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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남성 삼성SDI 사장 |
삼성SDI가 지난해 4분기 실적으로 개선된 성적표를 내놓았다. 전지와 전자재료사업이 선전한 덕분이다.
하지만 케미칼사업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면서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또 삼성엔지니어링 주가하락이 반영되면서 순손실 규모도 크게 늘었다.
삼성SDI는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전지사업에 투자를 확대해 수익성과 미래 먹거리를 모두 대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 기대 밑돈 4분기 실적
삼성SDI는 지난해 4분기에 영업이익 372억2900만 원을 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고 26일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3분기보다 14.37% 늘어난 금액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7월 제일모직 소재부문을 흡수합병했기 때문에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실적만 기재했다고 설명했다.
매출은 1조9101억1800만 원을 기록했다. 직전분기보다 0.97% 늘어났다.
당기순손실 1288억4400만 원을 기록하며 직전 분기 129억1200만 원보다 손실폭이 확대됐다.
김익현 삼성SDI 지원팀 재무그룹 상무는 “제일모직 합병으로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취득했는데 주가가 하락하면서 손상차손이 발생했다”며 “여기에 태양광과 PDP 등 중단사업의 손실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SDI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애초 426억 원이었다. 증권가는 갤럭시노트4 등 삼성전자 신제품 출시에 따른 소형전지 매출 증대를 예상하며 5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점쳤다.
따라서 삼성SDI의 이번 실적은 증권가 기대와 시장 전망치를 모두 밑돈 것이다.
지난 한해 전체 매출은 5조4742억 원, 영업이익은 708억 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의 경우 전지사업은 합병 전 1~4분기를 통합한 실적이고 케미칼과 전자재료 사업은 합병 뒤인 3~4분기만 합산한 실적이다.
◆ 전지-전자재료 선방했지만 케미칼 아쉬워
사업 부문별로 보면 전지와 전자재료사업이 양호한 성적을 내며 전체 실적을 이끌었다.
전지사업 매출은 전분기보다 8.2% 늘어난 8592억 원을 기록하며 삼성SDI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했다.
삼성SDI는 “소형전지는 신시장용 및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가 늘면서 직전분기 대비 매출이 늘었다”며 “중대형전지도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의 전기차(EV) 물량 확대에 힘입어 매출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중대형전지 주요 제품인 에너지저장장치(ESS)의 경우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전자재료사업도 대체로 선방했다. 4분기 매출은 4048억 원으로 3분기보다 3.1% 늘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 등이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매출이 소폭 줄었지만 수익성이 개선됐고 편광필름사업도 실적이 좋아졌다.
케미칼사업은 삼성SDI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케미칼사업의 4분기 매출은 6450억 원으로 전분기보다 8.4% 줄었다.
김판배 삼성SDI 케미칼 지원팀장(상무)은 “4분기는 계절적 비수기인 데다 3년 만에 이뤄진 정기 대보수에 따른 공장 비가동으로 수익성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 전지사업 중심으로 투자 확대할 것
삼성SDI는 올해 투자규모를 지난해보다 더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익현 상무는 이날 4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지난해 시설 및 연구개발(R&D)에 4800억 원 정도를 투자했다”며 “정확한 규모는 밝힐 수 없지만 올해 투자규모는 지난해보다 많이 증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는 올해 특히 성장 가능성이 높은 폴리머 전지사업을 집중육성하기로 했다.
폴리머전지는 고체 성분의 전해질을 사용하는 2차 전지의 일종이다. 다양한 형태로 제조가 가능하며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기기에 주로 사용된다. 또한 기존 원형이나 각형 배터리보다 안전하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차세대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권명숙 삼성SDI 소형전지 마케팅팀장(상무)은 “폴리머 전지는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중심으로 크게 성장하고 원형 전지는 비 IT제품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며 “주요 고객사들이 각형 전지 대신 폴리머 전지로 전환한다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차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6도 폴리머형 배터리를 채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점친다.
중대형전지의 경우 전기차를 중심으로 성장을 기대한다.
김정욱 삼성SDI 중대형전지 자동차부문 마케팅 팀장(전무)은 “지난 4분기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하며 중장기 성장기반을 마련했다”며 “최근 유가하락이 전기차 수요에 일부 영향을 줄 수 있지만 큰 흐름을 바꾸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전무는 연비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PHV)나 전기차(EV)가 당초 기대만큼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와 기술협력도 큰 문제없이 긍정적으로 검토중이라고 전했다.
이밖에 올해 전자재료사업의 매출을 이끌 편광필름 부문에 대해 내부적으로 공장증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SDI는 이날 보통주 1주당 1천원, 우선주 1주당 1050원의 현금 결산배당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시가배당율은 각각 0.83%와 1.45%이고 배당금 총액은 703억 원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