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의 망령이 여전히 맴돌고 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인수했다 재매각하는 과정에서 4조 원이 넘는 이익을 챙겨 이른바 ‘먹튀’ 논란을 일으킨 미국계 사모펀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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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1월 론스타 매각 승인 당시 민주통합당 소속 의원과 당원들이 이를 규탄하는 대회를 열고 있다.<뉴시스> |
외환카드 노조위원장 출신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가 론스타로부터 거액을 챙긴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장 대표가 수억 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장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장 대표는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에게 법원에 선처 탄원서를 제출하겠다고 요구해 8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정부가 2003년 8월 외환은행을 헐값에 매각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론스타가 주가를 떨어뜨려 저가 물량을 매수할 목적으로 외환카드 허위 감자설을 유포했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장 대표는 외환카드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투기자본감시센터를 통해 외환카드 주가조작과 관련해 유 전 대표를 고발했다.
그는 유 전 대표가 법정구속된 뒤 찾아가 돈을 요구하고 파기환송심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검찰조사에서 드러났다.
장 대표는 "해고기간 발생한 임금에 대한 보상금"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장 대표의 체포와 관련해 성명을 내 "도덕성을 생명으로 삼는 시민단체의 주요 간부가 개인적 사유로 금품을 수수한 행위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센터는 뼈를 깎는 반성을 통해 시민단체 본연의 모습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장 대표를 파면했다.
론스타는 1991년 설립된 미국계 사모펀드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국내에 진출해 부실채권과 자산을 헐값에 사들였다 되파는 방식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 빌딩과 극동건설 등 부동산 자산은 물론이고 금융회사인 외환은행에도 손을 뻗쳤다.
론스타는 2003년 부실금융으로 낙인찍힌 외환은행을 1조3800억 원에 사들였는데 당시 정부는 헐값에 매각했다는 혹독한 비난에 휩싸였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인수 뒤 여러 차례 매각을 시도하다 9년 만인 2012년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론스타는 이를 통해 기존지분 매각이익까지 합해 4조6600억 원을 챙겨 ‘먹튀’ 논란을 남긴 채 한국을 떠났다.
하지만 론스타는 한국금융시장에 어둡고 긴 그림자를 남겼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 뒤에도 국세청 세무조사에 강하게 반발하며 우리정부와 소송을 벌이고 있다.
론스타는 벨기에에 회사를 세워 외환은행을 인수했는데 벨기에가 한국과 이중과세방지협정을 체결한 만큼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세청은 벨기에의 회사가 ‘페이퍼 컴퍼니’에 불과해 론스타가 세금을 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론스타는 국내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오다 2012년 국제투자중재센터(ICSID)에 43억 달러의 배상금 소송을 제기했고 오는 5월 첫 중재재판을 앞두고 있다.
하나·외환은행은 조기합병을 놓고 지난해부터 줄곧 진통을 겪어왔는데 법원이 최근 6월 말까지 중단하라는 결정을 내리면서 논의 자체가 중단되는 상황을 맞았다.
외환은행 노조가 조기합병을 반대하는 근거는 외환은행 노사가 2012년 맺은 2.17 합의서 때문이다. 이 합의서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론스타에게 인수한 뒤 5년 동안 독립경영을 유지할 것을 약속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하나-외환은행 통합과 관련한 일련의 진통도 알고 보면 론스타에 원죄가 있다고 본다.
론스타는 과거 외환은행 인수 뒤 강도높은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했고 이후 외환은행에 남은 직원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직원 처우를 크게 높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 노조가 하나금융에 조기통합되는 데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는 것은 론스타가 실시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겪은 트라우마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