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용 기자 romancer@businesspost.co.kr2018-07-11 19: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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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삭센다’가 국내 비만 치료제시장에서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삭센다는 1일1회 자가주사형 제제에 치료비 부담도 적지 않지만 체중 감량 효과가 확실해 국내 비만 치료제시장 구도에 변화가 예상된다.
▲ 라나 아즈파 한국노보노디스크 대표.
11일 한국 노보 노디스크에 따르면 올해 3월 공급이 시작된 비만치료제 ‘삭센다’의 수요가 최근 급증하면서 8월 이후에나 수급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노보 노디스크는 삭센다가 품절 상태라고 밝히며 신규 환자들을 대상으로 처방을 자제해줄 것으로 요청했다. 신규 물량은 8월 초에나 들어온다.
삭센다는 미국 식품의약국이 허가한 5개의 비만 치료제 가운데 하나다. 미국에서 2014년 1월, 유럽에서 2015년 3월 판매 승인을 받았고 지난해 7월 국내에서도 판매 허가를 받았다.
삭센다는 초기 체질량지수(BMI)가 30 ㎏/m2 이상인 비만 환자 혹은 한 가지 이상의 체중 관련 동반질환(당뇨병 전단계 또는 제2형 당뇨병), 고혈압 또는 이상지질혈증이 있으면서 초기 체질량지수(BMI)가 27 ㎏/m2 이상 30 ㎏/m2 미만인 과체중 환자 대상으로 투여할 수 있도록 허가받았다.
삭센다는 펜 형태의 주사형 비만치료제로 뱃살과 허벅지 등에 환자가 자가투여를 한다.
삭센다는 당뇨병 치료제 ‘빅토자’와 성분이 같지만 고용량을 투여하면 비만 치료 효과가 높다는 것이 입증되면서 비만 치료제로 다시 태어났다. 심장병 치료제로 개발했던 비아그라가 성기능 개선 효과로 발기부전 치료제가 된 것과 유사하다.
삭센다의 성분명인 리라글루티드는 글루카곤 펩타이드-1(GLP-1)와 성분이 97%가 비슷한 ‘GLP-1 유사체’다. GLP-1은 음식을 섭취하면 몸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위장관운동을 지연시켜 포만감을 느끼게 하고 인슐린을 분비하게 한다. GLP-1은 DPP-4라는 호르몬에 2분 만에 분해되는데 리라글루티드는 DPP-4에 분해가 잘되지 않고 13시간 동안 효능이 지속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삭센다는 여러 임상시험을 통해 체중 감소 효과뿐만 아니라 혈당 개선 효과와 콜레스테롤 조절 효과도 입증 됐다.
제15회 유럽 비만 학술회의(ECO 2018)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삭센다를 사용한 임상 참가자들은 6개월 후 평균 7.1%(8.1kg) 감량에 성공했고 혈당 및 고혈압 등 위험요인도 개선됐다.
삭센다는 5358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시험에서도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고 체중 감량 효과가 장기간 유지되는 것도 입증했다.
다만 삭센다는 구역, 설사 등의 위장장애가 부작용으로 보고됐다. 갑상선암 가족력이 있는 환자들도 처방을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기에 전문의와 상담이 필요하다.
▲ 주사형 비만치료제 '삭센다'.
삭센다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 13개국 글로벌시장에서 비만치료제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출시를 앞두고는 우려도 존재했다. 알약이 아닌 주사형 치료제에 환자들이 보이는 거부감이 있기 때문이다.
1일 1회 투여를 해야 하기에 환자가 부담하는 가격도 20만~30만 원 수준으로 낮지 않다. 삭센다는 보험급여가 되지 않는다.
일부 병의원에서는 삭센다에 여러가지 검사 등을 ‘필수 옵션’을 붙여 폭리를 취하고 있다.
삭센다의 인기몰이로 국내 비만 치료제시장 구도에 변화가 일어날지 업계 관계자들은 주목하고 있다.
국내 비만 치료제시장은 연 1천억 원 규모로 평가받고 있다.
일동제약이 수입해 팔고 있는 ‘벨빅’이 1위이고 광동제약이 수입해 팔고 있는 ‘콘트라브’가 2위다.
의약품시장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벨빅의 처방액은 24억 원 수준이고 콘트라브는 7억 원가량 된다. 1분기는 비만 치료제 처방의 비수기에 해당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삭센다의 인기몰이로 국내 비만 치료제시장이 3강 구도로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