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폭염이 건설공사 연기사유에 포함되려면 국토교통부의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와 행정안전부의 재난안전법, 기획재정부의 계약예규 개정 등이 필요하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고용노동부가 공사 연기 사유에 폭염을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26일 열린 관계 차관회의에서 논의됐다”며 “각 부처들이 관련 사항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으나 고시 개정에 한 달 이상이 걸리는 점 등을 감안하면 올해 여름 적용하는 것은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2017년 기준 산업재해로 숨진 건설업 종사자는 506명에 이른다. 건설현장의 안전이 여전히 의심받는 상황에서 올해 폭염까지 닥치면서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다.
31일에도 광주 서구 농성동 아파트 신축현장에서 일하던 60대 노동자 A씨가 오후 1시32분경 의식을 잃은 채 콘크리트 더미에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된 뒤 숨졌다.
경찰은 평소 지병이 없던 A씨가 열사병이나 탈진 증세로 쓰러져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는 25일 정부부처에 재난급 폭염에 따른 공사현장 긴급대책 마련을 건의하면서 “옥외작업이 대부분인 건설현장의 특성에 따라 단순한 휴식시간 제공 차원이 아닌 실질적 조치를 통해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건설협회는 또 건설사들이 온열사망 사고에 따른 민·형사 책임과 공사 지체상금 두 가지를 모두 물어야 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져있다고 호소했다.
폭염으로 공정 진행률이 평소의 30~40%밖에 되지 않는데 발주기관이 공사 일시 중지, 공기 연장 등의 조처를 해주지 않으면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커다란 애로사항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폭염이 정당한 공기 연장 사유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폭염을 행정안전부 소관 재난안전법상 자연재난의 하나로 규정해야 한다. 행정안전부가 폭염을 자연재난으로 지정하면 산업안전보건법의 공사 연장 사유로 편입될 수 있어 공기 연장을 신청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는 “폭염도 자연재난에 포함될 수 있도록 재난안전법 개정을 적극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태풍과 홍수 등만 지정돼 있는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 ‘불가항력 규정’에 폭염을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이를 위해 국토교통부의 고시 개정이 필요한데 국토교통부가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됨에 따라 공사기간 연장 사유에 ‘근로시간 단축 등 법령의 제·개정’을 포함시킨 사례를 감안하면 이번에도 개정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기획재정부도 폭염에 따른 공기연장 가이드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날씨에 따라 공기연장 정도를 정하는 등의 표준을 마련해 계약 예규에 반영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