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크론이 반도체 출하량을 크게 늘리지 않고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등 투자전략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반도체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런 변화에 수혜를 기대할 수도 있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 |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31일 "마이크론이 최근 발표한 반도체공장 투자계획에는 반도체산업의 변화를 보여주는 몇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 고 분석했다.
마이크론은 미국 버지니아주에 2020년 양산을 목표로 새 반도체공장 착공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모두 30억 달러(약 3조3천억 원) 수준의 투자가 예정돼 있다.
마이크론의 새 메모리반도체 공장은 서버와 스마트폰 등에 탑재되는 범용 제품이 아닌 사물인터넷 기기와 자동차 전장부품 등에 사용되는 산업용 반도체를 전문으로 한다.
황 연구원은 "과거에 반도체공장의 증설은 공급 과잉을 이끌 수 있는 징조로 판단되어 왔지만 마이크론의 신규 투자는 성격이 다르다"며 "반도체기업들이 투자를 절제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이크론이 새로 짓는 반도체공장의 출하량은 전체 생산 능력의 5% 정도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새 공장이 가동을 시작해도 반도체업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미미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그동안 D램 주요 경쟁사인 마이크론의 공장 증설에 부정적 영향을 받아 왔다. 하지만 마이크론의 투자전략이 변화하며 수혜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황 연구원은 마이크론이 사물인터넷과 전장부품으로 반도체 공급처를 다변화하고 있어 메모리반도체업황이 견조한 흐름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마이크론이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에 대응해 미국에 공장 증설을 결정한 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사업 환경을 맞을 수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황 연구원은 "향후 사물인터넷 반도체 등의 수요 대부분이 중국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마이크론은 중국에 공장 신축계획이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내다봤다.
중국에 메모리반도체공장 투자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에서 발생하는 반도체 수요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황 연구원은 "반도체업계에서 물량 확대 경쟁이 벌어지던 과거와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긍정적"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