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호 신한은행장이 기관영업을 놓고 공을 들인 끝에 올해 성과를 내면서 지난해 구겨졌던 자존심을 되찾았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올해 31조 원 규모의 서울시 1금고를 따낸 데 이어 8조1천억 원 규모의 인천시 1금고를 수성하면서 지난해 기관영업에서 패배를 만회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KB국민은행에 5년 동안 맡아왔던 경찰공무원 대출사업권을 내주고 10년 동안 다뤄오던 국민연금 주거래은행도 우리은행에 밀렸다.
위 행장은 지난해 굵직한 기관영업 사업장을 다른 은행에게 넘겨준 만큼 올해는 영업력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보이며 절치부심했는데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위 행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올해 무엇보다 커뮤니티영업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대기업·기관고객영업도 긴밀한 협업과 촘촘한 영업을 통한 토탈마케팅(Total Marketing)을 바탕으로 영업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 행장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개인그룹에 속해있던 기관영업부문을 따로 떼 기관그룹으로 확대개편하고 기관영업 전략가로 꼽히는 주철수 부행장보에게 기관그룹을 맡겼다.
기관영업본부도 기존에 2개에서 3개로 덩치를 불렸는데 본격적으로 기관영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위 행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위 행장은 지난해 말부터 서울시금고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고 일찍부터 공을 들여왔다. 5월 진행된 서울시금고 입찰 과정에서는 위 행장이 해외출장에서 잠시 돌아와 서울시금고 입찰 프레젠테이션에 직접 참석한 뒤 다시 출국하기도 했다.
이번 인천시 1금고에는 하나금융지주 본사 이전 등을 내걸었던 KEB하나은행과 기관영업 전문가로 꼽히는 허인 KB국민은행장이 이끄는 KB국민은행 등을 모두 제치며 신한은행의 자존심을 지켰다.
신한은행은 대내외적 신용도 및 재무구조의 안정성, 시민 이용 편의성, 금고업무 관리능력 평가항목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연수원이 있는 경기 용인이 아닌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며 지역 친화적 모습도 보여준 점도 긍정적 평가를 이끌어낸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출연금은 논란이 될 여지가 있다.
신한은행은 이번 입찰 과정에서 4년 동안 인천시에 출연금으로 1206억 원을 내놓기로 했는데 4년 전 470억 원에서 3배 가까이 뛰었다.
신한은행은 서울시금고 경쟁에서도 3천억 원 가량의 출연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4년 전에 우리은행이 서울시금고 사업권을 따낼 데 내놨던 1400억 원의 2배를 넘는 금액이다.
시중은행들이 기관영업장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출연금 규모도 가파르게 뛰고 있는 모양새다.
기관고객 유치 경쟁에 사용되는 돈이 다른 일반 고객의 부담으로 떠넘겨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출연금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그만큼 수익성도 높아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허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출혈 경쟁을 한 은행들은 고금리를 적용받는 저신용자와 서민에게서 본전을 뽑으려고 할 것”이라며 “과당 경쟁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서울시금고를 발판으로 서울 구금고 사업권도 따내야 거액의 출연금에 상응하는 사업 시너지를 낼 수 있지만 여의치 않은 점도 신한은행에게는 아쉬운 대목이다.
우리은행은 용산구를 제외한 서울 24개 자치구의 1금고를 맡고 있는데 올해 지금까지 진행된 도봉구, 구로구, 영등포구, 중구 등 4곳의 1금고는 모두 우리은행이 다시 선정됐다.
남은 서울 자치구 21곳의 구금고 선정은 9월에 대부분 마무리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오래 동안 수익성 분석을 진행해 적정수준의 출연금을 제안한 만큼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구금고에도 마찬가지로 과다 출연을 피하고 적정 수준의 제안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