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NO”라고 한번 해보다가 결국 고개를 떨구었다. 서 장관은 학교 주변 호텔 건립을 막는 규제 철폐 요구에 곤란하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결국 관련 규정 개정을 약속하고 말았다. 박 대통령의 서슬 퍼런 규제 철폐가 자칫 규제가 필요한 곳조차도 허물어 기업의 잔치가 되도록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 서남수 교육부 장관 <뉴시스> |
박 대통령 주재로 20일 열린 규제개혁장관회의 겸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에서 이지춘 한승투자개발 전무는 학교 주변에 호텔을 짓지 못하게 한 학교보건법의 개정을 요구했다.
이 전무는 3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관광호텔 계획을 세우고 담당구청에 사업승인을 요청했지만 처리가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보건법에 따르면 나는 학생들에게 유해한 시설을 개발하려는 파렴치한”이라는 말도 곁들였다.
박 대통령은 이 발언에 대해 “시대에도 안 맞고 현실에도 안 맞는 편견으로 인해 청년들이 많이 취직할 수 있는 일자리를 다 막는 것은 거의 죄악이라고 생각한다”며 지지의사를 나타냈다.
그러나 서 교육부 장관은 규제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서 장관은 “송파구 방이중학교에 나가 보니 88올림픽 때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심의받지 않고 호텔을 지을 수 있도록 해 60~70개 호텔이 지어졌다”며 “등교길에 교육적으로 유해한 전단지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적으로 문제가 있어 정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 장관은 이내 “학교환경을 위해 규제가 필요한 곳도 있고 지나친 규제도 있어 전반적으로 지역교육청과 협의해 학교 환경과 투자 활성화가 균형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그는 “4월 중 훈령을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학교보건법 6조는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 안에서 호텔, 여관, 여인숙 등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학교보건법 시행령에 따르면 정화구역은 학교 주변 직선거리 200m 범위다.
이날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과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한차례 대립하는 모습을 보였다.
게임업계를 대표해 강신철 네오플 대표가 ‘셧다운제’ 철폐를 요구했다. 그러자 조 장관은 “셧다운제가 효과를 봤다”며 “게임산업에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 장관은 “규제를 폐지하겠다는 것이냐”고 캐물었으나 조 장관은 끝까지 확답하지 않았다. 사회를 보는 김종석 홍익대 교수가 “그건 두 분이 직접 만나서 얘기하라”고 마무리했다.
박 대통령은 셧다운제에 관해서 별도의 발언을 하지 않았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21일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무조건적 규제 철폐로 이어지는 상황을 경계했다. 김 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규제개혁 점검회의와 관련해 “무차별적 규제 없애기가 능사는 아니다”라며 “손톱 밑 가시는 뽑아야 하지만 교차로에 신호등까지 없앤다면 그야말로 연일 대형참사가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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