로로 보장성 보험을 판매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장성 보험은 연금보험 등 저축성 보험과 달리 비용산정 방식이나 보장내용 등이 복잡한 만큼 이전부터 보장성 보험을 판매하던 전속 설계사들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은행 직원들이 창구에서 단순한 권유로 팔 수 있는 보험상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장성 보험은 소비자들이 일상적으로 가입하는 보험이 아니고 인생설계를 하며 큰 결심과 계획이 필요한 것"이라며 "또 약관이나 상품 관련 내용이 복잡해 상품을 판매하는 사람들도 오랜 경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나생명은 2018년 6월 말 기준 전속 설계사가 29명으로 생명보험협회 통계에 포함된 국내 생명보험회사 가운데 가장 인원이 적다.
하나생명의 자산운용부문의 수익률이 부진하다는 점도 주 사장의 어깨를 무겁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생명보험협회 통계에 따르면 상반기까지 하나생명의 운용자산 이익률은 2.9%로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0.1%포인트 감소했다.
주 사장은 올해 초 취임식에서 “영업력, 상품력, 관리력을 바탕으로 신속 정확한 스피드 경영을 통해 자산운용 수익을 높이고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감독 규제와 환경에 면밀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 사장은 지난해까지 대표이사를 맡던
권오훈 전 하나생명 사장이 실적 부진으로 연임에 실패하면서 사실상 ‘구원투수’로 사장 자리에 올랐다.
하나금융그룹에서 ‘약체'로 꼽히는 하나생명의 실적 반등의 과제가 그만큼 무겁다.
하나생명 관계자는 “보장성 보험 중심으로 영업을 강화하면서 실적이 다소 줄어드는 것은 보험회사 모두가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이라며 “보장성 보험 판매 비중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 장기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