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이가 늘어도 씀씀이가 커지면 소용없다.
이동통신사들이 마케팅비 절감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시행으로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던 마케팅비가 오히려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이통사들이 올해 마케팅비를 대폭 줄일 수 있을지를 놓고 전망이 엇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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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창규 KT 회장 |
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국내 이통사들은 단통법 시행된 첫 분기인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 대부분 마케팅 비용이 늘었다.
KT는 지난해 4분기 마케팅비로 8127억 원을 썼다. 이는 단통법 시행 전인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9.6% 늘어난 수치다. LG유플러스도 마케팅비가 5182억 원을 기록하며 직전분기보다 8.6% 증가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4분기에 마케팅비용 816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단통법 시행 전인 지난해 3분기보다 1.9% 감소한 것이다.
그러나 단통법 시행 이후 단말기 판매 자체가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단통법 효과라고 보기 어렵다. 매출에서 마케팅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분기 25.2%에서 4분기 25.7%로 오히려 늘었다.
이통사들은 LTE 이용자 증가에 따라 가입자당매출(ARPU)이 모두 늘었다. 가입자당매출은 가입자 1명이 평균적으로 지불하는 금액으로 이통사들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지표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지난해 4분기 3만7천 원으로 늘어났다. KT도 가입자당매출이 처음으로 3만5천 원을 넘어섰다.
그런데도 이통사들은 비용이 늘어난 탓에 영업이익 개선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에 따라 마케팅비를 줄이는 문제가 이통사들의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 LTE 이용자 증가에 따른 실적 개선효과보다 마케팅비 절감이 영업이익을 늘리는 데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양승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3G 가입자 비중이 줄어들어 LTE보급의 상승여력이 크지 않다”며 “이익개선에 가입자당매출보다 마케팅비용의 하향안정화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 이통사들의 마케팅 비용이 앞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시장조사를 통해 유통점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 경쟁을 견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또 이통사들이 단통법이 안착됨에 따라 점차 마케팅비를 줄여나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분기에 마케팅비가 늘어난 것은 단통법 시행 초기의 불확실한 상황에 대한 대응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마케팅 비용이 크게 줄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통사들이 아이폰5S 등 출시 15개월이 지난 단말기의 보조금을 늘리며 경쟁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KT는 지난달 28일 아이폰5S 16GB에 대한 지원금을 출고가와 동일한 수준인 81만4천 원까지 올렸다.
또 이통사들이 경쟁적으로 멤버십 혜택을 늘리고 있어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지출규모가 단통법 시행 전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방통위의 견제에도 현재와 같은 구조에서 판매장려금이 크게 줄어들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 단통법이 시행된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마케팅비의 증감은 조금 더 두고 봐야 한다”며 “신제품 출시 등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