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기자 wisdom@businesspost.co.kr2018-08-1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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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우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이 그룹의 미래를 위해 북한을 바라보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주력사업인 철강사업 외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는데 북한이 열리면 그룹 계열사 전반에서 성장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 최정우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
1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남북관계가 풀려 경제협력이 본격화하면 포스코그룹이 철강뿐 아니라 2차전지소재사업, 인프라사업 등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 회장은 7월27일 취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포스코그룹이 경제협력사업에 가장 큰 수요자가 될 것”이라며 “포스코가 원료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포스코건설은 인프라에 집중하면 좋을 것”이라고 대북사업을 향한 기대와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최 회장은 우선 포스코켐텍의 내화물사업과 2차전지 소재사업에서 안정적으로 원료를 확보하는 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는 “포스코켐텍은 마그네사이트를 중국에서 비싼 가격에 사들이고 있는데 중국에 의존하지 않으려면 북한을 바라봐야 한다”며 “남북 경제협력이 본격화하면 철광석과 원료탄, 천연흑연, 마그네사이트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올해 초 포스코켐텍 대표이사 사장을 맡으면서 남북한 경제협력이 본격화할 것을 대비해 올해 5월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고 원료, 재무, 투자조직을 중심으로 전략을 짜기도 했다. 최 회장이 대북사업계획을 계열사 차원이 아닌 그룹 차원에서 추진할 기회를 잡은 셈이다.
북한에는 내화물 원료인 마그네사이트와 2차전지 소재인 음극재 원료 흑연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에 매장된 마그네사이트는 약 30억 톤 정도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세계 2위 규모다. 흑연은 약 200만 톤 매장돼 있는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포스코켐텍은 포스코 제철소의 내화벽돌을 만드는 데 쓰이는 내화물을 만들어 공급하고 있다. 내화물은 고온에서도 녹지 않는 비금속재료를 말하는데 최근 세계 내화물회사들의 공급 과잉으로 가격 경쟁이 심해졌다.
포스코켐텍은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에서 마그네사이트를 들여오고 있는데 가격이 톤당 170만~180만 원에 이르러 수익성에 부담을 안고 있다. 하지만 북한에서 직접 마그네사이트를 들여오면 운송비 등을 아낄 수 있게 되므로 가격 경쟁력에서 앞설 수 있다는 것이다.
흑연은 음극재를 만드는 핵심적 원료인데 2차전지 수요가 늘어나는 데 따라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어 2차전지 소재사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포스코로서는 흑연의 안정적 확보가 절실하다.
하지만 포스코켐텍이 양질의 마그네사이트, 흑연을 얻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북한에 인프라가 부족해 광산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거나 전력 공급 부족 등 때문에 이곳에서 얻는 광물의 질이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상모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반도광물자원개발 융합연구단장은 7월4일 서울에서 열린 이노베이트코리아 2018 행사장에서 “북한은 광물을 채굴하는 설비가 노후화한 데다 도로와 철도, 항만 등 사회기반 시설과 전력 등 인프라 시설이 크게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당장 남북 경제협력이 본격화하면 포스코와 포스코건설, 포스코ICT가 포스코그룹의 대북사업에 앞서갈 가능성도 있다.
포스코건설은 북한 인프라투자가 시작되면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7월 발표한 2018 시공능력 평가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은 도로와 댐 부문에서 상위 5위에 올랐으며 토목건축공사업 순위 7위를 차지했다.
포스코건설은 올해 상반기 10명 규모로 대북사업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면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포스코는 과거 북한에서 철강의 원료인 무연탄을 수입한 것처럼 값싸게 북한에서 원재료를 구입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파이넥스 공법을 활용하면 북한 철강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도 예상됐다.
파이넥스 공법은 포스코가 직접 개발한 기술인데 북한에서 많이 생산되는 가루 형태의 저품위 철광석을 가공하지 않고 직접 사용해 쇳물을 만들 수 있다.
정하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이넥스 공법은 북한산 저품위 철광석을 활용해 철강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돌파구”라며 “포스코가 파이넥스 공법을 활용해 북한에 진출함으로써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스코ICT도 대북사업의 수혜자로 꼽힌다.
포스코ICT는 포스코와 포스코건설, 한국전력을 주요 고객사로 삼고 있는 정보통신 인프라회사인데 이들이 북한 인프라사업을 본격화하면 포스코ICT가 수주하는 정보통신 서비스, 자동제어기기, 에너지 효율화 설비 설치 일감 등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