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보험업계의 치열한 경쟁과 나빠진 업황 때문에 금융위원회로부터 새 보험업 인가를 받을 가능성이 낮아 기존 보험사의 인수합병시장에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에는 생명보험사 24개, 손해보험사 17개, 해상보험전문사와 외국계 재보험사 17개까지 합쳐 모두 58개의 보험회사가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시장이 사실상 포화상태인데다 해약률마저 높아져 금융위원회가 보험업 추가 인가를 내기는 힘들 것”이라며 “우리은행이 보험업계에 진출하고자 한다면 보험사 인수가 현실적 방법”이라고 말했다.
손 행장은 우리은행 지주사체제에서 보험회사를 갖추기 위해 보험사 인수에 나서야 하지만 서두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손 행장이 보험사에 앞서 우선 자산운용사, 부동산신탁회사, 증권사 등을 갖추기로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자산운용사, 부동산신탁회사, 중형 이상의 증권사 순서로 인수합병해 지주사체제의 비은행계열사를 갖춰 갈 것”이라며 “보험사 인수합병을 논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손 행장은 지난해 말 기자간담회에서 "규모가 작은 자산운용사 등을 시작으로 인수합병를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몸집이 큰 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처음부터 무리하기보다는 필요하면서도 힘들지 않은 것부터 차례로 하나씩 붙여나가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시장에 나와있는 보험사 매물도 손 행장의 마음을 끌 만한 장점이 보이지 않는다.
동양생명과 ABL생명, KDB생명, 롯데손해보험, MG손해보험 등이 매물로 나올 수 있는 보험사로 꼽힌다.
이 가운데 롯데손해보험은 매각 여부가 불투명하고 KDB생명과 MG손해보험은 앞서 매각을 시도했지만 재무 건전성이 좋지 않아 모두 실패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대주주인 중국 안방보험이 매각 의사를 밝혔지만 ABL생명은 규모 면에서 인수할 매력이 떨어지고 자산규모 7위인 동양생명은 다른 금융지주와 경쟁하면서 필요 이상의 지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손 행장이 인수에 뛰어들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금융권에서 우리은행이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와 동양생명 인수에 참여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우리은행은 이 소문이 동양생명 인수전을 흥행시키기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보고 있으며 동양생명 인수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손 행장이 시간을 두고 보험사 인수를 내년으로 넘기는 것이 낫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나 대기업 구조조정, 보험사 부실 약관 문제 등 변수로 대형 보험사가 매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은행이 연말 지주사체제 전환 이후 넉넉해진 투자금을 활용해 내년에 대형 보험사 인수에 뛰어드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