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험회사들이 여러 회사의 보험상품을 백화점처럼 한꺼번에 취급하는 독립보험대리점(GA)을 자회사로 설립하거나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보험회사들은 독립보험대리점이 시장에서 갈수록 높은 비중을 차지하자 수익원을 늘리기 위해 적극 대응하고 있다.
◆ 보험회사 자회사로 독립보험대리점 세워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생명보험업계 2위인 한화생명은 지난 9일부터 자회사 형태의 독립보험대리점인 한화금융에셋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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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배 한화생명 부회장 |
독립보험대리점은 여러 보험회사와 계약해 다양한 보험상품을 한 대리점에서 모두 판매하고 수수료를 받는 곳을 가리킨다.
전속 보험대리점은 보험회사 한곳에 속한 전속설계사들이 영업을 하지만 독립보험대리점은 여러 회사의 보험상품을 팔기 때문에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해 상품을 팔 수 있다.
삼성생명도 영업채널 효율화를 꾀하기 위해 자회사 형태의 독립보험대리점 설립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영업력을 키우기 위해 연구하는 과정에서 독립보험대리점을 자회사로 세울지 생각하고 있는 정도”라며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손해보험업계에서는 동부화재, 메리츠화재, AIG손해보험 등 상위권 회사들이 자회사 형태의 독립보험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생명보험업계는 한화생명 외에 미래에셋생명과 라이나생명이 독립보험대리점을 자회사로 둔 상태다.
◆ 자회사로 수익성 늘리고 불완전판매 막는다
보험회사들은 영업채널을 늘려 수익성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자회사형 독립보험대리점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독립보험대리점은 최근 보험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독립보험대리점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손해보험회사 전체 판매실적 가운데 46.6%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생명보험회사의 경우 전체 판매 가운데 7.4%를 독립보험대리점이 올렸다. 독립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 수도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전체의 46.6%를 차지한다.
보험회사들이 자회사 형태의 독립보험대리점을 설립하려고 하는 것은 기존 독립보험대리점에게 맡겼던 보험상품 대리판매 비중을 자회사로 돌려 수수료 지출을 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보험회사와 기존 독립보험대리점은 판매수수료 인상 문제를 놓고 서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회사는 기존 독립보험대리점이 보험을 계약하는 과정에서 약관이나 투자위험성을 고객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는 불완전판매를 하는 데 대해 불만을 품고 있다. 이런 점도 자회사 형태의 독립보험대리점 설립을 검토하게 하는 요인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독립보험대리점의 불완전판매 비율은 0.45%다. 보험업계 평균 비율인 0.40%보다 높은 수준이다.
보험회사 관계자는 “보험회사가 자회사 형태의 독립보험대리점을 세울 경우 불완전판매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쉽게 통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현재 운영 중인 자회사 형태의 독립보험대리점이 시장에 안착하면 다른 회사들도 자회사를 설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존 독립보험대리점들은 보험회사들이 자회사 형태의 독립보험대리점을 세우게 되면 결국 모회사의 상품만 더 많이 팔려고 할 수밖에 없어 소비자들이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독립보험대리점 관계자는 “특정 보험회사의 자회사로 세워진 독립보험대리점은 결과적으로 모회사 보험회사의 상품을 더 많이 팔려고 할 수밖에 없다”며 “기존 전속보험대리점과 다른 모습을 제대로 보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