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VS 비박?‘
정치 얘기가 아니다. 금호산업 인수전의 막이 오르면서 누가 올해 기업 인수합병(M&A) 최대어인 금호산업을 낚을지 관심이 높아지면서 나오는 얘기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인수후보 1순위에 올라있지만 인수전 레이스에 나설 여타 후보에도 관심이 뜨겁다. 박 회장이 아닌 다른 기업이 금호산업을 품에 안을 경우 재계 지형도가 크게 뒤바뀔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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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오는 25일까지 금호산업 인수의향서(LOI)를 받는다. 박삼구 회장이 경영권 인수를 위해 인수자금 마련에 분주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다크호스’로 유력한 기업들의 이름도 거명되고 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0.08%를 지닌 최대주주다. 금호산업을 손에 넣으면 국내 항공업계 2위인 아시아나항공 경영권까지 손에 넣을 수 있어 매력적이다.
아직까지 대기업들 가운데 인수의향을 공개적으로 밝힌 곳은 없지만 항공업이 관광이나 레저, 백화점, 호텔업, 면세점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눈독을 들이는 곳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거명되는 여러 후보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대상그룹과 삼성그룹이다.
삼성그룹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 이 사장이 이와 관련해 홍기택 행장을 만났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호텔신라와 산업은행 모두 이 보도를 강력히 부인했다.
이번에 매물로 나온 금호산업 지분은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57.48%다. 10일 금호산업 종가기준으로 5123억 원 정도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경영권 프리미엄과 에어부산, 금호터미널 등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해지면 실제 인수가는 1조 원에 육박할 수도 있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9089억 원과 영업이익 1389억 원을 냈다. 2013년보다 매출은 26.6%, 영업이익은 60.5%가 늘었다. 호텔신라의 약진은 면세점사업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덕분이다.
하지만 면세점사업의 성장성은 최근 업계의 치열한 경쟁과 정책적 변수 등으로 불안정하다. 이 사장이 아시아나항공을 통해 항공업 진출을 모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항공업은 이 사장이 공을 들이고 있는 면세점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분야다.
또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과 함께 국적 항공기로서 위상이 높은 데다 안정적 현금창출도 가능하다. 삼성그룹이 보유한 전용기 운영과 유지관리 비용 절감효과도 있다.
대상그룹은 박삼구 회장의 우호세력이라는 점에서 후보로 거명된다.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은 박 회장의 매제다. 임 명예회장의 부인이 박 회장의 여동생인 박현주 대상홀딩스 부회장이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을 되찾을 자금력이 의심받고 있는 형편이다. 홍기택 산업은행장은 이미 박 회장의 인수자금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런 만큼 박 회장이 다른 기업과 손잡고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박 회장 입장에서 손을 잡아야 한다면 경영권을 요구하지 않는 우호적 투자자가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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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 |
그런 점에서 대상그룹은 박 회장에게 매력적 카드가 될 수도 있다. 다만 대상그룹이 1조 원 가까운 자금을 댈 여력이 있는지가 관건이다.
현재로서 가능성이 높지 않으나 만의 하나 삼성그룹과 대상그룹이 금호산업 인수전에서 맞붙게 되면 사돈지간이었던 두 그룹의 관계가 다시 주목받을 수도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전 부인 임세령씨가 임창욱 회장의 맏딸이기 때문이다.
특히 두 그룹은 아버지 세대를 대신해 3세 경영인들이 전면에 등장해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말할 것도 없고 대상그룹의 임상민 전무도 3세 여성 경영인으로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어 재벌가 딸들의 경쟁이 펼쳐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